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전쟁 속 주식·달러·국채 ‘셀 아메리카’ 가속화

2025-04-22 13:00:53 게재

트럼프 연준 때리기에 증시 급락

국채·달러 투매는 금융시장 경고

관세전쟁 불확실성이 지속되는 가운데 미국 시장에서는 주식과 달러, 국채를 모두 팔아치우는 ‘셀 아메리카’ 흐름이 가속화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 의장에게 즉각적인 금리 인하를 압박하는 등 연준의 통화정책 독립성 훼손 우려까지 겹치면서 투자자들은 안전자산이라던 미 국채와 달러를 내던지는 모습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파월 의장 흔들기, 해임 시도에 대해 월가의 부정적 기류가 소위 트리플 약세(미국 주가, 국채가격 및 달러화의 동반 하락)으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증권가 전문가들은 미국 증시에서 본격화하는 ‘셀 아메리카’ 현상에 따른 투자심리 악화와 변동성 확대를 우려했다. 달러 급락 현상의 가장 주된 요인은 트럼프 행정부 정책에 대한 시장의 우려 혹은 경고라는 지적도 나온다.

◆관세 협상 불리하게 돌아가자 연준에 화살 = 21일(현지시간) 뉴욕 증시는 트럼프 대통령의 연준 때리기에 급락했다. 이날 뉴욕증시에서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971.82포인트(-2.48%) 떨어진 38,170.41에 거래를 마쳤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124.50포인트(-2.36%) 내린 5,158.20에,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종합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415.55포인트(-2.55%) 내린 15,870.90에 각각 마감했다.

관세 협상이 잘 진행되고 있다는 트럼프 행정부의 낙관론과 달리 멕시코와 일본 등 상대국은 협상이 쉽지 않을 것임을 시사했다. 중국 역시 국익에 반하는 협상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거듭 밝히는 등 관세 협상이 난항을 겪는 모습이다.

미국의 관세 협상이 불리하게 돌아가는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파월 연준 의장을 겨냥해 사퇴 압박과 함께 금리 인하를 거듭 요구한 결과, 통화정책에 대한 우려까지 커지면서 금융시장에서 미국 자산에 대한 투매 움직임이 나타났다. 뉴욕증시 3대 지수가 일제히 2% 중반대 급락했다. 특히 7대 기술기업 ‘매그니피센트7(M7)’이 모두 하락한 가운데 엔비디아는 4.5%, 테슬라는 5.8% 급락했다.

미국 국채 가격도 연준 의장 해임설에 장기물 위주로 급락했다. 10년 만기 미 국채 수익률은 전 거래일보다 9bp(1bp=0.01%포인트) 오른 연 4.413%로 마감했다.

◆달러화 약세 지속 전망= 달러화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장중 97.9까지 저점을 낮추며 2022년 3월 이후 3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다. 속절없이 급락 중인 달러화지수는 상호관세 발표(4월 2일) 이후 약 5.3% 급락하면서 올해 들어서 약 10% 가까운 폭락세를 보여주고 있다. 특히, 올 초부터 이달 21일까지 달러화 하락폭은 1970년 초 이후 같은 기간 기준으로 가장 가파른 하락 속도다. 달러화 급락 현상은 글로벌 자금의 미국 자산 탈출을 의미한다는 측면에서 주목된다.

박상현 iM증권 이코노미스트는 “달러 급락 현상의 가장 주된 요인은 트럼프 행정부 정책에 대한 시장의 우려 혹은 경고일 수 있다”며 “시장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고율의 상호관세를 추진함으로써 경기 침체 및 물가 리스크를 동시에 자극하는 등 트럼프 행정부 정책은 시장의 신뢰를 잃어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미중 갈등은 타협점을 찾기보다는 갈등의 골이 더욱 깊어지고 있는 현상도 미국 경제와 금융시장에 큰 부담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감을 자극하는 동시에 달러화 약세 압력으로 작용 중이다.

◆연준 의장, 대통령에 의해 해임된 사례 없어 = 여기에 트럼프 대통령이 파월의장 흔들기에 나선 것 역시 금융시장은 물론 달러화에 악재로 작용했다.

블룸버그는 이날 “트럼프 대통령이 파월 의장을 해임해야 한다고 압박하면서 중앙은행의 독립성과 대통령의 연준 의장 해임 가능 여부에 관한 논의가 확대되고 있다”며 “정치인의 편향적인 금리 인하 선호는 문제를 심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어 “과거 파월 의장은 인플레이션 판단에 오류를 범했지만 결국 경기침체 회피에 성공했고, 연준의 양대 책무를 합쳐 산출한 고통지수 6.6% 역시 매우 낮은 수준”이라며 “파월 의장 해임의 법적 근거는 불충분하다”고 평가했다. 블룸버그는 그럼에도 파월 의장을 해임할 경우 “연준의 안정성과 세계 금융 초석에 대한 기대 상실로 이어져 글로벌 금융위기 초래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다만 조연주 NH투자증권 연구원은 “1913년 중앙은행이 설립된 이후 연준 의장이 대통령에 의해 해임된 사례는 없었고, 스콧 베센트 재무부 장관 역시 연준 의장 해임으로 얻는 이득은 크지 않다고 반대하고 있어 이에 대한 우려는 과도하다”고 판단했다.

김영숙 기자 kys@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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