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 취득세 중과세 기준 1억→2억원 완화
침체된 주택시장 활성화 기대
국회는 2주택 중과 폐지 논의
기존 2주택 보유자인 A씨는 올해 3월 직장이 비수도권으로 이전해 출퇴근이 어려워졌다. A씨는 직장이 있는 지역에 거주 목적으로 공시가격 1억5000만원의 소형 아파트 1채(매매가 2억원)를 추가 구매하려고 했지만, 취득세 중과세 부담 때문에 선뜻 나서지 못했다. 3주택자로 8%의 중과세율이 적용되면 1600만원의 취득세를 납부해야 하기 때문이다. 만약 A씨가 4주택 이상이라면 중과세율은 12%를 적용받아 2400만원을 내야 한다.
하지만 다주택자의 지방 저가주택 취득세 중과세 기준이 공시가격 1억원에서 2억원으로 완화되면서 취득세 부담이 크게 줄어 들었다. A씨처럼 다주택자라도 지방에 있는 2억원 미만 주택을 구매하면 중과세가 아닌 1% 기본세율만 부담하면 되기 때문이다.
행정안전부는 다주택자의 취득세 중과세 적용 제외 저가주택 기준을 지방에 한해 현행 1억원에서 2억원으로 완화하는 ‘지방세법 시행령’ 일부개정안이 22일 국무회의를 통과했다고 밝혔다. 침체의 늪에 빠진 지역 부동산시장 활성화를 위해 긴급 처방이라도 해보려는 의도로 시행하는 조치다.
이날 개정된 지방세법 시행령에 따르면 올해 1월 2일 이후 지방에 소재한 공시가격 2억원 이하 주택을 구매할 경우 납부해야 하는 취득세는 기존 보유 주택 수와 관계없이 중과세율(8%, 12%)이 아닌 기본세율(6억원 이하 1%)이 적용된다. 개정안이 적용되는 지방의 범위는 수도권인 서울·경기·인천을 제외한 지역으로 비수도권을 말한다.
또한 올해 1월 2일 이후 지방 소재 공시가격 2억원 이하 주택을 취득한 뒤 다른 신규 주택을 구매한 경우, 기존 2억원 이하 주택은 주택 수에서 제외된다. 즉 새로 구매한 주택의 취득세율 산정 시 지방 소재 공시가격 2억원 이하 주택은 한 세대의 보유 주택 수에서 빠진다는 의미다.
한순기 행안부 지방재정경제실장은 “이번 개정안으로 지방의 주택 거래가 조금이나마 활성화되어 침체한 주택시장이 살아나길 기대한다”며 “앞으로도 지역 경제 활성화 및 민생 안정 등에 도움이 될 수 있는 방향으로 지방세 제도를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이 같은 조치는 지방 주택시장이 얼마나 침체해 있는지 잘 보여준다. 실제 한국주택협회에 따르면 올해 1월 기준 전국 미분양 주택은 7만2624호에 달하며, 이 가운데 73%인 5만2876호가 비수도권 주택이다. 특히 지방 미분양 주택은 2023년 8월 이후 17개월 연속 증가하고 있으며, 2012년 5월 이후 최대치를 기록하고 있다.
국회가 2주택자 중과 제도 자체를 폐지하는 논의를 진행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구자근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달 조정대상지역 비조정대상지역과 관계없이 2주택자 중과 제도를 폐지하는 내용의 지방세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이 개정안에는 2주택자 중과 폐지와 함께 3주택 이상에 적용되는 중과세율도 각각 50%씩 인하하는 내용이 들어있다. 구자근 의원은 “취득세 중과로 인해 다주택자의 신규 주택 매입이 위축되면서 주택 거래량이 감소하고 있고, 이는 부동산중개업 건설업 등 연관 산업의 침체를 초래하고 있다”며 “특히 수도권 투자 선호를 강화해 지방 부동산시장 회복을 더욱 어렵게 만들고, 지방세수 감소로도 이어져 지방재정 운영에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고 주장했다.
김신일 기자 ddhn21@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