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상규명 먼데 속도 못내는 내란수사

2025-04-18 13:00:26 게재

윤석열 기소했지만 대통령실·국무위원 수사 답보

참모 휴대폰 대거 교체 … 커지는 증거인멸 우려

‘북한 도발 유도’ 외환유치 혐의 수사도 제자리

‘12.3 내란’과 관련해 윤석열 전 대통령과 군·경 중요임무종사자들이 재판에 넘겨졌지만 내란 전모를 밝히기 위해선 갈 길이 멀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통령실과 경호처의 가담 여부, 국무위원들의 역할, 외환 유치 시도 등 아직까지 제대로 드러나지 않은 의혹이 많아서다. 규명해야할 의혹이 많지만 관련 수사는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어 우려를 낳는다.

18일 법조계에 따르면 12.3 내란 진상 규명을 위해 대통령실에 대한 수사 필요성이 제기된다. 윤 전 대통령을 지근거리에서 보좌했던 대통령실 참모들이 비상계엄을 사전에 몰랐을 리 없다는 합리적 의심 때문이다. 실제 비상계엄 선포를 위해 소집된 국무회의에 참석한 국무위원들 중에선 대통령실로부터 연락을 받고 온 이들도 있었다. 당시 일부 국무위원들에게 전달한 계엄 조치사항이 담긴 문건도 대통령실에서 준비했을 가능성이 크다.

내란 관련 대통령경호처의 역할도 규명이 필요하다. 군 지휘관들은 지난해 경호처 비화폰인 이른바 ‘무궁화폰’을 지급받았으며 내란 당시 이 무궁화폰을 이용해 윤 전 대통령과 연락을 주고받았던 것으로 조사됐다. 경호처가 내란을 모의할 당시부터 관여한 것으로 의심받는 이유다. 특히 김성훈 경호차장 등은 윤 전 대통령 동선을 따라 경호했던 만큼 내란을 사전에 인지했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내란 당시 국무위원들이 어떤 역할을 했는지도 수사가 필요한 부분으로 꼽힌다. 비상계엄 선포 당시 최상목 부총리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비상입법기구 창설 등의 내용이 담긴 문건을 받는 등 일부 국무위원들에게 조치사항이 적힌 문건이 전달된 것으로 파악됐지만 이후 이행 여부 등에 대해선 아직까지 명확히 밝혀진 바 없다.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의 경우 언론사 단전·단수를 지시한 의혹을 받지만 관련 수사는 더디게 진행되고 있다.

이 전 장관과 박성재 법무부 장관, 이완규 법제처장, 김주현 대통령실 민정수석이 계엄 다음날인 지난해 12월 4일 삼청동 안가에서 가진 모임의 진상도 제대로 밝혀지지 않았다. 이 모임 직후 박 장관과 이 처장, 김 수석 등이 휴대폰을 교체한 사실이 드러나 의심을 키웠지만 이들은 “연말 모임이었다”는 해명만 반복하고 있다.

외환유치 혐의의 실체도 수사를 통해 밝혀야할 부분이다. 앞서 내란 비선으로 지목된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 수첩에는 “NLL(북방한계선) 인근에서 북의 공격 유도” 등 계엄 선포의 명분을 만들기 위해 북한의 도발을 유도하려 한 것으로 의심되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조사됐다. 또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등이 지난해 평양에 무인기를 침투시키거나 오물풍선 원점 타격 등을 지시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의심은 더욱 커지고 있다.

이처럼 12.3 내란 전모를 규명하기 위해선 밝혀야 할 의혹이 많지만 관련 수사는 어려움을 겪고 있다.

경찰은 지난 16일 대통령실과 한남동 공관촌을 압수수색해 비화폰 서버를 확보하려 했지만 경호처에 가로막혀 무산됐다. 이로써 경찰이 시도한 6차례의 압수수색 시도는 모두 실패로 돌아갔다. 윤 전 대통령과 내란 중요임무종사자들이 경호처 비화폰으로 소통한 만큼 비화폰 서버는 핵심 증거물로 꼽히지만 내란 사태 후 넉달이 넘도록 경찰은 접근조차 못 하고 있다.

경찰로부터 노 전 사령관 외환 혐의 사건을 이첩받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는 군경 내란 가담자들에 대한 잔여수사를 하느라 외환 의혹에 대해선 손을 못대고 있다. 공수처 검사 정원은 25명이지만 신규 검사 임명이 늦어지면서 14명의 검사가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현실적으로 신속한 수사를 기대하기 어렵다.

검찰은 윤 전 대통령 등 기소된 내란 가담자들에 대한 공소를 유지하면서 제기된 의혹들에 대해서도 수사하고 있지만 아직 가시적인 성과는 없는 상태다.

이런 가운데 대통령실 참모들과 국무위원들의 휴대폰 교체 사실이 알려지면서 증거인멸 우려를 낳고 있다.

강의구 부속실장은 지난해 12월 15일 휴대폰을 교체했고,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은 같은 달 12일 기종을 교체한 후 다음날 다시 두 번이나 기기를 바꾼 것으로 파악됐다. 홍철호 정무수석은 지난해 12월 5일과 올해 2월 18일, 이도운 대통령실 홍보수석은 지난해 12월 6일과 9일 휴대폰을 바꾼 것으로 나타났다. 이밖에 최진웅 전 국정메시지 비서관, 이기정 의전비서관, 윤재순 총무비서관등도 내란 직후 휴대폰을 교체한 것으로 파악됐다.

최 부총리는 16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휴대폰 교체 사실을 부인했다가 지난해 12월 7일 바꾼 사실이 드러나 논란이 되기도 했다.

검찰 관계자는 “구체적인 수사상황에 대해선 확인해줄 수 없지만 내란 전모를 밝히기 위해 제기되는 의혹들에 대해 수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구본홍·장세풍 기자 bhkoo@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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