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소비주가 ‘트럼프 관세 피난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글로벌 관세전쟁 속에 아시아 필수소비주가 새로운 투자처로 주목받고 있다. 필수소비주가 관세 영향을 상대적으로 덜 받는 데다 각국의 경기부양책 또한 주가 상승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어서다.
20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MSCI 아시아 태평양 소비재 지수는 4월 2일 이후 5% 상승하며 11개 업종 중 최고 수익률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주요 지수가 2.5% 하락한 것과 대조적이다. 미·중 관세 전쟁 격화에 따른 경기둔화 우려로 투자자들이 기술주·성장주에서 경기 방어의 성격을 가진 필수소비재 등으로 눈길을 돌린 것으로 해석된다.
반면 경기둔화 우려로 소비자들이 필수품만 사들일 것이란 관측에 MSCI 아·태 임의소비재 지수는 이달 5% 넘게 급락, 두 번째로 가장 큰 하락폭을 보였다.
싱가폴 투자 플랫폼 사쏘 마켓의 수석 투자 전략가 차루 차나나는 “글로벌 성장과 수출에 집중하던 투자자들이 이제는 내수 회복력에 주목하며 방어적인 자산으로 피신하고 있다”며 “재정적 혜택과 소비가 더 중요해지는 보호무역 시대가 도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골드만삭스와 모건스탠리는 이달 2일 발표된 관세 폭탄 이후 나온 보고서에서 아시아 소비재(필수소비재) 업종을 방어적인 전략으로 추천했고, 피델리티 인터내셔널은 정부의 부양책 수혜를 기대하며 가격이 하락한 중국 소비주들을 대거 매수했다고 밝혔다.
최근 중국 당국은 외식과 보건의료 분야 등 가계 지출 확대를 위한 48가지 조치를 발표했으며, 우리나라는 추가경정예산 규모를 12조원으로 늘렸다.
시장 혼란 속에서도 아시아 소비주는 미국과 유럽의 동종 업종보다 나은 흐름을 보이고 있다. 정책 지원에 대한 기대감이 빠르게 반영된 결과다. 골드만삭스는 지난 6일 보고서에서 아시아 소비재 업종 투자의견을 ‘시장 비중’에서 ‘비중 확대’로 상향 조정했고 JP모건도 최근 동남아시아 소비재 업종에 대해 비슷한 의견을 냈다.
도쿄해상자산운용인터내셔널의 최고투자책임자 히로노리 아키자와는 “소비재는 수요 변동폭이 적은 업종이며, 미국 수출 비중이 높은 종목도 많지 않다”며 “소비 촉진을 위해 중앙은행들이 금리를 낮추는 것이 긍정적인 시나리오”고 전망했다.
일각에선 필수소비재 투자에 따른 리스크가 존재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 전쟁에서 물러서지 않는 이상 내수와 관련된 주식이 계속 주목받을 것으로 관측했다.
애버딘 인베스트먼트의 제임스 톰 선임 투자이사는 인플레이션이 발생할 경우 소비가 위축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반면 AT글로벌 마켓의 닉 트위데일 수석 시장 분석가는 “관세 전쟁 상황 속에서 필수소비재는 여전히 투자자들로부터 주목받을 것”이라며 “위험자산에 대한 투자심리가 회복된다면 임의소비재 및 서비스 섹터로의 자금 이동도 기대할 수 있지만, 이는 미국 정부가 관세정책을 전환해야 가능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블룸버그는 아·태 필수소비재 지수가 향후 12개월 동안 MSCI 아태 지수보다 두 배의 달하는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했다.
한편, 우리나라 증권거래소에 따르면 삼양식품, 농심, 이마트, KT&G 등 국내 대형 내수주로 구성된 KRX 필수소비재 지수는 이달 6%이상 올랐다. 같은 기간 코스피200 지수는 2.9% 하락했다.
이주영 기자 123@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