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명 빅 텐트’? ‘친윤 스몰 텐트’도 세우기 어려울 판

2025-04-17 13:00:07 게재

친윤, 한덕수 중심 국힘 후보·이준석·비명 묶는 빅 텐트 구상

한덕수 ‘헌재 제동’에 주춤 … 국힘 주자들 “한덕수 출마 반대”

이준석·비명 “불참” … 한+김 ‘스몰 텐트’ 시나리오만 남은 꼴

6.3 대선을 앞두고 비관론에 젖은 친윤(윤석열)은 희망회로를 돌린 끝에 ‘반명(이재명) 빅 텐트(big tent)’ 시나리오를 내놓았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를 꺾기 위해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을 중심으로 국민의힘 후보와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 민주당 비명계 인사들을 묶자는 것. 다만 친윤의 ‘빅 텐트’는 제대로 펼치기도 전에 김이 빠지는 모습이다. ‘빅 텐트’의 중심인 한 권한대행이 흔들리고, 참여 대상 대부분이 난색을 표하고 있기 때문. ‘빅 텐트’는커녕 ‘스몰 텐트’도 어려울 수 있다는 전망이다.

국민의힘, 대선준비위원장에 윤재옥 의원 임명 국민의힘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왼쪽)이 17일 국회에서 열린 제21대 대통령선거 준비위원회 임명장 수여식에서 위원장을 맡은 윤재옥 의원에게 임명장을 전달한 뒤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주형 기자

17일 국민의힘 주류인 친윤은 ‘빅 텐트’ 구상을 고수하고 있다. 친윤 54명은 ‘빅 텐트’의 밑그림인 ‘한덕수 추대론’을 밀고 있다. 한 권한대행을 출마시킨 뒤 내달 3일 선출될 국민의힘 후보와 단일화한다는 계획이다. ‘한덕수 추대론’을 주도한 박수영 의원은 16일 ‘김문수 캠프’에 참여하면서 “우리 당 후보가 되고 나면 범보수는 물론 진보 중에서도 이재명은 막아야 대한민국이 산다는 생각을 가지신 분들과 대연정을 해야 한다. 이른바 ‘그랜드 텐트론’인데, 김문수 후보는 이 점에 대해 분명한 찬성 의견을 갖고 있다”며 ‘빅 텐트’ 구상을 재확인했다.

하지만 ‘빅 텐트’ 구상은 제대로 펴기도 전에 여기저기서 삐걱대는 모습이다. 헌법재판소는 16일 한 권한대행의 이완규·함상훈 헌재재판관 후보자 지명 효력을 정지시켰다. 한 권한대행의 대선 행보로 해석됐던 헌재재판관 임명이 사실상 무산된 것이다. ‘빅 텐트’ 시나리오의 출발점인 ‘한덕수 차출론’부터 주춤하는 모습이다.

친윤의 ‘빅 텐트’ 구상에 김문수 후보만 동의할 뿐 다른 후보들은 대부분 부정적인 점도 난관이다. 홍준표 나경원 한동훈 안철수 후보 등은 일제히 한 권한대행의 대선 출마에 반대 뜻을 표했다. 한동훈 후보는 16일 KBS 라디오 ‘전격시사’에 출연해 “갑자기 (한 권한대행이) 부전승으로 기다린다? 그것을 누가 동의하겠는가. 누가 그것을 공정하다고 생각하겠는가”라고 비판했다. 국민의힘 경선 후보 대부분은 한 권한대행의 출마 자체에 동의하지 않는 것으로 읽힌다.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은 17일 중앙일보 인터뷰에서 “계엄 옹호세력이란 딱지가 붙어 있는 분들과의 빅 텐트는 오히려 이재명 후보를 막아내는 데 효율적이지 못하다. (국민의힘에서) 어떤 후보가 되더라도 논의에 응할 계획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민주당 경선 불참을 선언한 김두관 전 의원측은 “모든 경우의 수를 논의하더라도 내란 옹호 정당인 국민의힘 후보와 함께하는 비명 빅 텐트에 참가할 가능성은 없다”고 밝혔다.

결국 친윤의 ‘빅 텐트’ 구상은 사실상 시작도 못 해보고 무산 위기에 직면했다는 관측이다. 김문수 후보가 만의 하나 경선 1위를 차지하면 한 권한대행과 합치는 ‘스몰 텐트’ 정도의 가능성만 남았다는 지적이다. ‘스몰 텐트’가 성사되더라도 대선에서의 기대 효과는 불투명해 보인다. 한 권한대행과 김 후보 지지율이 경쟁자인 이재명 후보에 비해 많이 뒤떨어져, ‘스몰 텐트’ 효과가 미미할 것이란 지적이다. 한국갤럽 조사(8~10일, 전화면접, 95% 신뢰수준에 오차범위 ±3.1%p, 이하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에서 이재명 후보가 37%를 기록한 데 비해 김문수 9%, 한덕수 2%에 그쳤다. 두 사람 지지율을 합치더라도 이재명 후보와의 격차는 여전히 큰 것이다.

엄경용 기자 rabbit@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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