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100일’ 관세전쟁의 역풍
미중 충돌 심화, 세계 신뢰 붕괴 … 패권야망이 고립과 위기 자초
트럼프 대통령의 집권 초반 전략은 예상치 못한 역풍을 맞고 있다. 27일(현지시간) 발표된 ABC 뉴스·워싱턴 포스트·입소스 여론조사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의 직무 지지율은 39%로, 1945년 이후 100일 지지율 중 최저치를 기록했다. 응답자 71%는 관세 정책이 미국 내 물가를 상승시킬 것이라고 우려했고, 64%는 그의 관세 자체에 반대한다고 답했다.
국내 경제에 대한 신뢰 또한 크게 흔들리고 있다. 응답자의 72%는 트럼프의 경제정책이 단기적으로 경기침체를 초래할 것이라고 답했고, 73%는 현재 경제상황을 부정적으로 평가했다.
주가 하락과 시장 불안정, 소비심리 위축은 트럼프식 보호무역주의의 후폭풍을 여실히 드러내고 있다. 과거 트럼프 대통령의 강점으로 여겨졌던 ‘경제’가 더 이상 방패가 되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137건에 달하는 행정명령을 통해 자신의 정책을 밀어붙였지만 그 결과는 전방위적 반발이었다. 25일 발표된 뉴욕타임스·시에나 칼리지 여론조사에 따르면 유권자의 54%는 트럼프 대통령이 “권한을 남용하고 있다”고 했다. 또 66%는 그의 집권 초기 100일을 ‘혼란스럽다’, 59%는 ‘무섭다’고 평가했다. 트럼프를 지지했던 무소속 유권자들조차 그의 방식에 강한 회의감을 드러냈다.
미국 시민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법치주의를 존중하지 않는다고 인식하고 있다.
ABC·워싱턴포스트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62%가 트럼프 행정부가 법원의 판결을 따르지 않으려 한다고 답했고, 뉴욕타임스·시에나 조사에서도 76%가 대통령이 대법원 명령을 무시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특히 공화당 지지층 내에서도 33%가 트럼프의 권력 남용을 우려하고 있으며, 이는 내부 균열의 신호로 읽힌다.
국제사회 반발 역시 거세지고 있다. 유럽연합, 캐나다, 일본 등 전통적 우방국들은 트럼프식 일방주의에 강한 거부감을 드러내고 있으며, 일부는 독자적 무역 조치를 추진하고 있다. 중국과의 무역협상은 사실상 중단 상태다. 중국 외교부는 트럼프 대통령의 협상 주장에 대해 “허위”라고 공식 반박하며, 양국 간 긴장은 고조되고 있다.
로이터 통신은 트럼프의 일방적 관세 부과와 동맹국에 대한 경시가 오히려 다른 국가들을 군사력 강화와 중국과의 경제협력 강화로 이끌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에서는 자주적 핵무장 논의까지 활발해졌으며, 유럽 각국도 독자 방위체제를 강화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워싱턴 D.C. ‘R스트리트 연구소’ 토머스 신킨 정책부장은 “트럼프의 고위험 전략은 미국 내부의 균열과 외부의 고립만 키우고 있다”고 진단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꿈꾸는 미국 중심의 세계질서는 오히려 국제적 신뢰도 추락과 동맹국 이탈이라는 역설적 결과를 낳고 있다.
뉴욕타임스·시에나 조사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이 무역, 경제, 이민, 외교 등 주요 정책에서 과도하게 권력을 행사하고 있다고 보는 유권자가 절반을 넘어섰다. 경제 분야에서는 55%가 그의 정책을 부정적으로 평가했으며, 주식시장 대응에 대해서도 67%가 비판적인 견해를 나타냈다. 특히 관세 정책과 관련해 대통령의 일방적 결정권을 제한해야 한다는 의견이 61%에 달해 제도적 견제가 필요하다는 인식이 커지고 있다.
또 트럼프 대통령이 추진한 ‘DOGE’ 프로그램 즉 일론 머스크를 앞세워 연방 정부 조직을 대대적으로 해체하는 프로젝트는 상당한 혼란과 반발을 초래했다. 공공 부문 축소가 불가피한 희생을 가져왔다는 점에서 공화당 내부에서도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고 AP 통신이 전했다.
미국 안팎에서 나타나는 광범위한 반발은 단순히 경제적 불안에 그치지 않는다. 많은 시민과 전문가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민주주의 원칙 자체를 위협하고 있다고 우려한다. 무차별적 행정명령 발동, 법원의 명령 무시, 연방 규제 해체, 이민자 강제송환 등은 미국 정치 시스템의 근간을 뒤흔드는 행위로 해석된다. 결국 트럼프 2기 첫 100일은 세계 경제를 흔들고 국제 신뢰를 잃어 국내외에서 광범위한 저항을 촉발한 시간으로 평가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기존 질서를 허물고 새로운 체제를 구축하려 했지만 드러난 현실은 혼돈, 불신 그리고 고립이었다. 그의 집권 2기 실험이 패권의 서막이 아니라 좌초의 전조에 불과할지 모른다는 우려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정재철 기자 jcjung@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