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대 ‘한국전쟁 충혼탑’ 논란

2025-04-17 13:00:10 게재

교수회·동문 설치 반대

대학 “백지화는 어렵다”

부산대가 추진 중인 한국전쟁 참전군인 충혼탑 설립을 둘러싸고 논란이 일고 있다.

부산대는 16일 6.25 참전 호국영웅 명비 제작 사업을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국가보훈부 요청에 따른 것으로 부산대는 부지를 제공하고 보훈부가 건립비용을 부담한다.

입찰에 선정된 업체의 작품명은 ‘부산대학교 충혼의 탑’으로 가로 9.3m, 높이 3.4m, 너비 3.8m 크기다. 충혼탑 전면에는 부산대 출신 한국전쟁 유공자 255명의 이름이 새겨진다. 위치는 장전동캠퍼스 중앙에 위치한 박물관과 물리관 사이 잔디광장과 새벽뜰로 정했다.

또 충혼탑 주변은 호국영웅의 공간으로 조성된다. 사업목적은 ‘이들의 숭고한 호국정신을 기리고, 대학생들에게 애국정신 고취와 보훈문화 확산을 위한다’는 것이다. 입찰공고를 거쳐 업체가 선정됐고 디자인도 확정된 상태다.

제작을 거쳐 6월 2일 제막식이 열린다. 제막식이 열리면 부산대는 전국에서 첫 대학 내 충혼탑 건립대학이 된다.

하지만 뒤늦게 이 사실을 안 교수회와 동문들은 반발했다. 한국전쟁 유공자를 기리는 공간은 국가와 지자체가 곳곳에 조성했는데 굳이 왜 대학 내에 설치하냐는 것이다. 한국전쟁 피해자와 가해자의 경계가 모호한 역사 속에서 논쟁의 장으로 변질될 가능성도 제기됐다.

홍희철 부산대민주동문회 회장은 “한국전쟁 후 70년 간 대학 내에 설치되지 않은 이유를 되새겨 봐야 한다”고 말했다. 부산대 한 졸업자는 “마치 군사독재시절 반공교육이 생각났다”고 지적했다.

교수회는 사업 추진 중단과 학내 구성원 의견 수렴을 촉구하는 현수막을 설치하고, 대학본부에 설치 중단 요구 공문을 보냈다. 공청회 토론회 설문조사 등 다양한 대응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이용재 부산대 교수회장은 “민감한 사안인데도 공론화 과정이 없다는 점에서 매우 유감”이라며 “절차적 정당성이 부족하다”고 말했다.

대학본부는 예상외 반발에 당황하는 분위기다. 부산대 관계자는 “제막식은 미루기로 했고, 설치 장소도 변경할 가능성이 있다”면서도 “백지화는 어렵다”고 말했다.

대학 내 호국영웅명비 조성 사업은 보훈부가 지난해 처음 추진했다. 연세대 부산대 조선대 3개 대학이 협약을 맺었다. 하지만 연세대와 조선대는 아직 발주를 하지 않고 있다. 보훈부 역시 올해 예산은 한 푼도 배정하지 않아 이후 사업은 중단됐다.

곽재우 기자 dolboc@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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