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미 수출기업들, 관세에 달러약세까지 이중고
달러인덱스 30년래 최저치
달러가치의 급격한 하락은 전세계 대미 수출기업들에게 이중의 타격을 가하고 있다. 각국 중앙은행들에 대한 기준금리 인하 압력도 높아지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6일 “예상치 못한 달러약세가 갑자기 전세계의 문제가 되고 있다”며 “자동차와 코냑 등 모든 종류의 상품을 미국에 수출하는 해외 기업들에게 달러가치의 급격한 하락은 트럼프정부의 관세폭탄으로 인한 손실에 더해지는 이중고다. 자국통화의 급격한 강세는 전세계 중앙은행들에게 금리인하 압박을 가중시킨다”고 전했다.
달러 하락세는 역사적인 수준이다. 6개 통화 대비 달러가치를 나타내는 ICE달러인덱스는 올해 초부터 이달 15일까지 8% 가까이 하락했다. 1995년 이후 30년 만에 최저치다.
달러는 글로벌 무역과 금융에 사용되는 주요 통화이기 때문에 가치변동은 전세계에 큰 영향을 미친다. 달러약세는 외국기업들이 미국 지사를 통해 벌어들이는 이익을 유로나 엔으로 다시 환산했을 때 그 가치를 떨어뜨린다. 또 외국기업들이 생산하는 상품이 미국소비자들에게 더 비싸게 느껴지게 만든다.
지난 수년 동안 엔화약세로 수익이 크게 상승한 일본 도요타 등 대형 수출기업들은 엔화가치가 연초 1달러당 157엔에서 143엔으로 상승하면서 큰 타격을 입을 전망이다. UBS는 유럽 프라다, 루이비통 같은 명품회사와 캄파리, 페르노리카 등 음료판매업체의 실적이 나빠질 것으로 예상했다.
도이체방크는 수요약화와 유로강세를 이유로 스톡스유럽600 지수 기업들의 수익전망치를 6%에서 4%로 하향조정했다. 또 유로화가 현재 수준을 유지할 경우 전망치가 1%p 더 낮아질 것으로 예상했다.
자산운용사 뱅가드의 수석경제학자 샨 라이타타는 올해와 내년 유로존 성장률 전망치를 1.0%에서 0.8%, 1.6%에서 1.0%로 각각 하향조정했다.
주요국 중앙은행들은 미국발 관세와 통화가치 상승에 대응하기 위해 기준금리를 인하할 전망이다. 유럽중앙은행(ECB)은 17일(현지시각) 기준금리를 0.25% 인하할 것으로 예상된다. 투자자들은 스위스중앙은행도 긴급 금리인하를 단행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올해 들어 프랑은 달러 대비 10% 넘게 가치가 상승해 스위스가 디플레이션에 직면할 것이라는 우려를 불러일으켰다. 시계와 고정밀기계 같은 대표적인 수출품의 가격도 상승했다.
일본은행은 지난달 금리인상을 중단했다. 일본은행 우에다 가즈오 총재는 16일 “트럼프관세가 부정적 상황으로 이끌고 있다. 통화정책으로 대응해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달러 대비 중국 위안화는 수년래 최저치로 하락했다. WSJ는 “월가 일각에선 중국이 무역전쟁의 영향을 상쇄하기 위해 위안화 가치를 더 낮출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김은광 기자 powerttp@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