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모펀드, 금융규제 외에 노동규제도 필요”

2025-04-22 13:00:58 게재

‘MBK 투기자본 규제 방안’ 토론회

사모펀드, 인수 후 인력감축 일상화

노동규제로 ‘먹튀식 경영’ 예방 가능

MBK-홈플러스 사태로 인해 사모펀드에 대한 규제 요구가 커지는 가운데 레버리지 강화 등 금융 측면뿐만 아니라 노동자 보호를 위한 노동규제를 병행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홈플러스의 경우 MBK가 기업을 인수한 이후 9년간 현장인력이 1만여명 줄어들었다.

21일 정혜경 진보당 의원 주최로 열린 ‘홈플러스 사태로 본 투기자본 MBK 규제 방안 마련’ 토론회에서 정승일 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 이사는 “사모펀드 규제 중 중요한 부분이 노동규제”라면서 “MBK가 홈플러스를 인수했을 때 노조에 미리 통보했는지 모르겠지만, 유럽의 경우에는 미리 하거나 적어도 인수하자마자 바로 통보하도록 돼 있다”고 말했다.

정 이사는 “이사회로 하여금 노조에게 우리가 왜 투자했고 어떤 펀드인지 하는 정보를 노조에게 이야기하도록 권고를 하고 있다”면서 “그렇게 하지 않으면 규제 위반”이라고 밝혔다.

정 이사는 “대부분의 서유럽 국가들은 노동이사제를 도입하고 있는데, 이렇게 노동자의 경영 참여가 활성화된 기업은 사모펀드들이 잘 인수하려고 하지 않는다”면서 노동규제를 통해 사모펀드의 먹튀식 경영 행태를 예방하는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임수강 민주노동연구원 정책자문위원은 “우리나라는 다른 나라와 달리 정부 주도로 토종 사모펀드를 육성하면서 경영 참여형 사모펀드 제도가 도입됐다”면서 “이러한 특성 때문에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다른 나라들이 사모펀드 규제를 강화하는 모습을 보이는데도 우리나라는 오히려 지속적으로 규제를 완화했다”고 지적했다.

임 위원은 “사모펀드 규제보다 육성에 초점이 맞춰지면서 상대적으로 느슨한 감독이 이뤄지고 있는데 이는 끊임없이 이어지는 금융사고의 요인으로 지목되고 있다”면서 “좋은 거버넌스를 통해 기업 가치를 높인다는 사모펀드의 약속이 지켜지고 있는지 의문이며, 이에 비해 사모펀드가 일자리를 파괴하고 기업을 위험에 빠트리는 모습은 두드러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임 위원은 노동 규제와 관련해 고용에 영향을 주는 회사 정책은 노동조합과 인수부터 자금회수 단계까지 사전 협의를 의무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사모펀드와 행동주의 펀드가 도입한 새로운 경영 형태에 대해 노동조합이 이의를 제기하거나 협상할 수 있는 매커니즘을 확보하자는 얘기다.

이러한 방향성을 담은 법 개정 방향도 제시됐다. 정혜경 의원실 조인환 선임비서관은 “고용이 유연화되면 사용자 입장에서는 인건비 절감에 유리할 수 있지만 사용자가 부담했어야 될 인건비는 결국 실업급여 수요와 같은 공적비용으로 전가되거나 기타 민·관 거버넌스 생태계를 구축하고 유지하는 사회적 비용으로 파급된다”면서 “사용자들이 주장하는 ‘고용유연화를 통한 원가절감 효과’라는 것은 실질적으로는 사용자가 절감하고자 하는 원가만큼 우리 사회가 기업을 위해 분담하게 되는 것이므로 사용자가 고용안정을 최대한 추구하도록 입법적으로 강제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상법 상 이사 충실 의무 대상에 회사·주주·근로자를 포함시키는 방안 △근로기준법 상 해고에 대해 노동조합과 사전 합의 등을 포함시키는 방안 △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 상 회생계획에 노동자의 고용안정 및 근로조건에 관한 사항을 포함하는 방안 등을 제안했다.

조 선임비서관은 “사모펀드가 투자한 회사의 경영효율화는 물적·인적분할을 통한 구조조정인 만큼 의사결정 과정에 노동자의 이익이 고려되도록 이사회에 책임을 부여하고, 해고사유를 제한함으로써 사용자의 고용노력을 강조하되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고가 발생하는 경우 해고노동자의 생활안정을 위한 사회적 비용을 사용자가 최대한 분담하도록 제도를 보완하고자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소원 기자 hopepar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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