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증시 저평가 해소 위해 상법 개정·밸류업 지속해야”
배당소득 분리과세 및 세율 인하
중복상장 금지…집중투표제 의무
윤석열 전 대통령의 파면으로 조기 대선 정국이 시작된 가운데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증시 저평가)를 해소하기 위한 다양한 의견들이 나왔다. 한국거버넌스포럼은 대선 후보들에게 ‘차기 정부를 위한 자본시장 7대 과제’를 제언하며 상법 개정과 밸류업 계획 지속 추진 등을 주장했다. 배당소득 분리과세 및 세율 인하와 자회사 중복상장 금지, 집중투표제 의무화도 제안했다. 증권가 전문가들 또한 국내 증시 활성화를 위해서는 주주에 대한 이사의 충실의무를 상법에 명문화할 필요가 있다며 상법 개정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사의 주주 충실의무 도입 =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은 22일 여의도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이재명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등 대선후보들에게 “코리아 디스카운트 이슈는 저출산 문제와 맞먹을 정도의 재앙”이라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최근 국회에서 폐기된 상법 개정안을 빠른 시일 내 재입법화하는 과정을 밟아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날 포럼은 기업거버넌스 개선을 통해 증시 선진화를 꾀하고 이를 바탕으로 경제를 살리자는 대원칙을 바탕으로 자본시장 7대 과제를 우선순위에 따라 정리해 발표했다. 구체적인 7대 과제는 △상법 개정 및 디스커버리 제도 도입 △자사주 소각 의무화 △배당소득 분리과세 도입 및 세율 인하 △자회사 상장 원칙적 금지 △집중투표제 의무화 △상장사 모자 회사 간 합병 시 공정가치 평가 △벨류업 계획 발표 및 실천 상장기업 의무화다.
이남우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회장은 “MSCI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한국기업은 주당순이익이 연 2~3% 성장에 머물러 인플레이션 차감시 실질 성장은 전혀 없었다”며 “이는 상장기업들이 기업가치를 키우기보다 지배주주가 원하는 대로 사세를 키우는 데만 집중하면서 한국 경제는 이미 성장을 멈췄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아시아지역에서 꼴찌 수준이다. 기업이 성장을 못하니 일자리 창출도 없고 경제심리가 악화되면서 소비 및 투자가 동시에 부진한 악순환의 길을 걷고 있다. 한국 투자의 최대 걸림돌은 투자자 보호 제도가 부재하다는 점이 꼽힌다. 이 회장은 “기업거버넌스의 바이블 격인 ‘G20/OECD 기업거버넌스 원칙’에 따르면 좋은 거버넌스는 주주권리가 제대로 행사되고 일반 주주 등 모든 주주가 공평하게 대우받는 것”이라며 “이 회장은 이사의 충실 의무 대상을 회사에서 주주로 넓히는 상법 개정안 도입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이 회장은 “이사의 배임 행위에 대한 증거 확보와 민사적 책임 부여를 명확히 하는 ‘디스커버리’ 제도가 도입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미국에서 널리 활용되는 디스커버리 제도는 재판에 앞서 피고가 증거를 공개하도록 하는 제도다. 미국은 디스커버리 제도 덕분에 일반인이 회사를 상대로 소송을 벌이기 상대적으로 수월하다.
◆잇따르는 중복상장 = 이 회장은 최근 잇따르는 자회사 중복상장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한국은 세계에서 모회사와 자회사가 모두 상장된 ‘중복상장’ 사례가 가장 많은 나라로 코리아 디스카운트 심화 요인이기 때문이다.
선진국의 경우 미국 알파벳이나 다른 빅테크 기업 같이 주주가치를 극대화하고 이해상충을 없애고자 100% 자회사를 두고 지주회사만 상장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일본의 히타치는 비핵심 자회사는 매각하고 나머지 상장 자회사들은 100% 지분을 취득해 한 개의 지주사만 상장사로 남는 모범적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한 결과 엄청난 주주가치가 창출된 바 있다. 한국도 시총 21조원의 메리츠금융은 지주사 전환의 대표적 성공 사례로 꼽힌다.
이 회장은 이어 “한국 상장사의 이사 선임 과정은 매우 비민주적이며 일반 주주가 자기 의견을 대변할 독립적 이사를 선임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렵다”며 “국민연금, 거래소, 의결권 자문사 등이 다 집중투표제 도입을 지지하는 만큼 이를 의무화하면 큰 변화가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코스피 5000 시대 가능할까 = 한편 증권가 전문가들 또한 상법 개정 필요성을 강조하는 가운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통령 선거 후보가 국내 주요 증권사 리서치센터장들과 간담회를 가졌다.
21일 오전 여의도 금융투자협회에서 ‘자본시장 활성화를 위한 정책간담회에서 이 후보는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를 통해 코스피 5000 시대를 열겠다”며 “대주주의 지배권 남용을 막고 시장 불공정을 바로 잡는 상법 개정안의 재추진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리서치센터장들 또한 상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동의했다.
이날 간담회에 참석한 고태봉 iM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지금의 주식시장은 수압이 낮은 데다 파이프에 구멍까지 난 상태로 밸류업, 회계 투명성, 주주환원율 강화 등 ‘누수’를 막기 위한 제도적 정비가 필요하다”며 “코스피를 파이프라고 한다면 주가 상승에는 수압이 중요하고, 돈에 힘이 있어야 하는데 상법 개정과 밸류업 정책이 수압 세기를 키울 수 있다”고 강조했다.
엄수진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보고서를 통해 “자본시장법을 통해 입법하더라도 그 후 수년 내로 주주에 대한 이사의 충실의무를 상법에 명문화해야 할 것”이라며 “상법에 입법하는 방안을 반대하는 진영이 우려하는 부작용들은 소 제기 남용을 방지할 수 있는 대책을 공고히 마련해 상법 개정을 추진하자”고 강조하기도 했다.
김영숙 기자 kys@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