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진영 비관론 팽배, ‘어게인 2017’될라
‘탄핵심판론’ ‘보수후보 분열’ 2017년 판박이
윤석열 파면 찬성 69% … ‘빅텐트’ 무산 조짐
2017년 5.9 대선을 앞두고 보수진영은 비관론에 휩싸였다. 보수 입장에선 사상 초유의 ‘탄핵 대선’을 이길 자신이 없었다. 박근혜 국정농단 사건에 대한 탄핵민심의 분노가 너무 컸기 때문이다. 당시 한국갤럽 조사(2017년 2월 28일~3월 2일 조사, 전화면접, 95% 신뢰수준에 오차범위 ±3.1%p, 이하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를 보면 ‘탄핵찬성’이 77%에 달했다. ‘반대’(18%)를 압도했다.
보수는 진보에 맞설 ‘카드’를 찾느라 우왕좌왕했다. ‘반기문 추대론’을 띄워보기도 했고, ‘보수 빅텐트’도 모색했다. 하지만 전부 허사로 돌아갔다. 갈수록 분열됐다. 그 결과 5.9 대선에는 자유한국당 홍준표(24.0%), 국민의당 안철수(21.4%), 바른정당 유승민(6.8%) 후보가 제각각 출마했고 민주당 문재인(41.0%) 후보에게 패했다. 홍준표·안철수·유승민 득표를 합치면 문 후보를 넘어섰지만 현실은 그냥 패배였다.
18일 정치권 취재를 종합하면 2025년 6.3 대선을 앞둔 보수진영에서 ‘어게인(again) 2017’에 대한 두려움이 크다. 무기력하게 정권을 내줬던 8년 전 대선과 6.3 대선이 ‘탄핵대선’ ‘분열 구도’라는 점에서 ‘판박이’이기 때문이다.
이번 대선도 보수 대통령 파면이 초래한 ‘탄핵 대선’이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12.3 비상계엄은 헌법재판소의 대통령 파면 결정을 불렀다. 그 자신도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형사재판을 받고 있다.
탄핵 여파의 필연적 결과이지만 어쨌건 지금 구 여권인 보수진영에서는 비관론이 팽배하다. 한국갤럽(8~10일 조사, 이하 앞선 갤럽 조사와 동일)이 윤석열 파면에 대해 묻자 ‘잘된 판결’이 69%로 나타났다. ‘잘못된 판결’은 25%에 머물렀다. 대선 승패를 좌우하는 중도층에서는 ‘잘된 판결’이란 응답이 80%에 달했다. 구 여권으로선 ‘탄핵 책임론’이란 족쇄를 차고 대선에 임할 수밖에 없는 처지인 것이다.
보수진영은 이번에도 진보에 맞설 카드를 찾느라 우왕좌왕하고 있다. 당내 다수인 친윤(윤석열)은 ‘한덕수 추대론’을 띄우고 있다. 8년 전 ‘반기문 추대론’이 떠오르는 장면이다. 홍준표·한동훈·나경원·안철수 등 국민의힘 유력 주자들은 ‘한덕수 추대론’에 반대한다. 한 권한대행이 출마를 결정한다고 해도 국민의힘 후보와 단일화가 쉽지 않을 것으로 점쳐지는 대목이다.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은 친윤이 압박하는 ‘빅텐트’ 구상을 거부한다. 이 의원은 지난 16일 연합뉴스 인터뷰에서 “단일화해서 이길 수 있는 방법이 없다”며 “나는 승리의 방정식으로 동탄 모델(대선 3자구도)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친윤이 기대하는 ‘빅텐트’ 후보군인 민주당 비명계 인사들도 합류를 거부했다.
결국 8년 전 ‘분열 구도’가 되풀이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14~16일, 전화면접, 95% 신뢰수준에 오차범위 ±3.1%p)가 민주당 이재명, 국민의힘 김문수·홍준표·한동훈, 개혁신당 이준석을 놓고 가상 3자 대결을 붙이자 보수 표가 분산되면서 이재명 후보가 오차범위 밖에서 여유 있게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구 여권 인사는 17일 “2017년과 마찬가지로 우리가 배출한 대통령이 파면되면서 실시되는 대선인데다, (보수) 후보단일화 가능성이 현재로선 극히 낮기 때문에 (구 여권에서) ‘2017년과 똑같은 결과가 나올 것’이라는 비관론이 커지는 게 사실”이라고 토로했다.
엄경용 기자 rabbit@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