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억만장자들 증시 급락 전 ‘절묘한’ 매도

2025-04-21 13:00:15 게재

저커버그·카츠·다이먼

1조원 넘게 현금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4월초 관세 조치를 발표하며 뉴욕증시가 급락한 가운데, 미국 주요 기업의 최고경영자(CEO)들과 억만장자들이 그 직전인 1분기 중 수조원대 자사 주식을 대거 매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블룸버그와 크립토폴리탄 등 외신들은 20일(현지시간) 내부자 거래 분석업체 워싱턴서비스 자료를 인용해 이 같은 사실을 보도했다.

가장 눈에 띄는 사례는 마크 저커버그 메타플랫폼(Meta) CEO다. 그는 아내 프리실라 챈과 함께 설립한 재단인 ‘챈 저커버그 이니셔티브’를 통해 올해 1~2월 사이 메타 주식 110만주를 매각했다. 매각 금액은 약 7억3300만달러(약 1조400억원)였으며, 당시 메타 주가는 736달러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던 시점이었다. 이후 메타 주가는 32% 하락했고, 저커버그의 순자산은 2590억달러에서 1780억달러로 줄었다.

오라클 CEO 사프라 카츠 역시 1분기 중 380만주를 처분해 약 7억500만달러(약 1조40억원)를 현금화했다. 오라클 주가는 이후 30% 넘게 하락했다. 해당 거래는 그녀가 주로 사용하는 ‘10b5-1 계획’에 따라 진행된 것이지만, 시점상 관세 발표 직전이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카츠의 자산은 블룸버그 기준 24억달러로 평가된다.

JP모건체이스의 제이미 다이먼 CEO는 1분기 중 약 2억3400만달러(약 3300억원) 규모의 지분을 매각했다. 2월 고점 직후의 거래였으며, 이후 4월에도 3000만달러 이상을 추가 매도해 올해 총 매각 규모는 2억 6500만달러를 넘어섰다. 다이먼의 자산은 30억달러로 집계됐다.

이외에도 팔란티어 테크놀로지스의 스티븐 코언 대표는 1분기 중 3억 3700만달러(약 4800억원)어치를 매도했다. 넛아닉스의 맥스 드 그룬, 팔로알토 네트웍스의 니케시 아로라, 넷플릭스 공동 CEO 테드 서랜도스, 더치 브로스 공동 창업자 트래비스 보어스마 등도 수천억원 규모의 지분을 정리했다.

이들 대부분은 ‘10b5-1 계획’을 통해 정기적 매각을 진행했지만, 매도 시점이 주가 고점과 맞물리며 시장의 이목을 끌었다.

워싱턴서비스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미국 상장사 내부자 3867명이 총 155억달러(약 22조원)에 달하는 주식을 매도했다. 이는 전년 같은 기간 281억 달러에 비하면 감소한 수치지만, 상위 인사들의 집중적인 매도는 눈에 띈다. 특히 지난해에는 제프 베이조스가 단독으로 아마존 주식 85억달러를 매각한 바 있다.

일반적으로 기업 내부자의 대규모 주식 매각은 투자자들에게 부정적인 신호로 받아들여진다. 경영진이 외부보다 더 많은 정보를 갖고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특히 시장 불확실성이 높아지는 시기에는 더욱 주목받는다.

이런 측면에서 이번 매각이 윤리적 논란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4월 2일 관세 발표를 “해방의 날(Liberation Day)”로 칭하며 시장에 충격을 줬다. 발표 직후 기술주 중심으로 증시가 급락했고, 일론 머스크는 올해에만 자산 1290억달러를 잃은 것으로 전해졌다. 일부 억만장자들은 이미 고점에서 빠져나갔지만, 일반 투자자들은 손실을 고스란히 떠안은 셈이다.

정재철 기자 jcju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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