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텔레콤 ‘유심 무상교체’에도 불안·불만 가중
“신규 가입 받으면서 유심 없다니” 분통
“대기고객 수 백명” 114 통화마비 경험담
SK텔레콤(SKT) 해킹 사태 후폭풍이 커지자 회사가 ‘유심 무상교체’ 방침을 꺼내들었지만 눈덩이처럼 커진 이용자들의 불안과 불만이 좀체 가라앉지 않고 있다.
SKT는 당장 유심 교체에 필요한 물량이 부족한 데다 밀려드는 상담과 교체요청을 소화하지 못하는 모습을이 곳곳에서 드러냈다.
SKT가 25일 유심 무상교체 방침을 밝힌 후 SKT 이용자들 사이에서는 유심 교체를 하러 대리점을 찾았다가 허탕친 사례가 속출했다.
서울 마포구에 거주하는 사업가 장모씨는 해외 출장을 앞두고 유심을 교체하기 위해 지난 주말 SKT 대리점을 찾았으나 “재고가 없다”는 말에 헛걸음해야 했다.
27일 허탕을 친 다른 이용자는 온라인 커뮤니티에 “신규 가입자가 내 앞에 2명이나 있는데 유심이 없다고 한다”며 “기존 가입자는 호구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28일 대리점을 찾은 또 다른 이용자는 “대기줄 있을 줄 알고 ‘오픈런’ 왔는데 그냥 유리에 종이로 ‘유심 없다’고 붙어있다”고 경험담을 공유했다.

114 고객센터 전화가 아예 되지 않는다는 불만도 잇따랐다. 한 이용자는 ‘처음에는 통화량이 많아서 어쩌고라더니 나중엔 전화를 걸자마자 끊어진다’고 했다. 다른 이용자는 “10분 걸려서 겨우 연결했는데 대기고객이 수 백명”이라며 “계속 기다렸더니 저절로 끊어지더라”고 했다.
일각에서는 SKT 사태를 악용한 스미싱(문자 피싱) 범죄도 시도되고 있다.
27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인터넷진흥원(KISA)에 따르면 ‘유심 무상 교체’ ‘유심보호서비스’ 등의 내용으로 외부 피싱 사이트 접속을 유도해 개인정보를 입력하도록 하는 사례가 나타났다.
한편 SKT는 28일 오전 10시부터 전국 T월드 매장 2600여곳에서 유심 무료 교체 서비스를 진행 중이다. SKT는 현재 약 100만개의 유심을 보유하고 있고 다음 달 말까지 약 500만개의 유심을 추가로 확보할 예정이라고 전날 밝혔다.
SKT 가입자 2300만명과 이 회사 망을 사용하는 알뜰폰 가입자 187만명을 합해 교체 대상자가 모두 2500만명에 달한다는 점에서 재고 부족에 따른 혼란이 예상된다.
교체를 희망하는 고객은 주변 T월드 매장이나 공항 로밍센터에서 유심을 교체할 수 있다.
출국자가 제일 많은 인천공항 로밍센터는 인력을 50% 더 늘려 서비스를 지원하기로 했다.
T월드 매장에서 오래 대기하지 않도록 온라인 예약 신청도 받는다. 회사측은 “고객들이 일시에 매장에 몰릴 경우 많은 불편이 예상된다”며 온라인 예약 신청 후 방문을 당부했다.
이재걸 기자 claritas@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