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윤석열 부부 동시다발 수사
중앙지검, 윤 전 대통령 ‘선거법 위반 의혹’ 수사 착수
명태균 관련 공천개입 의혹 수사 각종 선거로 확대
서울고검, 김 여사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재수사
헌법재판소의 파면 결정으로 불소추 특권이 사라진 윤석열 전 대통령과 그의 배우자 김건희 여사를 겨냥한 검찰 수사가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명태균씨 관련 의혹에서부터 선거법 위반 의혹,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연루 의혹 등 윤 전 대통령 부부를 둘러싼 각종 의혹에 대한 수사가 본격화되면서 귀추가 주목된다.
28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방검찰청 공공수사2부(조민우 부장검사)는 윤 전 대통령의 선거법 위반 사건을 고발한 시민단체 사법정의바로세우기시민행동(사세행) 김한메 대표를 다음달 1일 고발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한다.
사세행이 지난 2022년 9월 서울중앙지검에 고발장을 접수한 지 약 2년 7개월 만이다.
앞서 사세행은 윤 전 대통령이 2021년 국민의힘 대선 후보 경선 과정에서 김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연루 의혹이 제기되자 ‘주가조작 선수가 사놓은 주식을 순차적으로 매도했을 뿐 누구에게도 계좌를 맡긴 적이 없다’는 취지의 허위사실을 공표했다며 선거법 위반 혐의로 윤 전 대통령을 고발한 바 있다.
사세행은 또 윤 전 대통령이 당시 토론 과정에서 “2010년 결혼하기 전 이 양반이 골드만삭스 출신이라고 해서 한 네 달 정도 맡겼는데 손실이 났다”고 한 발언도 김 여사의 계좌가 2010년 1월부터 2011년 3월까지 15개월간 동원됐다는 검찰 수사 결과와 배치된다고 주장했다.
고발장을 접수하고도 현직 대통령의 불소추 특권을 고려해 수사를 미뤄왔던 검찰이 윤 전 대통령이 파면됨에 따라 다시 수사에 나선 모습이다.
선거법 위반 사건의 공소시효는 선거일 이후 6개월이다. 대통령 재임 기간 중 중단됐던 이 사건의 공소시효는 헌재의 파면 결정으로 다시 진행돼 오는 8월 만료된다. 공소시효가 얼마 남지 않은 만큼 검찰이 신속하게 수사를 진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중앙지검 전담 수사팀(팀장 이지형 차장검사)은 명씨와 관련한 윤 전 대통령 부부의 공천개입 의혹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검찰은 최근 김상민 전 검사, 김태우 전 서울 강서구청장, 구상찬 전 국회의원, 문충운 환동해연구원장, 공재광 전 평택시장 등을 잇따라 소환조사했다.
김 전 검사는 지난해 총선을 앞두고 경남 창원의창 지역구 국민의힘 예비후보로 출마했는데 그가 공천받을 수 있도록 김 여사가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바 있다.
김 전 구청장은 2022년 6.1 지방선거와 2023년 10월 보궐선거에서 강서구청장 국민의힘 후보로 공천받는 과정에서 윤 전 대통령이 개입했다는 의심을 받는다.
문 원장은 6.1 지방선거에서 포항시장 후보 당내 경선에서 김 여사가 낙점했다고 지목된 인물이고, 공 전 시장은 같은 선거에서 김 여사의 개입으로 경선 탈락한 것으로 알려진 인사다.
2022년 국회의원 보궐선거 당시 김영선 전 국회의원이 국민의힘 후보로 공천받는데 윤 전 대통령 부부가 개입했다는 의혹에서 시작된 검찰 수사가 2022년 지방선거와 2023년 보궐선거, 지난해 국회의원 총선까지 확대되는 모양새다.
김 여사는 서울고검의 재기수사 결정으로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연루 의혹과 관련한 수사도 다시 받게 됐다.
김 여사는 2009년 12월~2012년 12월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이 주가조작 ‘선수’ 등을 동원해 조직적으로 주가를 조작하는 과정에 돈을 대는 ‘전주’로 가담했다는 의심을 받았지만 서울중앙지검은 지난해 10월 무혐의 처분했다. 김 여사의 계좌가 주가조작에 동원된 것은 맞지만 시세조종을 인지하거나 주가조작 일당과 사전에 논의하는 등 공모·방조했다고 볼만한 증거가 불충분하다는 이유에서였다.
검찰은 그러나 권 전 회장 등 주가조작 사건 공범들이 모두 대법원에서 유죄 확정 판결을 받고, 특히 김 여사와 유사하게 전주로 참여한 손 모씨도 주가조작 방조 혐의로 유죄가 확정됨에 따라 추가 조사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권 전 회장 등이 대법원에서 유죄가 확정돼 혐의를 부인할 필요가 사라진 만큼 김 여사에 대한 새로운 진술이 나올 수 있다는 게 검찰의 판단이다. 김 여사가 영부인 지위를 상실한 것도 이들의 진술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김 여사의 연루 의혹 관련 새로운 진술이 나오면 전면적인 재수사가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
윤 전 대통령 부부는 서울남부지검 가상자산범죄합수단(단장 박건욱 부장검사)에서 수사 중인 건진법사 전성배씨 의혹과도 연루됐다는 의심을 받는다. 검찰은 전씨가 통일교 전 세계본부장 윤 모씨로부터 고문료 등 명목으로 금품을 받고 윤 전 대통령 부부, 여권 고위 인사와의 만남을 주선했다는 의혹을 수사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윤씨가 김 여사를 위한 선물로 6000만원대 다이아몬드 목걸이를 전씨에게 건넨 정황을 파악하고 실제 전달됐는지 살펴보고 있다. 이밖에 삼부토건 주가조작 의혹과 관련해 김 여사가 수사 대상에 오를 가능성도 있다.
앞서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는 지난 23일 주가조작 의심을 받는 삼부토건 전·현직 실질사주 및 대표이사 등을 자본시장법 위반 등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당초 김 여사가 연루됐을 가능성이 제기됐으나 금융당국은 이를 입증할 증거가 없다며 고발대상에서 제외됐다. 하지만 제한적인 금융당국의 조사와 달리 검찰 수사과정에서 김 여사 연루 의혹이 드러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구본홍 기자 bhkoo@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