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류 주도 ‘3파전’ 닮은꼴…제3세력 부재는 다르다
8년 만의 탄핵대선 민주 경선 관전포인트
정권교체 가능성 당·후보 지지율 앞서
지지층 사전결집 … 내란 위기감 변수
6.3 조기 대선을 겨냥한 더불어민주당 경선이 시작됐다. 대통령 궐위에 따른 조기 대선이라는 점에서 2017년 5월과 같은 ‘탄핵 대선’이다. 현직 대통령이 파면되면서 탄핵정국을 이끌어 온 세력에 의한 정권교체 기대감이 높다는 점도 닮았다. 개성이 뚜렷한 후보 3명이 경쟁하는 것도 닮은꼴이다. 8년 전 대선경선과 무엇이 같고 다를까.
이재명·김경수·김동연 후보는 16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관 민주당 당대표실에서 공명선거 실천 서약서에 서명했다. 민주당은 이날 충청권 권리당원 투표를 시작으로 경선일정에 돌입했다. ‘경선 결과에 절대 승복하겠다’는 서약서에 서명하면서 3명의 후보는 각각 단합을 강조했다. 이재명 후보는 “누가 되든 나라의 미래를 위해 이겨야 한다”고 말했다. 김경수 후보는 “역사적으로 민주당은 하나됐을 때 승리했고 분열했을 때 패배했다”고 말했다. 김동연 후보는 “네거티브(비방)하지 않고 비전과 정책을 가지고 당당하게 (경쟁) 하겠다”고 강조했다. 파면당한 대통령이 내란죄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고, 조기 대선에서 정권교체 가능성이 높다는 기대감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8년 전에도 그랬다. 한국갤럽 데일리오피니언 조사(2017년 4월 1주차. 이하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홈페이지 참조)에서 당시 정당 지지율에서 민주당 40% 자유한국당 8%였고, 제3정당이던 국민의당이 22%였다. 집권세력에 대한 심판을 통한 정권교체 전망이 대세였다. 2025년 4월 1주차(4일) 갤럽의 조기 대선 관련 ‘정권교체’ 기대가 52%(정권재창출 37%)로 높았다.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지낸 주류 후보가 주도하는 판에 자치단체장을 지낸 후보가 도전하는 3파전 구도라는 점도 비슷하다. 2017년에는 문재인 상임고문과 안희정 충남도지사, 이재명 성남시장이 경쟁했고, 이번 대선 경선에선 이재명 전 대표와 김경수 전 경남도지사,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경쟁을 벌인다. 경선 이후 ‘원팀’ 공방이 없을 것이라는 점도 닮았다. 2021년에 치러진 20대 대선 경선에선 이른바 ‘명-낙 대전’이라 불리며 이재명·이낙연 후보측이 거세게 부딪쳤고 결국 경선 이후에도 분열상을 극복하지 못해 본선 패배의 빌미가 됐다는 평가를 받았다.
물론 8년 전과 완전히 다른 흐름도 있다. 당시 박근혜 전 대통령이 파면 후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승복하고 여당이던 자유한국당이 승복한 것과 달리 윤석열 전 대통령은 파면결정에 불복에 가까운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런 외적 조건은 민주당 경선에서 ‘네거티브’ 선거 방식은 지지층의 우려를 키우기 때문에 실익이 없을 것이라는 전망으로 이어진다.
민주당 핵심관계자는 “내란이 끝나지 않는 상황에서 치러지는 경선에서 네거티브 공세가 통하지 않을 것”이라며 “상대에 대한 비방보다는 자신의 이야기로 진짜 실력을 보여줘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무엇보다 민주당 진로에 상당한 영향을 끼쳐온 호남을 비롯한 지지층의 사전결집이 뚜렷한 상황에서 치르는 경선이라는 점이다. 2016년 4월 열린 20대 총선에서 국민의당이 호남에서 돌풍을 일으키며 38석의 제3 정당의 지위를 확보했다. 1년 후 열린 2017년 대선에서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가 출마하면서 호남 유권자의 선택에 관심이 쏠릴 수밖에 없었다. 한국갤럽 조사(2017년 4월 1주차)에서 문재인 민주당 후보 38%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 35%로 박빙을 보였다. 호남의 지지를 받는 제3세력의 존재는 민주당으로선 핵심 지지기반이 흔들리는 중대 변수로 통한다. 민주당 지지층의 63%만 문재인 후보를 지지한다고 응답했었다. 물론 민주당 경선이 문재인 후보 승리로 끝난 후 민주당 지지층의 문 후보 지지입장은 81%로 높아졌다. 경선 후 결집이 이뤄진 것이다. 반면 2025년 4월 경선을 앞둔 민주당 지지층은 사전결집세가 뚜렷하다. 한국갤럽 4월2주차 차기 지도자 선호도 조사에서 민주당 지지층 81%가 이재명 후보를 선호한다고 답했다.
박지원(해남완도진도) 민주당 의원은 17일 KBS라디오 전격시사 인터뷰에서 “현 상황으로 보면 이재명 후보가 압도적으로 높게 나오지 않겠나 예상한다”면서 “3명이 후보가 치열한 정책대결로 민주당의 시각이 넓어지고 높아졌다는 점을 보여주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명환 기자 mhan@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