김종대 칼럼
지속가능성의 새로운 핵심어 ‘회복탄력성’
한국 사회의 민주주의 회복탄력성(resilience)은 세계를 놀라게 만들었다. 외환위기, 금융위기, 팬데믹 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한 한국 사회가 정치적인 내부질서의 붕괴 위기도 평화적으로 이겨낸 것은 지속가능한 성장의 놀라운 잠재력을 내재화하고 있다는 증거이다. 최근 지속가능발전과 경영의 영역에서 핵심어로 떠오른 개념이 회복탄력성이며 투자자들이 ESG 용어 대신 회복탄력성을 사용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다.
지속가능성과 회복탄력성은 밀접한 관련을 가지지만 지속가능성이 미래 세대를 고려한 성장방식을 주장하는 보다 포괄적인 접근인 반면 회복탄력성은 부정적 충격으로부터 회복 또는 적응 능력을 나타내는 지속가능성의 한 부분 또는 조건이라 할 수 있다. 지속가능성은 40년 가까이 경제 정책과 사회발전의 지표가 되었지만 시류에 따라 다양한 이름으로 부침을 겪었다. 가장 최근 비즈니스 유행어(buzzword)였던 ESG도 지속가능성의 한 단면으로 과분한 주목을 받다가 이제 제자리를 찾고 있다.
미래 세대가 현재 세대만큼이나 자연자원의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배려하고 경제적 약자가 최소한의 삶의 질을 유지할 정도의 소득을 보장받도록 다 같이 노력한다는 글로벌 공동체의 합의인 지속가능발전이 지속가능경영으로 발전했으며 이것은 21세기 내내 인류가 걸어야 할 로드맵 역할을 할 것이다.
'지속가능경영' 21세기 내내 로드맵 역할
또 다른 기업 경영전략 패러다임으로 개발된 CSR(사회책임경영)이 한때 유행했지만 우리나라에서는 기업의 이익을 사회와 나누어야 한다는 기부와 자선이라는 의미로 편협되게 받아들여지고 기업사회공헌이라는 용어와 동일시되어 학계와 산업계에서 핵심 용어로 자리잡지 못했다.
CSR이 단순히 기부나 자선이 아니라 가치사슬에서 환경과 사회적 책임을 다함으로써 사회적 가치뿐 아니라 기업의 경제적 이익 창출에도 도움이 된다는 전략으로 발전해온 선진국들과 다른 길을 걸어왔다. 그리고 전략적 중요성을 강조한 공유가치창출(CSV)이라는 새로운 개념이 CSR을 완전 대체하는 개념인 것처럼 한 때 유행처럼 사용되다가 그마저도 곧장 버려졌다.
7~8년 전부터 투자자의 입에 오르내리기 시작한 ESG라는 용어에 우리 사회가 현혹된 것은 본질보다는 새로움으로 포장된 외형적 현상만을 좆는 우리 사회의 허약한 체질 때문이다. ESG라는 용어는 비재무적 요소를 투자의사결정에 고려해야 장기투자수익률을 극대화할 수 있다고 생각한 투자방식을 지칭하는 용어였다. 따라서 태생적, 구조적으로 기업이 추구하는 포괄적인 기업 경영전략 패러다임인 지속가능경영을 대체하는 개념이 아니다.
ESG란 용어가 산업계에 깊이 있는 근본적 영향을 못 주고 아주 짧은 시간에 정치적, 이념적 공격의 대상이 되어 영향력이 크게 축소된 것도 ESG가 금융 및 투자에 대한 가이드로서 자금흐름에 영향을 미치는 지극히 수단화된 개념으로 받아들여졌기 때문이다.
ESG의 유행이 지나갔다고 해서 금융 및 투자시장에서 의사결정의 원칙 또는 수단으로 중요성이 사라지지는 않는다. 오히려 투자자가 기업의 지속가능경영 성과(경제, 사회 및 환경)를 무시하면 감당할 수 없는 위험에 처할 수 있다. 반면 사회 및 경제의 전환기에 나타나는 엄청난 시장기회를 선점한 기업이 경쟁에서 새로운 강자로 부상할 것이므로 이런 기회를 투자자들이 놓치면 안 된다.
현명한 경영자는 근본으로 돌아가서 지속가능경영이나 전략적 CSR의 실천적 전략과 경영 수단을 찾아서 사회적 가치와 기업의 경제적 가치를 동시에 달성하는 메커니즘과 경영방식을 찾아 나서야 한다. 그리고 그 방향은 글로벌 경제와 정치 상황에 맞게 융통성과 민첩성을 갖춘 회복탄력성이어야 한다. 회복탄력성은 어떤 조직이나 개인이 어려운 상황에서 벗어나거나 도전에 적응하는 능력을 의미하지만 단기적 생존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장기적 번영을 포함한다. 즉 단기적인 위험관리를 넘어서서 건강과 성공을 위한 보다 전체론적 접근방법이다.
격변하는 환경에 회복탄력성 부각
회복탄력성의 중요성이 부각되는 배경에는 극도로 불안정하고 변동성이 심한 국내외 정치 및 경제적 상황이 있다. 격변하는 정치 및 경제 환경에서 생존과 번영을 추구하는 것은 조직의 내재된 회복탄력성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불가능하다.
회복탄력성은 자연생태계 보전에 있어 핵심 개념인데 급속히 파괴되어 가는 자연생태계에서 외부환경 변화의 통제와 예측이 어렵고 그 변동성이 심하기 때문이다. 생태계 훼손의 결과 생태계 서비스가 파괴되면 인류의 삶이 지속불가능해진다. 국제 사회가 최근 기후변화에 대한 적응 능력 제고, 순환경제와 생물다양성에 관한 규제와 공시 기준을 강화해 나가려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