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반의 양보, 절반의 성공…의정갈등 해법 찾아나선 정부

2025-04-17 15:05:49 게재

이주호 “수업 불참 유급 적용” … 의대생 복귀율 저조 속 ‘마지막 카드’

1년 넘게 이어진 의료계 갈등의 해결 실마리를 찾기 위해 정부가 ’반쪽 양보‘를 선택했다. 교육부는 17일 2026학년도 의과대학 모집인원을 증원 전인 3058명으로 확정한다고 발표했다. 의대생 복귀율이 기대에 미치지 못했음에도 의학교육 정상화를 위한 ’마지막 승부수‘를 던진 셈이다.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17일 브리핑에서 “의과대학 모집인원을 3058명으로 조정할 수 있도록 법령 개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브리핑에는 의과대학 선진화를 위한 총장협의회(의총협) 공동회장인 양오봉 전북대 총장과 이해우 동아대 총장,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의대협회) 이종태 이사장, 대한의학회 이진우 회장 등이 참석했다. 사진 교육부 제공

◆교육 정상화냐 원칙 고수냐, 갈림길에 선 교육부 = 이번 결정은 지난 3월 7일 발표한 ’의대 정상화 방안‘의 수정안이다. 당시 교육부는 “3월 말까지 의대생 전원 복귀를 전제로 2026학년도 모집인원을 2024학년도 수준으로 조정한다”는 방침을 밝혔다. 그러나 의대생들이 대부분 등록과 복학 절차는 밟았지만 실제 수업 참여는 저조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교육부는 ’원칙 고수‘와 ’현실 수용‘ 사이에서 고민했다. 원칙대로라면 복귀 전제조건이 충족되지 않았으므로 증원 계획을 그대로 유지해야 한다. 반면 현실적으로는 의대교육 혼란이 지속되고 의료 인력 양성에 심각한 차질이 빚어질 우려가 컸다.

결국 교육부는 의학교육계의 건의를 받아들여 ’교육 정상화‘ 쪽에 무게를 실었다. 이주호 부총리는 “정부가 현장의 의견을 계속 존중해주는 것이 3월 7일 발표 이후 계속 긍정적인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며 “궁극적으로 의료교육이 정상화되고 의료개혁이 정상궤도에서 추진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강경파 의대생 설득이 관건, 실효성에 의문 = 의총협과 의대협회는 이번 결정이 의대 교육 정상화의 전환점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양오봉 전북대 총장은 “이번 조치로 의대생 복귀에 있는 걸림돌이 모두 제거됐다”며 “오늘의 조치로 의대생들의 교육 정상화가 이루어질 것”이라고 자신했다.

이해우 동아대 총장은 “시간이 지날수록 의과대 학생들이 조금씩 더 돌아오고 있다”며 “학생들 복귀를 주저하는 학생들에게 좋은 메시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복귀 여부를 두고 강경한 입장을 고수해온 의대생들이 이번 결정만으로 곧바로 수업에 참여할지는 미지수다. 일부 의대생들은 필수의료 패키지 철회 등 의료정책 전반에 대한 변화를 요구하고 있어 정원 동결만으로는 복귀를 이끌어내기 어려울 수 있다.

특히 정부의 전제조건이 무력화된 상황에서 또다시 양보를 해준 것으로 비칠 경우 정책의 신뢰성과 일관성에 타격이 불가피하다. 일각에서는 “정부의 선제적 양보가 오히려 강경파 의대생들의 입장만 강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유급 현실화…교육환경 개선 시급 = 이번 결정과 함께 의학교육계는 2025학년도 학사 운영에서 ’예외 없는 학칙 적용‘을 강조했다. 이는 작년과 달리 수업 불참 시 유급 등 학칙에 따른 제재가 실제로 적용될 것임을 의미한다.

이종태 의대협회 이사장은 “2025학년 학사 운영은 학칙 준수가 기본 방침이며 학사 유연화와 같은 계획은 없다”며 “학생들은 스스로 피해가 없도록 책임 있게 행동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동아대학교는 이미 2026학번에게 우선수강권을 부여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는 교육환경이 2024·2025·2026학번 모두를 수용하기 어렵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이해우 동아대 총장은 “우리 대학은 시설상 최대 150명까지 수용 가능하지만, 세 학번이 동시에 들어오면 200명이 되어 수업이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2024·2025학번 트리플링 우려도 있지만 양오봉 전북대 총장은 “4월 말까지 60~70%, 80% 학생이 돌아온다면 더블링에도 못 미치게 된다”며 트리플링 가능성을 낮게 평가했다.

학생들의 분리교육도 큰 과제다. 교육부는 2024학번 학생들에게 5.5년 과정을 통해 졸업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의사 국가시험과 전공의 수련 기회도 확대할 계획이다. 김홍순 의대교육지원관은 “교육 기간은 단축됐지만 교육과정은 축소하지 않고 서머스쿨이나 윈터스쿨을 통해 필요한 교육을 모두 실시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부 입장에서는 의대 증원을 포기한 것은 아니다. 이주호 부총리는 “의대 증원은 과학적인 추계에 따라 2000명이 증가된 상태”라며 “2026학년도는 정원이 아니라 모집인원의 조정”이라고 설명했다. 2027학년도 이후에는 추계위원회를 통해 객관적 데이터에 기반한 모집인원 결정이 이루어질 전망이다.

◆의대생들의 결단 기다리는 정부와 의학교육계 = 이번 결정의 효과는 결국 의대생들의 선택에 달려 있다. 이주호 부총리는 “아직 복귀하지 않은 학생들이 결단할 차례”라며 “학사 일정과 입시 일정을 고려했을 때 이번이 마지막 기회”라고 강조했다.

이종태 의대협회 이사장은 “이제 남은 의료개혁 문제는 의료계 주도의 정책 전문가의 몫”이라며 “학생의 역할은 충분히 하였으며 이제는 수업에 참여하며 의견을 반영할 방법을 모색할 때”라고 당부했다.

이번 결정을 통해 정부는 대학입시의 불확실성을 해소하고 의대 교육을 정상화하는 데 중점을 두었다. 그러나 의대생들의 실질적인 복귀로 이어지지 않는다면, 정부의 의도와 달리 또 다른 혼란을 초래할 가능성도 있다.

이주호 부총리는 “오늘 발표로써 2026학년도 의대 모집인원에 관한 사회적 논란을 매듭짓고 이제는 의대 교육의 정상화 실현과 의료개혁에 힘을 모아 나가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의정갈등의 긴 터널에서 벗어날 수 있을지 의대생들의 선택에 관심이 쏠린다.

김기수 기자 kskim@naeil.com
김기수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