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준비된 반격…하늘길 막히고, 돈줄 끊겼다

2025-04-22 13:00:22 게재

보잉기 반품, 사모펀드 철회 미중 관세전쟁 전방위 파장

미국과 중국 간 관세전쟁이 항공·금융·농산물 등 실물경제 전반으로 번지고 있다.

상징적인 사례는 최근 보잉(Boeing) 항공기의 ‘회항’이다. 중국 샤먼항공에 인도될 예정이던 보잉 737 맥스 항공기 한 대가 19일(현지시간) 워싱턴주 시애틀의 보잉 생산기지로 되돌아갔다. 이미 항공사 로고까지 도색을 마친 상태였으며, 중국 저장성 저우산의 완공센터에서 인도 직전까지 대기하던 기체였다. 이 항공기는 8000km 이상을 날아 괌과 하와이에 들러 연료를 보충하고 미국으로 돌아왔다.

이틀 뒤인 21일 또 다른 보잉 737 기종 항공기가 괌에 착륙해 동일 경로로 귀환 중인 것이 확인됐다. 로이터 통신은 이들의 복귀가 어느 쪽의 결정인지는 불분명하나, 미국의 공격적인 관세정책에 따른 상징적 반작용으로 해석했다.

블룸버그 통신은 중국 당국이 자국 항공사들에 보잉 항공기 인수를 중단하라는 지시를 내렸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이후 중국산 수입품에 대해 145%의 추가 관세를 부과했고, 중국도 최대 125%의 보복관세로 맞서고 있다. 이로 인해 중국 항공사들이 미국 항공기 인수를 꺼리거나 인도를 연기하는 현상이 확산되고 있다.

일부 항공사 최고경영자(CEO)들은 “관세를 내느니 인도를 미루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보잉으로서는 당장 계약 불이행 위험뿐만 아니라 향후 신규 수주에도 타격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금융시장도 예외는 아니다. 20일 파이낸셜타임스에 따르면 중국 국영 펀드들이 미국 사모펀드에 대한 투자를 철회하고 있다. 블랙스톤, 칼라일, TPG, 비스타 등의 주요 펀드가 영향을 받고 있으며, 중국투자공사(CIC)와 국가외환관리국(SAFE)도 자금 회수를 시작했다.

중국 정부의 지시에 따른 조치라는 관측이다. 중국은 이미 미국 본사 펀드에 대한 신규 투자 배정 자체를 철회한 사례도 있다. 그간 중국은 간접투자를 통해 미국 내 기업 인수나 기술 확보에 나섰으나, 이제는 이러한 흐름도 제동이 걸린 셈이다.

농산물 수입 역시 급감하고 있다. 21일 니혼게이자이(닛케이) 신문 아시아판은 지난 1월 16일 이후 중국의 미국산 대두 예약 구매가 전무하다고 밝혔다. 이는 보복관세 이전부터 시작된 조치다. 중국은 이미 트럼프 1기 당시 수입처를 브라질 등으로 다변화했으며, 브라질 대두생산자협회에 따르면 4월 첫 주에만 240만톤 규모의 대두 계약이 체결됐다. 여기에 면화, 밀, 원유, 천연가스 등도 포함된 보복관세가 가해지며 수입은 전년 대비 30~90% 이상 급감했다. 특히 에너지 부문에서는 2월 이후 미국산 액화천연가스(LNG) 구매가 사실상 중단된 상태다.

외교적 충돌도 계속되고 있다. 미국이 홍콩 고위 당국자 6명을 제재하자, 중국은 21일 미국 의원, 관리, NGO 수장을 제재하겠다고 밝혔다. 중국 외교부는 “홍콩은 중국의 내정”이라며 “미국의 간섭은 용납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는 단순한 상징적 대응이 아닌, 양국 간 외교적 긴장을 제도권 외교 무대까지 끌어올리는 수순으로 풀이된다.

중국은 또 미국과 관세 협상 중인 제3국들을 향해 “중국의 이익을 희생해 미국과 거래할 경우 보복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상무부는 홈페이지를 통해 “중국은 대등한 보복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공식 입장을 밝혔다. 이는 사실상 ‘반중 연대’에 대한 사전 경고이자 국제무대에서 중국의 입장을 지키겠다는 의지를 천명한 것이다.

이처럼 미중 간 충돌은 단순한 무역 분쟁을 넘어 실물경제 전반을 흔들고 있다. 하늘길이 막히고, 돈줄이 끊기고 있다. 이제 관세전쟁은 글로벌 공급망과 자본시장 전체에 실질적 위협으로 다가오고 있다는 지적이다.

정재철 기자 jcju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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