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증장애인 공직 진출 길 넓힌다

2025-04-18 13:00:23 게재

서울시 15년 연속 선발, 올해 6명

현재 장애인공무원 1908명 근무

고충상담 전담 상담사 제도 운영

서울시가 장애인들의 공직 진출 기회를 확대하고 있다.

시는 18일 중증장애인 6명을 일반직 공무원으로 선발하기 위한 모집공고를 실시했다고 밝혔다. 채용 분야는 일반행정, 행정시스템 및 전자결재시스템, 누리집 및 전자책 운영시스템 관리, 의회도서관 운영, 부동산정보관리 및 표준공시지가 관련 업무, 정보통신 시설 운영 및 스마트시티 통신기술 지원 관련 업무다.

시는 중증장애인 인재발굴 및 공직진출 기회 확대를 위해 최근 15년간 중증장애인을 채용하고 있다.

직무 수행이 가능하다면 일반 공무원 시험에도 장애인이 응시할 수 있다. 하지만 서울시 장애인 전형은 장애인을 별도 선발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장애인만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합격 가능성이 높다.

서울시 장애인 채용 정책에서 눈에 띄는 것은 장애인직원 전담 상담사다. 장애인 특성에 따른 고충, 업무 지원, 부서 이동 등 업무 환경과 인사 관련 업무 전반을 전담한다. 통상 타 지자체는 장애인 직원 가운데 한명을 선정해서 해당 업무를 겸직 시키지만 서울시는 전국 17개 광역단체 중 유일하게 전담 상담직원을 두고 있다.

◆시각장애인, 출퇴근 동행도 = 공직 사회 일각에선 장애인 채용에 부정적 의견도 적지 않다. 이들이 주로 문제 삼는 대목은 행정 서비스 품질 저하다. 장애 유형에 따라 적절하게 업무 분장이 되더라도 민원인의 불편을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다른 문제는 높은 비용이 든다는 점이다. 휠체어 이용 직원을 위해 사무실의 환경을 바꿔야 하고, 중증시각장애인이나 보행불편 장애인의 경우 출퇴근을 도와주는 근로지원인이 동행하기도 한다.

실제 장애인 직원에게는 많은 배려가 필요하다. 시각장애인에게는 문서를 확대해서 볼 수 있는 장치, 청각장애인에게는 전화 대신 민원 접수와 내부 소통에 필요한 장치를 제공해야 한다.

층마다 장애인 화장실은 필수이며 출입문에는 휠체어가 드나들 수 있는 통로도 만들어야 한다. 원활한 업무 수행을 위해 이들을 돕는 근로지원인이 따라 붙기도 한다.

◆장애인 채용 “낭비적 요소 아냐” = 하지만 장애인 단체들은 장애인 채용에 드는 각종 노력을 단순히 낭비적 요소로 봐선 안된다고 지적한다. 이들을 특별한 존재가 아니라 사회 공동체 일원으로 인식하고 취업 문을 확대하려면 그에 수반되는 지원과 예산을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얘기다.

장애인 단체들은 장애인직원 전담 상담사 제도가 모든 지자체로 확산돼야 한다고 말한다. 한 장애인단체 관계자는 “단순히 업무 배치에만 신경쓰다보니 엘리베이터가 없는 건물에 휠체어 이용 직원을 보낸다던가 장애인 화장실이 없는 청사로 인사발령을 내는 경우가 여전히 벌어진다”며 “업무뿐 아니라 시설 상황, 장애친화환경 등을 모두 파악하고 있는 전문 상담직원 운영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장애인 채용 확대는 여전한 과제다. 장애인고용촉진법에 따라 민간기업은 전체 인력의 3.1%, 공공기관의 경우 3.8%(2025년 기준)를 장애인으로 뽑아야 하지만 기업은 말할 것도 없고 다수 지자체가 이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고 있다.

서울시가 시각장애인 공무원들을 위해 해설사가 동행하며 안내하는 체험형 유적답사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사진 서울시 제공

25개 자치구를 포함, 서울시에 근무하는 장애인 공무원은 모두 1908명이다. 이 가운데 403명이 중증장애인, 1505명은 경증장애인이다.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장애유형은 지체장애(869명)이며 다음으로 시각(383명) 뇌병변(128명) 청각(123명) 장애인 순이다. 국가유공자나 보훈대상자 중 몸을 다친 상이등급자도 226명이 일하고 있다.

시 관계자는 “장애인을 비롯한 사회적 약자의 공직 진출 기회를 넓히고 실질적인 사회적 형평성을 실현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임용 이후에도 맞춤형 지원을 통해 장애인 공무원들이 안정적으로 근무하고 자신의 역량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제형 기자 brother@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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