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이자이익 정체…기준금리 인하효과 미흡

2025-04-28 13:00:47 게재

4대 은행, 전년 대비 1.4% 증가…대출증가세 못미쳐

순익은 ELS 부실 털어내 28% 늘어…순이자마진 감소

국내 주요 은행의 이자이익이 대출 증가세를 따라가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기준금리와 시장금리가 하락하면서 대출금리가 전반적으로 하락한 영향으로 분석된다. 다만 여전히 기준금리 인하 효과가 충분하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내 은행계열 금융지주사가 지난주 일제히 올해 1분기 경영실적을 발표했다. 금융지주사 핵심 계열사인 은행의 이자이익은 4대 시중은행 합쳐 8조5630억원으로 지난해 1분기(8조4480억원) 대비 1.4%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러한 추세는 대출자산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원화대출금이 같은 기간 1226조7000억원에서 1291조4000억원으로 5.3% 증가한 것과 대비된다. 특히 하나은행은 1분기 이자이익이 1조8180억원으로 지난해 1분기(1조8360억원) 대비 1% 가량 감소했다.

대출잔액이 증가한 데 비해 이자이익 규모가 따라가지 못한 데는 대출금리가 그만큼 내려갔고, 이에 따라 순이자마진도 줄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주요 은행의 올해 1분기 순이자마진(NIM)은 우리은행(1.44%)이 가장 낮고, KB국민은행(1.76%)이 가장 높은 수준을 보였다. 지난해 1분기 두 은행의 NIM은 각각 1.50%, 1.87%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지난해 1분기에 비해 0.06%p~0.11%p 줄었다.

순이자마진은 은행이 대출에 따른 이자수익에서 예적금 등에 지급하는 이자와 각종 비용 등을 뺀 수익성 지표이다. 따라서 은행권의 주요 성장성 지표인 대출금 잔액(5.3%)의 증가세에 비해 수익성 지표인 이자이익(1.4%)이 따라가지 못했다는 점에서 기준금리 인하 등에 따른 금리하락기 영향으로 분석된다.

4대 은행 가운데 원화대출금(367.0조원) 규모가 가장 큰 KB국민은행은 24일 실적 발표와 함께 “금리 하락에 따른 이자수익 감소에도 조달비용 절감 노력을 통한 안정적인 이익 창출력 유지했다”고 평가했다.

이에 앞서 금융연구원은 지난해 말 “(2025년 은행산업 전망과 관련) 이자이익은 시장금리가 하락해 순이자마진이 축소되겠지만, 완만한 대출 성장이 이를 상쇄해 올해와 비슷한 수준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지만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지난해 10월부터 세차례에 걸쳐 0.75%p 인하한 효과에는 미흡하다는 지적이다.

은행들이 대출금리를 내리는 속도보다 예금금리를 인하하는 속도를 늦춰 결과적으로 예대마진을 어느정도 유지하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실제로 한은이 지난달 발표한 ‘2월 금융기관 가중평균금리’에 따르면, 은행권의 신규취급액 기준 대출금리와 수신금리의 차이인 예대금리차는 1.49%p로 전달(1.46%p)보다 0.03%p 커졌다.

이자이익 정체에도 순이익은 크게 늘었다. 4대 은행의 1분기 순이익 규모는 3조7805억원으로 지난해 1분기(2조9510억원) 대비 28.1% 급증했다. 순이익 급증 배경에는 지난해 1분기 주가연계증권(ELS) 등의 손실에 따른 배상금 지급과 충당금 적립 등으로 인한 손실이 올해는 크게 감소했기 때문이다. 대표적으로 KB국민은행은 올해 1분기 1억264억원 순이익으로 작년 1분기보다 163.5% 증가했다.

한편 은행계열 4대 금융지주의 1분기 순이익도 5조원에 육박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KB·신한·하나·우리금융 등 4대 금융지주의 지난 1분기 당기순이익은 모두 4조9289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1분기 4조2215억원보다 7074억원(16.7%) 증가한 규모다. 역대 최대 규모였던 지난해 3분기 실적(4조9128억원)을 뛰어 넘어 분기 기준 최대치다.

개별 금융지주별로 살펴보면, KB금융 순이익은 1조6973억원으로 지난해 1분기(1조420억원) 대비 62.9% 증가했다. 신한금융은 전년동기(1조3215억원) 대비 12.6% 증가한 1조4883억원의 순이익을 올렸다. 하나금융도 1조1277억원으로 전년 동기(1조340억원) 대비 9.1% 증가했다.

다만 우리금융은 같은 기간 순이익이 8240억원에서 6156억원으로 25.3% 감소했다. 우리금융은 실적 감소와 관련 “명예퇴직 비용과 증권사 출범 등으로 일회성 비용이 늘었다”며 “IT 분야 등에 대한 투자 확대로 판매관리비가 늘어난 영향도 컸다”고 설명했다.

이들 4대 금융지주의 이자수익은 10조6419억원으로 올해도 10조원을 돌파했다. 지난해 1분기 10조4046억원보다 2373억원(2.28%) 증가한 수준이다. 삼성전자의 올 1분기 잠정 영업이익이 6조6000억원인 점을 감안하면 4대 금융지주가 이자로 벌어들인 돈이 1.6배 많은 셈이다. 반면 4대 금융의 비이자이익은 3조2515억원으로 전년동기(3조2980억원)보다 465억원(1.4%) 줄었다.

연간 전망도 역대 최대 규모를 달성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지난해는 총 16조4205억원의 당기순이익을 올려 역대 최대 규모를 기록한 바 있다. 1분기 5조원에 육박하는 순이익을 거둔 만큼 올해는 17조원을 돌파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이와 관련 금융지주들은 일제히 주주환원 확대를 강조하고 있다. KB금융은 1분기 주당 912원의 현금배당과 3000억원 규모의 자사주를 매입해 소각하기로 했다. 신한금융도 25일 주당 570원의 배당금을 의결하고, 6500억원 규모의 자사주 취득 내용도 알렸다.

백만호 기자 hopebaik@naeil.com

백만호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