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란티어, 나토 ‘AI 군사 시스템’ 수주
이틀간 주가 급등
경찰용 SW 반대여론도
미국 인공지능(AI) 방위업체 팔란티어 테크놀로지의 주가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로부터 AI 기반 군사 시스템을 수주했단 소식에 14~15일(현지시간) 이틀간 11% 급등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나토는 이날 성명을 통해 팔란티어로부터 AI 기반 군사 시스템 ‘MSS(Maven Smart System)’를 도입하기로 최종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번 계약으로 팔란티어는 미국 육군, 공군, 우주군 등에 이어 나토까지 고객으로 확보했다. 미국의 국방 기술이 유럽 안보 체계에 본격 진입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나토는 정확한 계약 금액 등은 밝히지 않았지만 ‘전략적 파트너십’이라고 표현하며 기술 의존도가 상당 수준임을 드러냈다. 이 시스템은 30일 내 나토 회원국 작전에 배치될 예정이다.
MSS는 방대한 전장 데이터를 분석해 타격 목표를 식별하고 작전 시나리오를 자동 생성하는 인공지능(AI) 기반 군사 시스템이다.
윌리엄블레어증권의 루이 디팔마 연구원은 “이번 계약은 단순 수주 이상의 지정학적 의미를 가진다”며 “유럽이 미국 방산 기술 의존도를 줄이려 한다는 투자자들의 우려를 불식시킨 사례”라고 밝혔다.
팔란티어는 방산 분야 외에도 헬스케어·금융·공공인프라·사이버보안 등에서 빅데이터 분석을 통한 사업 효율화 솔루션을 제공하고 있다. 미국 국방부에 이어 에너지부·중앙정보국(CIA)·연방수사국(FBI)과 영국 국민보건의료서비스(NHS) 등이 대표적 고객이다. 최근에는 기업과 민간 영역까지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서비스형 소프트웨어(SaaS)로 구독 모델을 사용하고 있어 수익 개선세도 뚜렷하다.
이런 가운데 독일에서는 팔란티어가 유탄을 맞고 있다. 15일 독일 ARD방송에 따르면, 독일 16개 주정부 중 함부르크·브레멘·자를란트 등 5개 주는 최근 팔란티어의 데이터 분석 소프트웨어의 경찰 도입에 반대한다는 의견을 연방상원에 냈다. 독일의 네번째 다수당인 녹색당도 논쟁에 가담했다.
팔란티어 소프트웨어를 반대하는 이유는 국가 안보와 관련된 데이터가 업체를 통해 미국에 넘어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유럽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열렬한 후원자인 피터 틸과 같은 ‘페이팔 마피아’ 쪽에 민감한 정보를 노출해서는 안 된다는 여론이 일고 있다고 FT는 전한다.
한편, 이달 들어 팔란티어 주가는 16.6% 상승했다. 연초 대비로는 미국 나스닥종합지수가 12% 하락할 때 팔란티어는 30% 넘게 올랐다. 뚜렷한 주가 성장에 서학개미들도 팔란티어 매집에 나서고 있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올해 서학개미의 팔란티어 순매수액은 4억6000만달러(약 6500억원)로, 테슬라에 이은 단일종목 2위다.
일각에서는 500이 넘는 팔란티어의 주가수익비율(PER)이 지나치게 높다는 경고도 나온다. 임원진의 자사주 매도가 빈번하게 발생하는 것도 투자 유의사항으로 지적된다.
이주영 기자 123@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