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삶을 움직이는 힘, 장애인 운전면허지원의 의미

2025-04-22 13:00:22 게재

매년 4월 20일은 ‘장애인의 날’이다. 장애인의 권리와 복지를 증진하고, 나아가 사회 전반의 인식 변화를 이끌기 위해 제정된 날로, 단순한 기념일을 넘어 모두가 함께 살아가는 포용 사회를 향한 다짐의 의미를 담고 있다.

오늘날 장애인의 삶의 질에 영향을 미치는 핵심 요소 중 하나는 ‘이동권’이다. 장애인의 교통 접근성을 향상하기 위한 다양한 제도적 개선이 이어지고 있지만 현실의 장벽은 여전히 높다. 특히 농어촌이나 외곽 지역의 경우 이용 가능한 교통수단 자체가 부족해 일상적인 이동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러한 제약은 곧 생활 전반의 불편으로 이어지며 결과적으로 사회 참여의 기회를 가로막는 원인이 된다.

이러한 상황에서 ‘운전’은 장애인에게 단순한 이동 수단을 넘어 삶의 주도권을 확장하는 중요한 열쇠가 된다. 자동차는 비장애인에게는 일상적 교통수단이지만, 장애인에게는 자율성과 독립성을 상징하는 매개체이자 가족과 직장, 지역사회를 이어주는 연결고리이다. 그런 점에서 운전면허는 단순한 자격증이 아니라 자신의 삶을 스스로 설계하고 주도할 수 있다는 가능성과 자신감을 상징한다.

운전, 장애인에게 삶의 주도권 확장 열쇠

하지만 많은 장애인이 운전이라는 낯선 선택지 앞에서 막막함을 느낀다. 시작조차 어려워 주저하거나 정보 부족으로 시도하지 못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이에 한국도로교통공단은 장애인이 운전면허를 취득함으로써 더 넓은 삶의 영역을 개척할 수 있도록, ‘디딤돌 운전면허지원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지난 2013년 부산 남부운전면허시험장에서 시작된 이 센터는 현재 전국 13개곳으로 확대됐다. 오는 9월에는 안산에 새로운 센터도 문을 열 예정이다. 센터는 운전을 처음 접하는 예비 운전자와, 사고나 질병 이후 운전을 다시 시작하려는 이들을 위한 맞춤형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신체능력 평가, 운전 보조장치 교육, 학과·기능·도로주행 교육 등 모든 과정을 무료로 제공하며, 면허 취득 이후에도 일상 복귀를 돕는 연계 상담까지 원스톱(One-Stop) 서비스를 지원한다.

실제로 지체장애인 김양자(64)씨는 고관절 염증으로 일상생활과 이동에 큰 불편을 겪던 중 센터의 지원을 받아 운전면허를 취득했다. 지인이 tbn교통방송 라디오에서 들은 장애인 대상 무료 운전 교육 프로그램 정보를 김씨에게 전했고, 김씨는 운전에 도전하기로 결심했다. 이후 집에서 가까운 포항 디딤돌 운전면허지원센터를 찾아 전문 작업치료사에게 신체 보조장치와 차량 개조 방안에 대해 상담 받고 교육용 특수 차량으로 반복 연습을 거듭한 끝에 지난달 운전면허를 취득했다.

지금까지 디딤돌 운전면허지원센터에서 상담과 교육을 받은 사람은 약 2만5000여 명이며, 이 중 1만1500여명이 운전면허를 취득했다. 센터는 단순히 운전 기술을 익히는 장소를 넘어, 장애인의 자립과 사회 참여를 가능하게 하는 출발점이 되고 있다.

장애인 자립과 사회참여의 출발점으로

한국도로교통공단은 장애인이 자유롭고 당당하게 사회와 연결될 수 있도록 디딤돌 운전면허지원센터의 역할을 지속적으로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누구에게나 열려 있는 길, 모두가 편리하고 안전하게 이동할 수 있는 교통 환경을 만들어가기 위한 공단의 노력은 앞으로도 멈추지 않을 것이다. 그 길 위에 모든 이가 자신의 삶을 스스로 이끌어가는 당당한 여정이 함께하길 바란다.

박기영 한국도로교통공단 포항 디딤돌 운전면허지원센터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