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로
한국에서도 오픈AI 같은 스타트업이 나올까
챗GPT를 서비스 하고 있는 오픈AI라는 회사를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런데 이 회사가 공익회사(Public Benefit Corporation/줄여서 B Corp)라는 사실을 정확히 알고 있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좀 더 나아가면 오픈 AI의 시작이 회사 (Corporation)가 아니고 재단 (foundation) 이라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더 적을 것이다. 한국적인 관점에서 보면 오픈AI 는 비영리 재단에서 출범해서 현재는 공익회사 (B Corp에 대한 한국의 모델이 없어서 편의상 붙인 이름이다) 정도인 것이다.
작년 CEO인 샘 올트먼 해고 사태는 바로 이 회사의 미래 지향 모델이 일부 이사진과 샘의 방향이 달라서 나온 문제였다. 샘을 해고하려고 했던 이사진들은 공익회사로 남아 있어야 한다는 것인데 CEO와 대다수의 직원들은 영리법인 즉 C-Corporation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주장이 대립해 생긴 일이다.
샘 올트먼 해고 사태의 본질 잘 살펴야
우리가 보아야 할 본질은 미국이 갖고 있는 법인 모습의 다양성 그리고 그 법인의 성격이 환경에 따라 변화될 수 있는 유연성일 것이다. 미국은 회사를 만들 때도 회사의 성격, 기술의 가치 그리고 비즈니스 전략상 다양한 법인 형태를 가지고 출발 할 수 있으며, 일정한 요건만 갖추게 된다면, 관계 당국의 심사를 거쳐서 법인의 형태를 다양하게 바꿀 수 있는 유연성이 있다.
오픈AI를 이야기하기 이전에 비슷한 법인 전환 스토리를 갖고 있는 도커 컴퍼니(Docker Company)라는 회사가 있다. 이 회사는 영리법인 상태에서 비영리 재단을 만든 후 현재는 통합된 영리 법인화되어 있는데 독자들이 들으면 깜짝 놀랄 비즈니스 전략이 있다.
이 회사가 만든 솔루션은 리눅스 OS위에 각종 소프트웨어를 패키징해서 원하는 솔루션을 쓰고 싶을 때 원하는 패키지를 갖다 쓸 수 있게 하는 솔루션이고 그 이름을 ‘도커 컨테이너'라고 불렀다. 쉽게 예를 들면 인터넷을 할 때는 도커 컨테이너 1번을, 게임을 할 때는 컨테이너 2번을 쓰는 식이다. PC나 스마트 폰에서는 이 솔루션이 필요 없지만, 클라우드 컴퓨팅으로 가면 수백만 가지가 넘는 서비스 앱 솔루션들이 사용되어야 하기 때문에 이러한 컨테이너 기술이 있다면 가장 최적의 조합의 솔루션을 만들어 쓸 수 있다.
도커 컴퍼니는 재단을 만들어 초기에 오픈소스로 클라우드 사업자들에게 무상으로 제공한 후 일정한 시간이 지나서 이 솔루션이 사실상 표준(De Facto Standard)에 가까운 기술이 되자 재단을 전환한 후 기존의 회사와 통합했다.
이 솔루션을 쓰는 글로벌 클라우드 사업자들은 자연스럽게 라이센스와 로얄티를 낼 수 밖에 없게 됐다. 이 회사는 현재 수천억달러를 투자 유치했으며 유니콘 회사를 넘어 차세대 기업공개(IPO) 기대주가 되어 있다.
한국도 이처럼 시작을 다르게 할 수 있는 다양한 법인 형태를 만들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이 제공되어야 한다. 공익재단 혹은 영리 기업의단편적인 구조를 넘어서 이 두 법인을 연결할 수 있는 중간 단계의 법인 형태 (미국의 공익법인, Public Benefit Corporation) 도 만들어서 기업의 성격, 비지니스 모델 그리고 성장 단계에 맞게 변화해 나갈 수 있게 해야 한다.
예를 들면 A 대학의 한 교수는 양자 컴퓨터 연구를 십수년 해 오고 있고 나름의 성과도 내서 저명한 학술지에 많은 논문과 특허도 내었다. 그런데 이 연구결과를 바탕으로 창업을 한 순간부터 랩에서 같이 연구한 학생이나 연구 기자재를 사용할 수 없을 뿐더러 자신이 만들어 놓은 특허는 소유권은 고사하고 전용해서 사용할 수 있는 전용실시권을 확보하기도 어렵다.
이런 상황에서는 원칙적으로는 바닥에서 다시 기업을 시작할 수밖에 없다. 이래서는 첨예한 글로벌 기술경쟁 하에서 경쟁력 있는 기업으로 키우는데 많은 제한이 있을 수밖에 없다.
다양한 법인 형태 위한 제도적 기반 제공 과제
다양한 법인의 형태 그리고 법인의 형태 변화가 제도적으로 뒷받침되는 미국의 환경이 초거대 스타트업을 키워내는 자양분임을 인정해야 한다. 한국의 제도 설계자들이 좀 더 유연하고 창의적인 사고를 기반으로 이런 환경을 만드는 것이 차기 정부의 중요한 숙제가 아닐까 생각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