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대미 관세협상서 쌀 수입 확대 등 검토
자동차 품질검사 등 수입절차 완화도 … 방위비 연계에는 신중, 굴욕외교 논란 불거져
일본이 트럼프행정부와 관세협상에서 양보안으로 쌀 수입 확대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21일 쌀 수입 확대 방안이 정부 내에서 대미 관세협상 수단으로 주목받고 있다고 전했다.
일본의 쌀 수입 문제는 미국 정부가 그동안 계속 문제 삼았던 사안이다. 일본정부는 현재 해마다 34만톤 가량인 쌀 수입량을 늘려 미국과 협상의 지렛대로 삼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이에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6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열린 미일 장관급 1차 관세협상에 예고없이 등장해 일본의 농산물 무역장벽 폐지 등을 주장하기도 했다. 특히 이 문제는 최근 일본내 쌀 공급 부족 문제와 맞물려 유력한 대안으로 거론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은 최근 이상고온과 유통망 문제 등으로 지난 1년간 쌀값이 두배 가까이 폭등하면서 국민들의 불만이 폭증하고 있다.
자동차 수입 절차의 완화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자동차 수입 과정에서 시행하는 충돌사고 성능 시험 기준 등을 완화하는 방식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연간 판매 대수가 적은 모델 등에 한해 차량 시험을 생략하는 방안 등도 검토되고 있다”며 “미국은 그동안 수입차 시험과정이 수개월 걸려 비관세 장벽 역할을 한다고 불만을 보였다”고 했다.
하지만 정부의 이러한 방안에 대해 일본내 반발도 예상된다. 특히 올해 여름 예정된 참의원 선거를 앞두고 쌀 수입을 확대할 경우 농민들의 저항이 예상돼 자민당 내부에서는 우려도 나온다. 수입 자동차 안전 규제 완화에 따른 사고 위험도 논란이다.
이시바 시게루 총리는 이날 NHK 토론 프로그램에 나와 “먹거리의 안전을 양보하는 일은 없다”면서 “(트럼프 행정부가) 불공정하다고 말할 수 없도록 깔끔하게 정리하겠다”고 말했다.
미국측이 관세협상과 안보 문제를 연계하는 것에 대해서는 일단 부정적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주 장관급 관세협상 자리에 갑자기 나와 안보와 관세 문제를 함께 해결하자는 주장을 한 것에 대해 미국측 의도에 끌려가지 않겠다는 의도로 읽힌다. 이시바 총리도 “안전보장과 무역을 함께 논의하는 것은 사리에 맞지 않다”고 말했다.
한편 일본 내에서는 지난 주 열린 대미 협상 과정에서 아카자와 료세이 경제재정담당 장관이 보여준 태도에 대해 대미 굴욕외교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아카자와 장관은 당시 트럼프 대통령 앞에서 자신을 낮춰 부르는 ‘가쿠시타’라는 표현을 써 외교적 저자세라는 논란을 불렀다. 특히 트럼프 앞에서 지지자들이 많이 쓰는 ‘MAGA’가 쓰여진 모자를 쓰고 이러한 표현을 한 것에 대해 부적절한 행동이었다는 비판이 나온다.
이와 관련 일본 정부 내부에서는 ‘굴욕 외교’라는 논란이 커지자 향후 대미 협상을 서두르지 않겠다는 분위기가 읽힌다. 쌀과 자동차 등 미국산 수입품에 대한 비관세 장벽을 낮추는 방안 등을 적극 검토하면서도 방위비 문제와 관련한 미국의 압박에 일방적으로 끌려가지 않겠다는 의도로 분석된다.
백만호 기자 hopebaik@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