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년 썼는데” SKT 사용자 ‘부글부글’
늑장 신고, 개별고지 실패, 유심보호서비스 불만
LGU+ 선례, 고객들 한 목소리에 유심 무상교체
SK텔레콤(SKT) 사용자들이 해킹 및 유심(휴대전화 사용자의 인증정보를 저장한 칩) 정보 유출사고 이후 회사의 대응과정을 지켜보며 분통을 터뜨고 있다. 피해 신고를 늦게 한 데다 개별 고객 고지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고, 사후 대책으로 내놓은 ‘유심보호 서비스’도 불만과 불안을 해소하지 못해서다. SKT는 결국 유심 무상교체로 고객 달래기에 나섰다.
◆“자기들이 잘못해 놓고” 분통 = SKT 사용자들은 사고사실이 알려진 후 사흘간 각종 커뮤니티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회사를 질타하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한 누리꾼은 X(옛 트위터)에 “25년 넘게 SK텔레콤 썼는데 하는 꼴을 보니 다른 통신사로 갈아타야겠다”며 “유심을 바꿨는데 7700원 다음 달에 청구된다고 한다. 자기들이 잘못해 놓고”라고 썼다.
다른 사용자는 “유심 이미 털렸는데 보호서비스 가입하기도 애매하고 이게 무슨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냐”고 했다.
포털의 관련 뉴스에는 “24일 현재 아직까지도 (안내)문자 하나 없다” “친구 전화기에 내 번호가 스팸으로 뜨더니 지난주부터 욕 문자가 오고 있다” “(회사가) 대국민 사과하고 피해보상을 해야 한다”는 비판 댓글이 쇄도했다.
유출사고 이후 드러난 SKT의 대응과정에 대한 불만들이다.
앞서 SKT는 사건 최초 인지 시점인 18일 오후 6시 9분에서 45시간 후인 20일 오후 4시 46분 한국인터넷진흥원(KISA)에 신고를 했다. 해킹 공격으로 판단한 18일 오후 11시 20분을 기준으로 하더라도 만 하루를 넘긴 시점이다. 회사측은 “발생 원인과 피해 내용을 좀 더 철저하게 파악하는 과정에서 신고가 늦어진 것이며 고의적인 지연 의도는 없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침해사고 인지시점부터 24시간 이내에 과학기술정보통신부장관이나 KISA에 신고해야 한다고 규정한 정보통신망법을 어겼다는 지적은 피할 수 없게 됐다.
개별고객에 대한 안내에도 소극적이었다는 비판을 받았다.
SKT는 20일 한국인터넷진흥원(KISA)에 침해 사실을 신고하고 ‘T월드’에 이를 공지했지만, 이용자에게 개별적으로 문자 등 알림을 보내지는 않았다.
“실제 어떤 데이터가 유출됐는지, 대상 고객이 어느 정도인지 확실하지 않아 홈페이지나 각종 플랫폼, 보도자료 등으로 알린 것”이라는 게 회사 측 입장이지만 25일 현재까지도 알림문자를 받지 못한 고객이 있는 만큼 소비자 불만 누적을 달래긴 역부족으로 보인다.
회사가 제시한 ‘유심보호 서비스’도 도마에 올랐다.
타인이 고객의 유심 정보를 복제·탈취해 다른 기기로 접속하는 것을 차단해주는 이 서비스는 고객이 직접 해외 로밍서비스를 해제해야 한다. 해외 방문이 잦은 사용자에게는 불편을 끼치는 조치다.
서울 은평구에 거주하는 40대 직장인 김 모씨는 “해외 출장이 잦은데 로밍 서비스를 차단했다가 푸는 일을 고객한테 떠넘기는 SKT의 공지에 화가 났다”며 “이게 민폐지 무슨 서비스냐”고 말했다.
이 서비스를 이용하려면 고객이 직접 통신사 홈페이지를 통해 조치를 해야 하는데 접근성이 떨어지는 고령자들은 서비스를 받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왔다.
SKT는 “고객들이 유심보호 서비스를 더욱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는 방안을 추가로 개발할 계획”이라고 했지만 언제 어떤 서비스가 구체적으로 개선될지는 밝히지 않았다.
◆피해규모 파악 언제쯤 = SKT는 사고 직후 대응이 신뢰를 주지 못하면서 아예 유심을 무상으로 교체해야 한다는 지적을 결국 수용한 모양새가 됐다.
24일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SK텔레콤이 가입 권고한 유심보호 서비스만으로 안심하지 못한다며, 유심을 아예 교체했다는 게시글이 다수 올라왔다. 이용자들은 “무상 교체를 해줘야 하는 것 아니냐” “유심 교체 비용을 지원하라”는 요구를 제기했다.
SKT 홍보용 SNS에도 회사가 24일 올린 홍보 게시물에 “양심 팔았냐” “이럴 때가 아닌 것 같다”는 비아냥 댓글부터 “유심 무상교체 해달라”는 글이 줄을 이었다.
지난 2023년 1월 사이버 공격으로 개인정보 유출 피해가 발생했던 LG유플러스 사례도 회자됐다.
당시 LG유플러스는 사건 인지 약 1달 반 뒤인 그해 2월 20일부터 개인정보 유출 피해를 본 이용자부터 순차적으로 유심을 무상으로 교체했다.
이에 유영상 SKT 사장은 25일 오전 고객정보 보호조치 강화 설명회를 열고 유심 무상교체 방침을 밝혔다.
그는 “SK텔레콤을 믿고 이용해주신 고객 여러분과 사회에 큰 불편과 심려를 끼쳐 드린 점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며 “SK텔레콤을 이용하는 모든 고객분들을 대상으로 원하실 경우 유심카드를 무료로 교체해드리는 추가 조치를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온라인상에서 이용자들은 eSIM(이심·내장형 가입자 식별 모듈)도 유심보호 서비스로 보호되는지, 해킹 피해를 막기 위해 핸드폰을 초기화해야 하는지 등 궁금증과 정보를 공유하고 있다.
SKT에 따르면 이심 이용자도 유심보호 서비스로 보호되며, 교체를 원할 경우 기존 이심을 삭제한 후 재발급하면 된다.
이재걸 기자 claritas@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