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투자·수출 트리플 역성장…침체 심각
지출 6개 부문 마이너스는 2008년 이후 처음
성장 세 축 무더지면 침체 장기화는 불가피
이창용 “수출 위주 한국, 통상갈등은 큰 역풍”
경제가 전부문에서 빠르게 후퇴하고 있다. 소비와 투자가 부진한 가운데 수출마저 뒤로 갔다. 대내외 경제 환경이 악화하는 가운데 해결책도 뚜렷하지 않아 갈수록 경기가 둔화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한국은행이 24일 발표한 ‘2025년 1분기 실질 국내총생산’(속보치)에 따르면, 지난 1분기 실질GDP 성장률은 지난해 4분기 대비 마이너스 0.2%로 집계됐다. 한은이 당초 전망했던 1분기 성장률(0.2%) 전망치에서 -0.4%p나 낮은 수준이다.

경제 성장을 떠받치는 세개의 큰 축인 소비와 투자, 수출이 동시 후퇴했다. 민간소비(-0.1%)와 정부소비(-0.1%) 모두 감소했다. 한은은 “민간 소비는 오락문화와 의료 등 서비스 소비가 줄었다”며 “정부 소비도 건강보험급여비 지출이 감소했다”고 했다. 민간 소비는 지난해 2분기(-0.2%) 이후 3분기 만에 후퇴다. 정부 소비는 2023년 2분기(-2.1%) 이후 처음이다. 정부 소비와 민간 소비가 동시에 마이너스를 보인 것도 2023년 2분기 이후 처음이다.
건설투자(-3.2%)와 설비투자(-2.1%)도 줄었다. 한은은 “건물건설을 중심으로 건설투자가 줄었다”며 “설비도 기계류 등에 대한 투자가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수출(-1.1%)과 수입(-2.0%)도 후퇴했다. 특히 수출은 지난해 3분기(-0.2%) 일시 후퇴는 있었지만 2022년 4분기(-4.1%) 역성장 이후 최근 2년 동안 높은 성장세를 보였다.
이처럼 소비와 투자, 수출의 세부 부문 6개가 동시에 마이너스를 보인 것은 2008년 4분기 이후 사실상 처음이다. 가장 최근의 경우 2022년 4분기(-0.5%) 큰 폭의 역성장 때도 모든 부문이 후퇴했지만 건설투자(1.1%) 만큼은 소폭이나마 증가했다.
이에 앞서 이창용 한은 총재는 지난 17일 기자회견에서 “대형 산불과 일부 대형 도로공사 사고에 따른 공사 중단으로 마이너스 성장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여기에 미국발 관세폭탄에 따른 기업들의 투자 위축 등이 맞물려 투자심리를 약화한 것이라는 분석이다.
각 부문별 성장률 기여도를 보면 건설투자(-0.4%p)와 설비투자(-0.2%p) 모두 성장률을 끌어내렸다. 민간소비와 정부소비는 모두 0%p로 성장률에 거의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 내수와 수출로 나눠 살펴보면 소비와 투자를 포함한 내수 부문은 성장률을 0.6%p 끌어 내렸고, 순수출(수출-수입)은 0.3%p 끌어올렸다. 수출(-1.1%)도 줄었지만 수입(-2.0%)은 더 많이 감소했기 때문이다.
한편 이 총재는 24일 CNBC와 가진 미국 현지 인터뷰에서 “한국은 수출 위주의 경제인만큼 통상 갈등이 확실히 큰 역풍”이라며 “미국 관세로부터 직접 영향을 받을 뿐 아니라 다른 나라에 대한 미국 관세로부터도 간접적으로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총재는 그러면서 베트남 내 반도체 생산과 멕시코 내 자동차와 전자제품 생산, 캐나다에서 한국산 배터리 생산 등을 예로 들었다.
백만호 기자 hopebaik@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