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상목 방미에 막 오른 관세협의···“국익훼손 협상 안된다”

2025-04-22 13:00:22 게재

재무·통상 ‘2+2 통상협의’ 예정 … 의제 최종조율

트럼프 관세전쟁 가시화 뒤 첫 한미 고위급 면담

미일 협상 때처럼 트럼프 직접 나설 가능성 주목

한미 양국의 ‘2+2 통상협의(Trade Consultation)’를 기점으로 관세협상이 급진전될지 주목된다.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전쟁 가시화 이후 처음으로 한미 재무·통상 수장이 마주앉는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나설 가능성도 있어 협상전략 수립에 나선 정부가 최선의 협의를 끌어낼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일각에서는 권한대행 체제의 섣부른 협상은 국익에 돌이킬 수 없는 상처를 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22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오는 23~25일(현지 시간) 미 워싱턴 D.C.에서 개최되는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회의와 국제통화금융위원회(IMFC) 참석 등을 위해 출국한다. 최 부총리는 24일(현지 시간)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 함께 ‘2+2 통상협의’에 참여한다. 이 협의에는 스콧 베선트 미 재무부 장관, 제이미슨 그리어 무역대표부(USTR) 대표가 마주 한다. 이번 협의는 미 재무부가 먼저 제안했다. 트럼프 관세협상을 진두지휘하고 있는 베선트 장관이 최 부총리와의 면담을 제안한 이후 통상 수장도 함께 자리하기로 최종 결정됐다.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오른쪽)과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2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경제안보전략 태스크포스(TF) 회의에 참석해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홍해인 기자

◆트럼프 깜짝등장도 대비해야 = 통상협의 장소와 의제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일각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등판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6일 관세 협상을 위해 미국을 찾은 아카자와 료세이 일본 경제재생상과 만나겠다고 돌연 밝힌 바 있다. 이후 백악관에서 직접 만나 주일미군 주둔비 증액, 일본 내 미국산 자동차 판매 문제 등을 요구했다. 정부는 트럼프 대통령의 깜짝 등장에도 대비해야 하는 상황이다.

강영규 기재부 대변인은 “통상협의 의제는 조율 중”이라고 설명했다. 강 대변인은 “통상 현안 자체는 산업부가 주관돼서 한다”며 “(다만)통상이슈는 단순한 것이 아니고 다양한 이슈가 돌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이번 협의는 관세협상의 탐색전 성격이 강할 것으로 예상된다. ‘협상(negotiation)’이 아닌 ‘협의(consultation)’라는 표현을 택한 점도 주목된다. 구체적인 요구 조건을 주고받거나 결정하기보다는 상호 간 의견을 확인하는 자리가 될 전망이다.

트럼프 관세정책 발표 이후 처음으로 이뤄진 한미 고위급 면담인만큼 서로 의견을 공유하고 협상 방향성을 잡기 위한 출발점이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한덕수-최상목 미묘한 입장차 = 정부는 ‘국익 최우선’의 원칙 아래 미 관세정책으로 인한 피해를 최소화하는 데 주력한다는 전략이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언급된 무역균형, 조선, 액화천연가스(LNG) 3대 분야를 중심으로 한미 상호 간의 관심 사항을 구체적으로 확인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대선후보 차출론’이 있는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겸 총리와 실제 협상에 참여하는 최 부총리·안덕근 산업부장관의 발언을 보면 이번 협상에 임하는 시각차이도 엿보인다.

관세와 엮은 방위비 증액 논의, 알래스카 액화천연가스(LNG) 개발 참여 등 국가에 장기간 영향을 주는 사안에 대해 한 대행은 미국에 긍정적 신호를 보내고 있다. 반면 최 부총리와 안 장관은 ‘신중모드’다.

대표적인 사례가 방위비 언급이다. 한 대행은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와 인터뷰에서 미국과의 관세 협상에서 방위비 증액이 논의될지에 대해 “현재로서는 안보 문제를 논의할 명확한 틀이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사안에 따라” 방위비 협정을 재논의할 의사가 있음을 시사했다. 한국이 먼저 무역·안보 패키지 딜 가능성을 언급한 것이어서 파장이 큰 발언이었다. 하지만 통상당국은 “전혀 검토한 바 없다”는 입장을 바꾸지 않고 있다.

협상에 임하는 태도도 결이 다르다. 최상목 부총리는 지난 16일 국회에서 “미국과의 관세 협상은 절대 서두르지 않는다. 최종적인 결정은 새 정부에서 하면 된다”고 했다. 미국과의 이번 관세협상이 새 정부에 결정권을 넘겨주기 위한 ‘징검다리 협상’임을 분명히 한 셈이다. 반면 한 권한대행은 ‘대행체제 정부’가 지휘하는 협상의 민주적 정당성을 묻는 FT의 질문에 “‘대행 대통령’과 ‘선출된 대통령’이 할 수 있는 일 사이에 차이가 없다”고 강조했다. 국익에 영향을 주는 사안이라 할지라도 한 권한대행이 ‘지휘·결정’할 수 있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미국에 대한 태도도 다르다. 한 권한대행은 FT와의 인터뷰에서 “우리의 산업 역량, 경제 발전, 문화, 성장, 부는 모두 미국 덕분”이라며 ‘보은론’을 폈다. 반면 안덕근 산업부 장관은 “섣불리 협상을 타결하기보다는 짚고 넘어갈 사항이 있어 양국이 상호 호의적으로 풀도록 협의를 이어 나갈 것”이라며 ‘호혜’를 강조하고 있다.

◆“섣부른 협상, 국익에 치명타” = 이에 대해 더불어민주당은 ‘섣부른 대미협상이 국익을 해칠 수 있다’며 경고수위를 높였다. 전 청와대 국가안보실 2차장을 지낸 김현종 더불어민주당 ‘통상안보 TF’(태스크포스) 단장은 “국민 공감대가 없는 상황에서 대미 협상에 함부로 손 대는 건 국익을 훼손시킬 수 있단 점을 명심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김 단장은 “본인이 통상 전문가임을 자임하는 한 권한대행은 10년도 더 지난 과거의 경험에 사로잡혀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김 단장은 노무현 정부에서 통상교섭본부장으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을 주도했다. 또 민주당에서 전 당대표 특보단 외교안보보좌관을 맡는 등 ‘이재명의 외교 책사’로도 불린다.

김 단장은 “한 권한대행이 (미국과 통상 협상을 통해) 미국에 일방적으로 유리한 결과를 내면 통상 전문가로서의 명성도 무너뜨리고 차기 정부에 감당 어려운 부담을 지우는 것”이라며 “급하게 협상을 서둘러 반대 급부 없이 미국에 퍼주기면 하면 안 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권한대행 체제의 역할은 (조기대선일인) 6월3일까지 국민이 힘을 모아 지켜낸 헌정질서를 유지하는 것”이라며 “이게 권한대행 체제의 마지막 소임”이라고 했다. 그는 “국가간 협상은 나쁜 협상을 하느니 타결치 않는게 낫다는 신념으로 임해야 한다”고도 했다.

성홍식 기자 ki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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