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 곳곳서 부동산PF 비리 속출
금융기관 전현직 임직원 검찰수사 표적
대출에 목메는 후진적 시장구조가 원인
투기시장으로 전락한 부동산 프레젝트파이낸싱(PF)을 둘러싼 구설수가 끊이지 않는다. 이른바 ‘일확천금’을 노리다 사법처리 기로에 선 사례들이 잇따르고 있다.
24일 서울중앙지방검찰청 반부패수사3부(이승학 부장검사)는 메디콕스 본사와 경영진 주거지 등을 압수수색했다.
검찰은 “경영진의 법인자금 유용, 허위공시 등과 관련한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배임, 횡령), 자본시장법 위반 등 혐의와 관련한 것”이라고 밝혔다.
검찰은 메디콕스 경영진들이 부동산 시행업체에 100억원대 투자를 한 뒤 개인적으로 돌려받은 것이 아닌지 의심하고 있다.
검찰은 금융감독원이 지난해 5월 수사 의뢰한 건에 대한 수사 과정에서 메디콕스의 새로운 범죄 정황을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금감원은 부동산 신탁회사들의 책임준공확약형 관리형 토지신탁(책임준공형) 관련 리스크 검사를 진행하면서 신탁사 등의 전현직 직원들의 금품수수 정황을 포착하고 검찰에 고발했다.
지난 16일에는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2부(최재훈 부장검사)는 신한자산신탁 사무실과 관련 업체 등 13곳에 검사와 수사관을 보내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압수수색 대상에는 전직 신한자산신탁 직원이 근무하고 있는 여의도 소재 부동산신탁 사무실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2020~2023년 신한자산신탁 직원들이 신탁업무를 하면서 대출 알선 대가로 수억원대의 금품을 수수한 것으로 보고 있다. 수사는 금감원 고발로 시작됐다.
또한 검찰은 지난해 12월 분양대행업체에 일감을 주고 수억원대 금품을 수수한 혐의를 받는 한국자산신탁 전 임직원들을 구속 기소했다.
금감원 검사 결과 이들은 본인이 소유한 개인 법인 등을 통해 시행사에 토지매입자금 약 25억원을 빌려주거나 대출을 알선해주는 대가로 7억원을 이자 명목으로 받은 사실이 확인됐다. 일부는 약정이율이 100%인 경우도 있어 실제 이자율이 37%에 육박하는 등 최고이자율 제한(연 20%) 규정도 어겼다.
한편 검찰은 또 지난 15일 시행사로부터 수억원대 금품을 받은 혐의를 받는 LS증권(전 이베스트투자증권) 전직 임원 A씨를 구속했다.
그는 2018년부터 2022년까지 시행사 두 곳에 대출을 내주는 대가로 수억 원대 금품을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그가 직접 시행 사업에 투자하며 여러 대출을 주선했다는 단서를 포착하고 확인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LS증권 전직 임원 B씨의 PF 대출금 유용 사건을 수사하던 중 A씨의 혐의를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B씨는 PF 대출금 830억원을 유용한 혐의 등으로 지난해 12월 구속기소됐으며, 그에게 도움을 주거나 방조한 관계자 14명도 기소됐다.
이처럼 PF 대출과 관련한 구설수가 끊이지 않은 것은 저자본·고보증을 기반으로 투기시장으로 변질된 국내 부동산개발 시장의 왜곡된 구조 때문이다. 재무구조가 취약한 시행사가 시공사 보증을 담보로 금융기관에서 대규모 대출을 받아 사업을 진행한다.
이를 구체적으로 보면 시행사는 통상 토지구입비 10% 수준인 계약금만 투입한 후 브릿지론으로 잔금을 치른다. 시공사는 이후 인허가를 취득해 착공하는 시점에 다시 금융기관에서 본 PF 대출을 받아 브릿지론을 상환하고 남은 자금을 건설비로 활용한다. 이 과정에서 금융기관들은 관행적으로 사업성 검토보다 쉽고 위험부담을 줄일 수 있는 시공사의 지급보증을 요구한다.
KDI 자료에 따르면 2021년부터 2023년 사이에 추진된 PF사업장 300여개(총액 100조원 규모)의 재무구조를 분석한 결과, 각각 평균 3749억원가량의 사업비가 필요했다. 이중 사업주체격인 시행사의 자기자본은 118억원(3.2%)에 불과하고 나머지 3631억원(96.8%)을 금융권 대출 등 부채로 충당했다.
‘100억만 마련하면 수백억원을 배당받을 수 있다’는 한탕심리가 영세 시행사를 양산하고, 이들의 유혹에 금융기관 관계자들의 일탈이 잇따르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2020년 기준 등록된 시행사만 6만개에 달한다.
수도권 한 건설사 관계자는 “부동산PF의 자기자본비용을 선진국 수준으로 높이고 시공사 등의 제3자 보증을 폐지하지 않으면 후진적 구조를 벗어나기 어렵다”면서 “이런 구조는 대출을 받기 위한 대출 브로커, 인허가에 개입할 수 있는 정치 브로커도 양산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장세풍 기자 spjang@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