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정당 경선사 최고 득표율 달성할까

2025-04-21 13:00:15 게재

충청·영남 경선 89.56% ‘몰표’ … 2012년 박근혜 기록 깰 듯

증세·집무실 빼고는 무쟁점 경선 … ‘절대권력’ 리스크 또 부상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가 대한민국 주요 정당의 대선 경선 사상 최고 득표율을 기록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기존 최고 득표율 기록 보유자는 83.97%를 얻어 새누리당 대선 후보로 확정됐던 박근혜 전 대통령이다. 이 후보는 총 네 번의 지역순회 경선 중 현재까지 진행된 두 번의 경선에서 누적 득표율 89.56%를 얻어 박 전 대통령의 기록을 가볍게 넘겼다. 이른바 절대 권력 견제론이라는 이 대표의 해묵은 숙제가 또 부상할 조짐이 보인다.

이재명 대선 경선 후보, 정견 발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가 20일 울산시 울주군 울산전시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제21대 대통령선거 후보자 선출을 위한 영남권 합동연설회’에서 정견 발표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용태 기자

21일 민주당에 따르면 주말 사이 치러진 충청권과 영남권 경선을 합한 결과 기호 1번 이 후보가 12만3583표를 얻어 90%에 육박한 표를 얻었다. 기호 2번 김경수 후보는 5.17%(7131표), 기호 3번 김동연 후보는 5.27%(7271표)를 획득했다.

이 후보의 이같은 득표율은 주요 정당인 민주당과 국민의힘 계열 정당의 대선 후보 경선사를 따져봐도 유례 없이 높은 수치다. 대선 후보 경선 득표율 상 기존 1위는 박 전 대통령, 2위는 김대중 전 대통령(78.04%)이다. 물론 소수정당 중에선 90% 넘는 득표율로 대선 주자로 확정되는 경우가 있었다. 이준석 개혁신당 대선후보는 당 경선에 단독 입후보해 92.81%의 찬성표를 얻었다.

민주당 대선 경선이 반환점을 돌아선 상황에서 이 후보가 90%에 육박한 지지를 얻으면서 이 후보가 최고 득표율 기록 경신은 물론 민주당 대선 후보로 선출될 것이 거의 확실해지는 분위기다. 타 후보들이 적수다운 적수가 되지 못하면서 지역 순회 경선 현장은 이 후보의 ‘추대식’ 분위기다.

전날 울산에서 열린 영남권 경선에서도 이같은 분위기가드러났다. 대체로 화기애애한 분위기로 진행됐지만 이 후보를 제외한 다른 후보자들의 연설 때 일부 야유가 나왔다. 김동연 후보 연설 때 일부 참석자들이 “그 정도 하고 내려와라”고 외쳤고, 김경수 후보 연설 때는 “수박!”이라고 야유하는 장면이 목격됐다. 김경수 후보가 “대한민국을 만들 사람 누구냐”고 묻자 대다수 참석자들이 “이재명”이라고 크게 대답하는 해프닝도 있었다.

토론회에서도 별다른 쟁점이 부각되지 않고 있다. 예를 들어 이 후보의 감세론은 민주당의 정체성과도 연결된다는 점에서 충분히 쟁점화 가능성이 있지만 타 후보들의 지지세가 워낙 약해 묻히는 분위기다.

이 후보 캠프 내에서도 경선의 압도적 독주 흐름을 반갑지만은 않아하는 분위기다. 높은 득표율이 부각될수록 이 후보의 해묵은 숙제 ‘절대 권력 견제론’이 다시 부상하는 토양이 형성되기 때문이다.

이 후보가 대통령이 될 경우, 개헌 빼고는 모든 것이 가능한 압도적 국회 의석을 확보한 여당을 든든한 배경으로 둔 채 행정부까지 장악한 절대 권력이 등장할 수 있으니 이에 대한 견제가 필요하다는 논리가 ‘절대 권력 견제론’이다. 국민의힘 주자들은 이같은 논리로 국민들의 균형 감각에 호소하곤 하지만 민주당에선 딱히 시원찮은 반박 논리를 내놓지 못하고 있다.

한민수 민주당 수석 대변인은 21일 SBS라디오 인터뷰에서 ‘견제 없는 절대권력이 되는 것 아니냐’는 지적에 “국민들이 윤석열 전 대통령에게 데여서 우려하시는 것 같은데 기존에도 여당이 다수일 경우가 많았다”면서 “그런 우려는 기우”라고 말했다.

또 “누가 대통령이 되느냐가 중요한데 민주질서와 헌법을 지키고 소통을 하는 사람(이 되는 게 중요하다)”면서 “이 후보는 성남시장 경기지사 당대표를 지냈는데 만약 독단적으로 하고 협의하지 않는다면 과반 의석을 뛰어넘는 국민 지지를 받을 수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당내 시스템적 견제가 딱히 없는 상황에서 이 후보의 ‘자질’ 또는 ‘선의’에 기댄 방어논리만 펴고 있는 셈이다.

이 후보는 압도적 독주 분위기에 대해 말을 아끼며 ‘부자 몸조심’ 모드에 들어갔다. 이 후보는 전날 영남권 경선 후 “아직 절반 이상이 남아 있고, 민주당을 지지하는 국민들 의견도 남아있기 때문에 결과에 대해 속단할 수 없다”고 말했다.

울산=곽재우 김형선 기자 egoh@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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