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무역전쟁에서 중국이 쥔 '히든카드 5장'

2025-04-25 13:00:01 게재

희토류부터 국채까지

영국 BBC 방송 분석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이 다시 격화됐다. 미국은 중국산 수입품에 최대 245%의 고율 관세를 부과했고, 중국은 미국산 제품에 최대 125% 보복 관세로 응수했다. 세계 양대 경제대국의 충돌에 글로벌 시장은 혼란에 빠졌고, 경기침체 우려도 커지고 있다.

중국은 단순한 보복에 그치지 않고, 장기전을 위한 다섯 장의 ‘히든카드’를 이미 손에 쥐고 있다. 영국 BBC 방송은 24일 보도에서 이 다섯 가지 전략 자산을 집중 조명했다.

첫 번째 카드는 중국의 고통 감내 구조다.

인구 14억의 거대한 내수 시장과 권위주의 체제는 단기 여론에 휘둘리지 않는다. 정부는 보조금, 소비 진작 정책, 애국주의 동원 등을 통해 수출 충격을 완화하고 내부 결속을 강화하고 있다. 선거를 앞두고 여론에 민감한 미국과 달리, 중국은 장기전에 유리한 체제를 갖췄다는 평가다.

두 번째 카드는 첨단 산업에서의 약진이다.

중국은 AI, 반도체, 전기차 등 핵심 기술 분야에 천문학적 투자를 이어왔으며, 이는 구체적인 성과로 연결되고 있다. BYD는 2024년 테슬라를 제치고 세계 최대 전기차 업체로 올라섰고, 중국산 AI 챗봇 ‘DeepSeek’은 ChatGPT의 경쟁자로 부상했다. 방대한 공급망과 숙련된 인력은 미국 기업들이 쉽게 대체할 수 없는 강점이다.

세 번째 카드는 글로벌 무역의 다변화 전략이다. 중국은 일대일로(Belt and Road) 구상을 통해 동남아, 아프리카, 중남미와의 무역을 확대하며 미국에 대한 경제적 의존도를 낮췄다. 미국산 대두 수입은 절반 이하로 줄었고, 브라질이 새로운 주공급국으로 부상했다. 2023년 기준 중국은 60개국의 최대 무역 파트너이며, 2024년에는 1조 달러의 무역흑자를 기록했다.

네 번째 카드는 미국 국채라는 금융 지렛대다. 중국은 약 7000억 달러 규모의 미국 국채를 보유 중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고율 관세 발표 이후 미국 국채 시장이 흔들리자, 일부 관세 조치가 90일 유예되기도 했다. BBC는 중국이 금융시장을 통해 압박을 가할 수 있는 레버리지를 확보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이 카드를 ‘무기’보다는 ‘지렛대’로 평가하면서도 단기 협상에서는 실효성이 있다고 본다.

다섯 번째이자 가장 강력한 카드는 희토류 통제력이다. 중국은 전 세계 희토류 생산의 61%, 정제의 92%를 차지하고 있으며, 이는 전기차, 반도체, 군사장비 등 주요 산업에 필수적인 자원이다. 2025년에는 AI칩에 필요한 희토류 7종의 수출을 제한했고, 2024년 안티몬 수출 금지 이후 가격이 급등하는 등 시장에 큰 충격을 줬다. 중국은 이 자원을 실질적 무기화할 수 있는 능력을 갖췄다.

BBC는 “중국은 트럼프가 언제 물러설지를 알고 있다”면서 이번 무역 갈등을 단순한 관세 분쟁이 아닌 전략과 체제의 경쟁으로 규정했다. 중국이 손에 쥔 다섯 장의 히든카드는 무역전쟁의 전략자산인 셈이다.

정재철 기자 jcjung@naeil.com

정재철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