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륵’된 윤 전 대통령…손절은 시간문제?
대선 과정 접어들며 ‘거리두기’ 기류 커져
나경원 “대선에서 ‘윤심팔이’ 하면 안돼”
21대 대선 경선 레이스가 본격화한 가운데 국민의힘에서 윤석열 전 대통령이 ‘계륵’과 같은 존재가 돼 버린 모습이다. 당심(당원 투표)이 반영되는 경선 통과를 위해서는 윤 전 대통령의 영향력을 십분 활용할 필요가 있지만 대선 본선에까지 내란 재판을 받고 있는 파면 대통령을 안고 가기는 힘들다는 판단에서다.
대선 후보가 정해지는 수순에 접어들면 당과 윤 전 대통령과의 결별은 자연스럽게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결국은 시간문제라는 얘기다.
이와 관련 국민의힘 관계자는 18일 “지금 국민의힘 지지자 중에는 윤 전 대통령을 지지하는 분들이 있고, 결별해야 한다는 분들이 있다”면서 “인위적으로 어느 순간 (출당 등 조치를) 하면 한쪽이 떨어져나갈 우려가 있기 때문에 전체를 고려해서 판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지금 단계에서는 결정하기 어렵다”면서 “대선 후보가 정해지면 그 후보가 대선 승리에 유리하다고 판단하는 방향에 따라 자연스럽게 결정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 국민의힘 경선 후보들 사이에서는 윤 전 대통령과 거리를 두는 듯한 발언이 부쩍 늘어난 모습이다. 특히 그동안 탄핵 반대 입장을 피력하며 윤 전 대통령을 옹호해왔던 ‘강성’ 후보들까지 서서히 입장을 선회하고 있다.
탄핵 국면에서 윤 전 대통령 구치소 접견, 관저 차담을 가졌던 나경원 후보는 17일 열린 국민의힘 ‘미디어데이’ 행사에 “대통령 선거에서 ‘윤심팔이’ 하면 안 된다”면서 기존 입장과 달라진 발언으로 눈길을 끌었다. 나 후보는 이날 오전 BBS라디오 인터뷰에서도 “새로운 대선을 이야기하는데 윤 전 대통령을 너무 내세우는 것도 안 좋다”면서 “윤 전 대통령에 대한 이야기가 자꾸 대선에 언급되는 것이 과연 맞을까 이런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홍준표 후보도 “나라가 참 혼란스럽다”면서 “그게 우리 윤석열 정권의 책임”이라며 윤 전 대통령과의 관계에 선을 긋기 시작했다. 탄핵 심판 전까지 홍 후보는 탄핵 기각을 예상하며 기각 후 “윤통의 획기적인 스테이트 크래프트(statecraft)를 기대한다”는 글을 페이스북에 남긴 바 있다.
비상계엄을 비판하고 탄핵 찬성을 주장해왔던 한동훈 후보는 “당 대표로 있을 때 윤 전 대통령이 평당원이 아닌 대통령 신분이었을 때 윤리위에서 제명을 공개적으로 지시했다”면서 “지금 와서 말하는 분들은 뒤늦었다”면서 그동안 ‘윤심’을 구애해온 이들을 우회적으로 비판하기도 했다.
반면 김문수 후보는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김 후보는 “당과 윤 전 대통령과의 관계는 당론을 가지고 결정할 문제”라면서 “제가 문제가 있다고 보는 것은 대통령 레임덕이 시작되거나 대통령에게 문제가 생기면 출당, 이런 식으로 자기들이 뽑은 대통령을 잘라내면서 위기를 모면하고 지지율이 회복하길 바라는데, 이것은 책임있는 정치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박소원 기자 hopepark@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