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힘 주자들, ‘오심 경쟁’…오세훈측 “중립”
‘오세훈 지지층’ 흡수 욕심
‘오 시장 몸값’만 뜨는 효과
국민의힘 대선 경선 주자들이 앞다퉈 ‘오세훈 찬가’를 부르며 ‘오심(오세훈 마음) 잡기’에 나섰지만, 오 서울시장은 특정후보를 밀 생각이 없다는 전언이다. 후보들이 표 욕심에 김칫국부터 마신 꼴이다. 윤석열 탄핵에 대한 반성과 사죄를 앞세워 대선 불출마를 선언한 오 시장은 진정성 있는 정치인이란 이미지와 다른 주자의 구애를 받는 장면을 통해 부쩍 몸값이 오르는 모습이다.
오 시장은 15일과 16일 양일간 경선 주자 5명을 잇달아 만났다. 홍준표(15일 만찬), 김문수(16일 조찬), 나경원(16일 오전 차담), 안철수(16일 오찬), 유정복(16일 오후 차담) 순이었다. 오 시장은 이들에게 서울시 대표 정책 중 하나인 ‘디딤돌 소득’을 대선 공약에 반영해달라고 당부했고 주자들은 이구동성으로 “당연히 반영하겠다”고 호응했다. 오 시장은 당초 경선에서 ‘디딤돌 소득’을 비롯한 ‘약자 동행’을 대표 구호로 내세울 계획이었다.
오 시장을 만난 경선 후보들은 ‘오세훈 지지층’을 자신이 흡수하길 바란 것으로 보인다. 오 시장은 경선에서 유력한 4강으로 꼽혔다. 다른 주자 중 누군가 ‘오세훈 지지층’을 흡수한다면 선두권 진입이 확실시된다는 관측이다. 다만 오 시장측은 특정 주자에 힘을 실어줄 계획이 없다는 입장이다. 오 시장측 관계자는 16일 “오 시장의 (약자 동행) 정책을 대선 공약에 반영해주길 당부하는 것이지, 특정 후보를 지지할 계획은 없다”고 강조했다.
오 시장은 지난 12일 “(윤석열 탄핵으로) 국정이 중단되고 국민 여러분께 큰 실망을 안겨드린 점, 통렬히 반성하며 고개 숙여 사죄드린다”며 대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초선 국회의원 시절이던 16대 국회에서 ‘오세훈 3법’을 통해 정치개혁을 주도한 뒤, 17대 총선에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진정성 있는 정치인”이라는 호평이 쏟아졌던 장면이 떠오르는 대목이다.
6.3 대선에 출마한 주자들이 ‘윤심(윤석열 마음)’ 대신에 ‘오심’ 경쟁에 나서도록 만든 것도 오 시장의 몸값을 띄웠다는 평가다.
엄경용 이제형 기자 rabbit@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