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발사주 의혹’ 손준성 무죄 확정
1심 징역 1년 → 2심 전부 무죄 … 대법, 상고 기각 “사실 증명 안돼”
이른바 ‘고발사주 의혹’으로 기소된 손준성(사법연수원 29기) 대구고검 차장검사(검사장)에 대해 대법원이 무죄를 확정했다.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도 재개될 전망이다.
대법원 1부(주심 노경필 대법관)는 24일 오전 공무상 비밀누설 등 혐의로 기소된 손준성 검사장의 상고심에서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손 검사장은 2020년 4월 대검 수사정보정책관으로 재직하며 당시 범여권 인사들에 대한 고발장 이미지와 판결문을 텔레그램으로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전신) 후보였던 김웅 전 의원에게 전달한 혐의로 기소됐다.
검찰이 당시 여권에 부정적인 여론을 형성하기 위해 열린민주당 비례대표 후보였던 최강욱 전 의원과 황희석 전 최고위원, 유시민 당시 노무현재단 이사장 등을 미래통합당에서 고발하도록 사주했다는 것이 의혹의 핵심이었다.
2020년 4월 15일 21대 총선을 앞둔 시점이어서 선거에 영향을 미치려 했다는 혐의도 적용됐다.
수사정보정책관은 검찰총장의 ‘눈과 귀’로 불리는 자리로 당시 총장은 윤석열 전 대통령이었다.
이 같은 고발사주 의혹은 2021년 9월 한 언론 보도로 알려졌고, 이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는 시민단체 고발을 접수해 수사에 착수했다.
공수처는 수사 과정에서 두 차례 손 검사장에 대한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했지만 법원에서 모두 기각되자 2022년 5월 불구속기소 했다. 당시 당선인 신분이던 윤 전 대통령에 대해선 무혐의 처분했다.
1심은 지난해 1월 손 검사장이 수사정보정책관 지위에서 취득한 비밀을 김 전 의원에게 누설한 혐의(공무상 비밀누설)와 실명 판결문을 유출한 혐의(개인정보보호법·형사절차전자화법 위반) 등을 인정해 징역 1년의 실형을 선고했다.
다만 고발장 초안을 작성하고 전달한 것만으로는 선거에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었다고 볼 수 없다며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는 인정하지 않았다.
하지만 2심은 지난해 12월 유죄 판결을 뒤집고 무죄를 선고했다.
손 검사장이 고발장 작성에 관여한 사실은 인정되지만 텔레그램으로 김 전 의원에게 고발장 등을 보낸 사실이 증명되지 않았다는 판단에서다.
공수처는 텔레그램에 ‘손준성 보냄’ 표시가 떠 손 검사장이 보낸 메시지라고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최초 생성자를 표시하는 것일 뿐 제3자를 통해 전송해도 똑같이 나타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손 검사장과 김 전 의원 간 친분이 깊지 않다는 점을 고려해 오히려 손 검사장이 ‘제3자’인 상급자에게 보낸 메시지가 전달됐을 가능성을 시사했다.
재판부는 “검찰총장 등 상급자가 고발을 기획하고 고발장을 전달할 자를 선택한 다음 긴밀하게 연락을 취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고 봤다. 또 공수처가 압수수색 과정에서 손 검사장의 참여권을 보장하지 않았다며 검찰 내부망(이프로스) 내역, 판결문 검색 기록 등 전자정보를 모두 위법수집증거로 판단했다.
대법원도 원심의 판단에 잘못이 없다며 상고를 기각했다.
손 검사장은 재판 과정에서 압수수색이 위법했다며 준항고를 제기했는데 대법원 파기환송을 거쳐 올해 2월 서울중앙지법은 일부 수사가 위법하다고 판단했다. 이 사건은 공수처 재항고로 대법원 최종 판단을 기다리고 있다.
이날 대법원 선고로 손 검사장에 대한 헌법재판소 탄핵 심판이 재개될 것으로 보인다. 손 검사장은 고발사주 의혹으로 지난해 12월 국회에서 탄핵 소추됐으나 헌재는 형사재판을 이유로 심판을 잠정 중단한 상태다.
김선일 기자 sikim@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