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청 체불상담 이주노동자 체포 “인권무시”
경찰, 체류기간 넘겼다며 ‘수갑’까지 채워 … 이주인권단체 “미등록자 정부합동단속 규탄”
경찰이 임금체불 때문에 고용노동부 경기지청을 방문했던 미등록 외국인노동자를 불법체류 혐의로 수갑까지 채워 연행해 인권유린 논란이 일고 있다.
외국인이주노동운동협의회 등 200여개 전국이주인권단체는 21일 경기 수원시 수원출입국외국인청 앞에서 ‘인권을 무시하는 폭압적 미등록 이주민 단속 행태 규탄’ 기자회견을 열었다.
참석자들은 “경찰이 미등록자라는 이유로 경찰관직무집행법을 위반하며 이주민 인권을 무시하고 일방적 단속했다”며 “경찰은 고용청에서 체포행위에 대해 사과하고 재발장지를 약속하라”고 촉구했다.
수원중부경찰서는 18일 오후 6시 30분쯤 수원시 장안구 고용부 경기지청 안에서 ‘시비가 붙었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해 필리핀 국적의 미등록 이주노동자 A씨(41)를 출입국관리법 위반 혐의로 체포해 수원출입국관리소에 인계했다.
전국이주인권단체에 따르면 A씨는 2014년 7월부터 2024년 11월 초까지 용인시 처인구 S석재에서 석재시공 기술자로 일했다. A씨는 퇴사 후 사측에 퇴직금 등의 요구를 했지만 거절당하자 고용부 경기지청에 퇴직금과 연차수당 등 5000여만원을 받지 못했다며 진정서를 제출했다.
S석재 이 모 대표이사는 출석 전날이 17일 A씨에게 “고용청에 출석하면 경찰과 출입국에 신고할테니 나가지 말라”고 전화한 것으로 알려졌다.
18일 고용부 진정인 조사를 마친 뒤 귀가하려다 A씨를 기다리고 있던 S석재 이 모 이사가 근로감독관이 지켜보는 데도 A씨의 멱살을 잡는 등 시비가 붙었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A씨 체류기간이 만료된 것을 확인한 뒤 출입국관리법 위반 혐의로 수갑을 채워 A씨를 현행범으로 체포했다. 경찰은 A씨를 수원지방출입국사무소로 인계했다.
현장에 함께 있었던 고기복 ‘모두를 위한 이주인권문화센터’ 대표는 “경찰이 수갑을 채울 정도의 물리력 행사가 없었다”며 “미등록자라는 이유로 고용청 안에서 수갑을 채우는 등 행위는 이주민 인권을 무시한 일방적 단속”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A씨 경찰 조사과정에도 통역을 돕기 위해 동석하겠다고 했지만 거절당했다”며 “경찰의 행태가 정부합동단속 기간이라는 벌어졌다는 점에서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경찰관직무집행법에 따르면 현행범이거나 사형 무기 또는 장기 3년 이상의 징역에 해당하는 죄를 범한 범인의 체포, 도주 방지나 공무집행에 항거 제지 등에만 수갑을 사용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전국이주인권단체는 “고용부는 A씨의 임금체불 사건에 대해 철저히 조사해 피해자 권리구제에 만전을 기하고 S석재의 불법행위를 낱낱이 조사하라”고 촉구했다.
이어 “출입국은 퇴직금 등 임금체불 사건의 피해자에 대한 출입국사무소 구금조치를 즉각 해제할 것과 정부의 미등록자 정부합동단속을 중단하라”고 주장했다.
수원중부경찰서 관계자는 “시비로 인한 당사자의 피해가 없었다는 현장 진술이 있었고 A씨의 출입국 위반이 발견돼 체포했다”면서 “현장 경찰관이 도주 등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하기 위한 판단에서 수갑을 채웠다“고 말했다.
이어 ”출입국관리법 위반은 신속히 출입국관리소에서 인계해야 하기 때문에 경찰 차원의 조사자체가 없었기 때문에 통역 등 조력자의 동석이 필요했던 상황은 아니었다”고 설명했다.
한남진 기자 njhan@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