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정부, 국채매입 안전비율 완화 시사

2025-04-17 13:00:05 게재

재무부 “SLR 완화 검토”

채권시장 나흘째 안정세

미국 정부가 국채 시장 규제 완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발표하면서 미국 채권 가격이 연속 4일째 안정세를 이어가고 있다.

마이클 폴켄더 미 재무부 차관보는 지난 15일(현지시간) 워싱턴에서 열린 미국 자산운용협회(ICI) 행사에 나와 29조달러 규모의 국채 시장에 대한 보완적 레버리지 비율(SLR, Supplementary Leverage Ratio)의 영향에 대해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SLR 완화 가능성을 시사한 것이다.

17일 오전 9시 기준(한국시간) 글로벌 채권 벤치마크인 10년 만기 미국채 금리는 전거래일 대비 4bp(1bp=0.01%포인트) 하락한 4.281%를 기록 중이다. 2년 만기 미국채 금리는 7bp 하락한 3.776%로 안정화를 찾아가고 있다.

채권 금리와 채권 가격은 반대로 움직인다. 미 국채 금리는 대표적인 안전자산으로 여겨졌지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오락가락 관세 속에 오히려 가격이 하락하는 현상을 일어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9일 90일간 상호관세를 유예를 발표했지만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상승해 지난 11일 4.5%까지 올랐다.

폴켄더 차관의 발언은 이런 상황에서 나온 것이다. 그는 “우리가 주목하는 것은 시장에 변동성이나 스트레스가 발생했을 때 시스템에 충분한 유동성이 공급되고 있는가 하는 점”이라며 “SLR이 이러한 스트레스 상황에서 불필요한 제약으로 작용하고 있는지, 채권시장이 대량 거래를 감당할 수 있는 역량을 어떻게 제고할 수 있을지를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SLR은 자산규모 2500억달러 이상인 대형은행에 적용되는 레버리지비율로, 총 익스포저 대비 자기자본을 3% 이상 유지하도록 하는 규제다. 간단히 말해서 채권을 100억원어치 사면 그만큼 자본을 채워 넣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미국 국채가 위험자산과 동일하게 취급된다는 뜻이다. 은행들은 이 규제가 스트레스가 큰 시기에 국채를 추가 매입할 수 있는 능력을 제한한다고 주장해왔다. 실제 코로나19 위기 당시에는 SLR의 국채 적용이 일시적으로 중단되기도 했다.

SLR규제를 완화해주면 대형은행들이 미 국채를 살 여력이 생기기 때문에 채권시장에서는 강세 재료로 인식된다.

SLR 변경은 연준 등 금융규제기관의 승인을 받아야 하지만, 재무장관은 이들 기관이 모인 협의체인 금융안정감독위원회(FSOC)의 의장을 맡고 있어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

금융기관들은 SLR 규정 완화를 요구해왔다. 데이비드 솔로몬 골드만삭스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SLR 완화는 국채 시장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이는 중요한 구조적 개혁”이라고 강조했다.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도 최근 야후파이낸스와의 인터뷰에서 시장 상황에 대처하기 위한 조치가 필요할 경우 “재무부가 활용할 수 있는 방대한 도구를 가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한국 투자자들이 금리 고점론에 따라 미국 장기채에 직접투자하는 모습도 나타나고 있다.

지난 한 주 동안 서학개미들이 가장 많이 매수한 종목 중 16위에는 미국 20년 이상 만기 국채의 일일 수익률을 3배로 추종하는 ‘Direxion Daily 20 Year + DRX DLY 20+ YR TREAS BULL 3X SPLR’ ETF가 1150억원 규모로 이름을 올렸다.

같은 기간 미국 3개월 이하 단기 국채에 투자하는 ‘Ishares 0-3 Month Treasury Bond’ ETF에는 997억원 규모의 자금이 몰렸다.

이주영 기자 123@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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