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 반도체 수출통제로 7조8천억원 타격

2025-04-17 13:00:05 게재

한때 시총 1위의 비극

미중 무역전쟁 희생양

미국의 대중국 반도체 수출 규제 강화로 엔비디아가 미·중 사이의 최대 협상카드가 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6일(현지시간) 진단했다.

전날 미국 상무부가 중국과 일부 다른 국가에 H20 AI 프로세서를 판매하는 데 라이선스를 요구한다고 밝힌 후 엔비디아 주가는 급락했다. H20 칩은 미국 정부의 규제 적용을 받지 않는 한도 내에서 중국에 수출할 수 있는 최고급 사양의 AI 칩이었다.

엔비디아는 미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보고서에서, 규제강화로 올해 1분기에 재고·구매 계약 준비비로 55억달러(7조7800억원)의 비용이 발생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상무부는 이후 H20뿐만 아니라 AMD의 MI308 및 동급 반도체들에 대해서도 새로운 수출 라이선스 요건을 발표했다고 확인했다.

금융리서치 회사 번스타인 분석가들은 15일 보고서에서 지난해 엔비디아의 중국 매출 170억달러 중 H20가 약 120억달러를 차지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수출 라이선스가 실제로 발급되는지, 아니면 수출통제로 인해 H20 제품 라인이 완전한 소멸되는지는 아직 불투명하다고 말했다.

모건스탠리 분석가들은 새로운 미국의 수출통제 조치가 “예상보다 갑작스러웠다”면서 55억달러의 재고 감액 규모는 “엔비디아가 라이선스 발급에 대해 낙관적이지 않다는 것을 시사한다”고 밝혔다.

엔비디아는 고사양 AI 칩의 중국 판매를 제한하는 조 바이든 정부의 수출 규제를 준수하기 위해 H20를 설계했다. H20는 엔비디아가 마이크로소프트, 오픈AI, 메타, 아마존 등에 제공하는 최고급 그래픽 처리 장치(GPU)보다 성능이 떨어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H20은 중국에서 꾸준한 수요를 보였다. 그러나 중국 정부는 화웨이와 같은 자국 테크기업들이 자체 개발한 반도체를 사용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여기에 중국 정부의 새로운 에너지 효율 규제로 엔비디아 제품은 배제될 수도 있다.

저성능 반도체조차 중국 시장에 판매할 수 없게 된다면 반도체 산업이 무역 전쟁에 얼마나 취약한지 보여주는 징표가 된다.

엔비디아 반도체는 AI 붐의 중심에 있다. 지난해엔 한 때 전세계 시가총액 1위에 오르기도 했다. 그러나 지금은 AI 개발 주도권을 잡기 위해 경쟁하는 양대 경제대국 사이에서 포로가 된 처지다.

양현승 기자 hsyang@naeil.com

양현승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