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통화정책 쌍끌이로 내수 떠받치기 나서나
한은, 기준금리 동결속 추가 인하 가능성
정부도 이르면 이번주 추경안 발표 예고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정책으로 전세계 교역질서가 흔들리는 가운데 경기 침체 방어가 시급해졌다. 정부가 이르면 이번주 12조원 규모의 추경 예산안을 내놓을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한국은행의 추가 기준금리 인하 시점이 주목된다.

한은은 17일 금융통화위원회를 열어 기준금리를 현행 연 2.75%에서 동결했다. 외환시장 변동성을 우선 고려했다는 평가다. 외환시장에서 환율은 1400원대 초반에서 후반까지 변동성이 커지고 있다. 주식시장 등 자본시장도 하루가 멀다하고 출렁이면서 기준금리를 성급하게 추가로 손대는 데 부담을 가졌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그동안 “특정 환율 수준을 목표로 하지 않는다”면서도 “환율 변동성은 경계해야 한다”는 입장을 거듭 강조해왔다. 여기에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조기 금리인하가 불투명한 상황에서 선제적으로 금리를 내리기 어려웠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현재 한국과 미국의 정책금리 차이는 연 1.75%p 수준이다.

문제는 갈수록 어려워지는 거시경제 흐름이다. 한은은 지난 2월 경제전망에서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당초 1.9%에서 1.5%로 하향 수정했지만, 최근 흐름은 이 마저도 어렵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글로벌 투자은행들은 이미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을 0%대 후반까지 낮춰잡고 있다. JP모건(0.7%)과 캐피털이코노믹스(0.9%) 등이 대표적이다. 이에 따라 한은이 다음달 공식 수정경제전망에서 성장률 전망치를 추가로 낮추면서 기준금리 인하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 높다. 최근 채권시장에서 국채금리가 빠르게 하락하는 점도 이러한 기대를 반영했다는 평가다. 전문가들도 대외 변수가 급변하지 않는 이상 이르면 다음달 기준금리를 추가 인하할 것이라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특히 정부가 이번주 대규모 추경안을 내놓으면 경기 부양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금리를 낮춰 줄 필요가 있다. 조기 대선 국면에서 정치권을 중심으로 통화정책 완화 속도를 높여 내수를 부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확대할 수도 있다. 이 총재도 16일 국회에서 “현재는 기준금리를 인하하는 사이클에 있다”면서 추가적인 인하 가능성을 시사했다.
다만 변수가 완전히 제거된 것은 아니다. 특히 트럼프 행정부가 추진하는 관세전쟁으로 인플레이션이 빠르게 상승하면 상황은 복잡하다. 그나마 에너지 가격 안정으로 국내 소비자물가가 2% 수준에서 상대적으로 안정을 찾는 상황에서 인플레는 통화정책 완화를 막는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부동산시장 동향도 변수다. 저금리 기조가 확산되면 주택가격 상승을 불러오고 가계대출 증가세로 이어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백만호 기자 hopebaik@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