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진영 비관론 팽배, ‘어게인 2017’될라

2025-04-18 13:00:24 게재

‘탄핵심판론’ ‘보수후보 분열’ 2017년 판박이

윤석열 파면 찬성 69% … ‘빅텐트’ 무산 조짐

2017년 5.9 대선을 앞두고 보수진영은 비관론에 휩싸였다. 보수 입장에선 사상 초유의 ‘탄핵 대선’을 이길 자신이 없었다. 박근혜 국정농단 사건에 대한 탄핵민심의 분노가 너무 컸기 때문이다. 당시 한국갤럽 조사(2017년 2월 28일~3월 2일 조사, 전화면접, 95% 신뢰수준에 오차범위 ±3.1%p, 이하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를 보면 ‘탄핵찬성’이 77%에 달했다. ‘반대’(18%)를 압도했다.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가 1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보수는 진보에 맞설 ‘카드’를 찾느라 우왕좌왕했다. ‘반기문 추대론’을 띄워보기도 했고, ‘보수 빅텐트’도 모색했다. 하지만 전부 허사로 돌아갔다. 갈수록 분열됐다. 그 결과 5.9 대선에는 자유한국당 홍준표(24.0%), 국민의당 안철수(21.4%), 바른정당 유승민(6.8%) 후보가 제각각 출마했고 민주당 문재인(41.0%) 후보에게 패했다. 홍준표·안철수·유승민 득표를 합치면 문 후보를 넘어섰지만 현실은 그냥 패배였다.

18일 정치권 취재를 종합하면 2025년 6.3 대선을 앞둔 보수진영에서 ‘어게인(again) 2017’에 대한 두려움이 크다. 무기력하게 정권을 내줬던 8년 전 대선과 6.3 대선이 ‘탄핵대선’ ‘분열 구도’라는 점에서 ‘판박이’이기 때문이다.

이번 대선도 보수 대통령 파면이 초래한 ‘탄핵 대선’이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12.3 비상계엄은 헌법재판소의 대통령 파면 결정을 불렀다. 그 자신도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형사재판을 받고 있다.

탄핵 여파의 필연적 결과이지만 어쨌건 지금 구 여권인 보수진영에서는 비관론이 팽배하다. 한국갤럽(8~10일 조사, 이하 앞선 갤럽 조사와 동일)이 윤석열 파면에 대해 묻자 ‘잘된 판결’이 69%로 나타났다. ‘잘못된 판결’은 25%에 머물렀다. 대선 승패를 좌우하는 중도층에서는 ‘잘된 판결’이란 응답이 80%에 달했다. 구 여권으로선 ‘탄핵 책임론’이란 족쇄를 차고 대선에 임할 수밖에 없는 처지인 것이다.

보수진영은 이번에도 진보에 맞설 카드를 찾느라 우왕좌왕하고 있다. 당내 다수인 친윤(윤석열)은 ‘한덕수 추대론’을 띄우고 있다. 8년 전 ‘반기문 추대론’이 떠오르는 장면이다. 홍준표·한동훈·나경원·안철수 등 국민의힘 유력 주자들은 ‘한덕수 추대론’에 반대한다. 한 권한대행이 출마를 결정한다고 해도 국민의힘 후보와 단일화가 쉽지 않을 것으로 점쳐지는 대목이다.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은 친윤이 압박하는 ‘빅텐트’ 구상을 거부한다. 이 의원은 지난 16일 연합뉴스 인터뷰에서 “단일화해서 이길 수 있는 방법이 없다”며 “나는 승리의 방정식으로 동탄 모델(대선 3자구도)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친윤이 기대하는 ‘빅텐트’ 후보군인 민주당 비명계 인사들도 합류를 거부했다.

결국 8년 전 ‘분열 구도’가 되풀이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14~16일, 전화면접, 95% 신뢰수준에 오차범위 ±3.1%p)가 민주당 이재명, 국민의힘 김문수·홍준표·한동훈, 개혁신당 이준석을 놓고 가상 3자 대결을 붙이자 보수 표가 분산되면서 이재명 후보가 오차범위 밖에서 여유 있게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구 여권 인사는 17일 “2017년과 마찬가지로 우리가 배출한 대통령이 파면되면서 실시되는 대선인데다, (보수) 후보단일화 가능성이 현재로선 극히 낮기 때문에 (구 여권에서) ‘2017년과 똑같은 결과가 나올 것’이라는 비관론이 커지는 게 사실”이라고 토로했다.

엄경용 기자 rabbit@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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