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마설 모락모락 한덕수…‘두 가지 숙제’ 앞에 섰다
내주 사퇴 뒤 출마 관측 … 국힘 후보와 단일화 예상
김문수 당선돼야 단일화 가능 … 지지율 상승 ‘절실’
구 여권에서는 ‘한덕수 대선 출마’를 기정사실화하는 분위기다. 이재명 민주당 후보에 맞서 이길 수 있는 카드라는 기대감 때문이다. 다만 한 대통령 권한대행이 출마를 결심하더라도 대선 본선까지 순항하려면 ‘두 가지 숙제’가 해결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한 대행과의 단일화 가능성을 열어놓은 유일한 국민의힘 후보인 김문수 후보가 경선에서 1위를 차지해야 하고 △한 대행 지지율이 국민의힘 주자를 압도해야 단일화 명분이 생긴다는 것이다.
친윤(윤석열) 핵심인사는 22일 “한 대행은 ‘민주당·이재명정권은 절대 안된다’는 사명감 속에 출마를 결심한 것으로 안다. 28~29일쯤에는 공직 사퇴를 하고 출마를 선언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김문수캠프 정책총괄본부장인 박수영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매일신문 유튜브 ‘이동재의 뉴스캐비닛’에 출연해 “지금 ‘낫 옛(not yet)’, ‘노 코멘트(no comment)’ 이런 식으로 나오는 건 하려는 뜻이 있다, 이렇게 보여지고 90% 정도는 출마 의지가 있다”고 말했다.
한 대행이 실제 출마를 결심한다고 해도 범보수 ‘빅 텐트’ 후보로 본선까지 순항하려면 두 가지 숙제가 해결돼야 한다는 게 구 여권의 판단이다. 우선 한 대행과 후보단일화를 할 의사가 있는 김문수 후보가 국민의힘 대선후보로 당선돼야 한다. 김 후보는 한 대행이 무소속으로 출마선언을 하면 “단일화를 먼저 제안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반면 국민의힘 4강에 오른 다른 주자(홍준표 한동훈 안철수)는 한 대행 출마에 비판적이다. 이들은 단일화 협상에 나설 가능성이 낮다는 전망이다.
결국 한 대행 입장에서는 본선에서 이재명 후보와 1대1 대결을 펼치려면 자신과의 단일화 협상에 응할 김 후보가 반드시 국민의힘 후보로 선출돼야 한다. 앞서 박수영 의원은 김 후보의 1위 등극에 문제가 없냐는 질문에 “그렇다. 지금까지 나온 여론조사는 과학이다. 거짓말을 하지 않기 때문에, 이 여론조사 결과를 집계해 보면 (김 후보가) 1위 수성하는 데는 그다지 큰 문제는 없다”고 자신했다.
김 후보가 한 대행과 보수층 지지를 나눠가지면서 지지율이 정체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국갤럽 조사(15~17일, 전화면접, 95% 신뢰수준에 오차범위 ±3.1%p, 이하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에서 홍준표 7%, 한덕수 7%, 김문수 7%, 한동훈 6%로 나타났다. 국민의힘 지지층에서는 홍준표 20%, 한덕수 20%, 김문수 18%, 한동훈 16%로 집계됐다. 김 후보가 1위를 자신할 수준은 아니라는 분석이다.
두번째는 한 대행 지지율이 국민의힘 주자들을 압도해야 한다는 점이다. 최수영 시사평론가는 “(한 대행 지지율이) 최소한 국민의힘 최종 후보보다는 높아야 단일화 명분이 생긴다”고 지적했다.
친윤에서는 한미 통상협의와 대선 출마선언이 한 대행 지지율을 끌어올릴 것으로 기대하는 눈치다. 한미 재무·통상장관 간 ‘2+2 협의’가 24일 오후 9시(한국시간) 이뤄진다. 앞서 친윤 핵심인사는 “한미 협의에서 좋은 결과가 기대된다. 협의를 주도한 한 대행의 리더십이 부각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최 시사평론가는 “한미 협의가 잘된다면 (한 대행) 지지율이 상승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 한 대행이 내주 초 출마선언을 하면 컨벤션효과도 있을 것이란 기대가 엿보인다. 친윤 핵심인사는 “(한 대행이) 출마선언을 하는 순간 지지율이 20%대까지 오를 수 있다. 나중에 김 후보와 단일화에 성공하면 시너지효과까지 나면서 30%대를 돌파해 이재명 후보와 경합을 벌일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친윤 기대처럼 한 대행 지지율이 급등하기는 쉽지 않다는 전망도 나온다. 구 여권 인사는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은 출마선언을 하기 전에도 보수층의 광범위한 지지를 업고 20%대 지지율을 꾸준히 기록했는데, 한 대행은 기대만큼 지지층이 두텁지 않다. 10% 안팎인 지지율이 단기간내에 30%대까지 치솟기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엄경용 기자 rabbit@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