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시론

서두르는 트럼프, 버티는 시진핑

2025-04-29 13:00:02 게재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국을 겨냥해 벌인 관세 공격이 뜻대로 풀리지 않고 있다. 트럼프는 올해 재임 직후 상호관세 정책을 밀어붙였고, 4월에는 중국산 제품에 대해 최고 145%라는 초유의 관세를 부과하며 다시 한번 대중 무역전쟁에 불을 지폈다.

중국도 즉각 125%의 보복관세로 맞섰다. 양국은 무역전쟁 2라운드에 돌입했지만 초기 기세와 달리 트럼프의 태세는 눈에 띄게 달라지고 있다.

지난 23일 트럼프는 “2~3주 안에 중국에 대한 관세를 조정할 수 있다”며 “특별한 협상을 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하루 전인 22일에는 “중국에 부과한 145% 관세는 매우 높은 수치”라고 언급하며 사실상 관세 인하를 예고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트럼프 정부가 대중국 관세를 50~60% 수준으로 낮추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보도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강경 자세를 유지하는 가운데 트럼프가 먼저 물러설 조짐을 보이는 셈이다.

대중국 무역전쟁 전선 흔들리며 트럼프가 먼저 물러설 조짐

무역전쟁 초반부터 미국 금융시장은 요동쳤다. 다우존스 지수는 4월 한달 동안 7% 넘게 하락했고, 달러 가치는 주요 통화 대비 2.8~3.2% 약세를 기록했다. 미 국채 금리는 상승했고, 인플레이션 우려까지 겹치면서 금융시장 전반에 불안이 확산됐다. 트럼프의 상호관세 전략이 오히려 자국 경제에 타격을 주는 결과로 이어진 것이다.

경제 전문가들의 경고도 이어졌다. 미국 싱크탱크 택스파운데이션(Tax Foundation)의 에리카 요크는 “145%에 달하는 대중 관세는 미중 교역을 사실상 중단시킬 것”이라고 지적했다.

국제통화기금(IMF) 역시 “미국의 관세율이 100년 만에 최고 수준에 달해 세계경제 성장률을 저해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기업들마저 반발하기 시작했고, 이번 관세정책이 1930년 스무트-홀리 관세법 이후 최악의 실수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중국이 이번 무역전쟁에서 버티는 데는 분명한 이유가 있다. 우선 중국은 미국과의 무역에서 여전히 압도적 우위를 점하고 있다. 미국 상무부에 따르면 2024년 미국의 대중 무역적자는 2954억달러에 달했다. 중국 해관총서 발표에 따르면 2025년 1분기 중국의 대미 무역흑자도 전년대비 9.1% 증가한 766억달러를 기록했다.

중국은 내부 시장을 방패로 삼고 있다. 14억 인구를 바탕으로 한 거대한 내수시장은 외부 충격에 대한 완충 역할을 하고 있다. 올 1분기 중국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5.2%를 기록했고, 소매판매는 전년 대비 6.8% 증가했다. 미국경제가 고금리와 금융불안으로 둔화 국면에 접어든 것과는 대조적이다.

게다가 중국은 미국의 압박에 굴복하지 않겠다는 정치적 의지를 분명히 하고 있다. 시진핑 주석은 최근 “중국과 유럽은 일방적 괴롭힘에 맞서야 한다”며 미국을 겨냥했다. 내부적으로도 과거 트럼프 1기 때와는 달리 ‘자력갱생’을 강조하며 무역전쟁 장기전에 대비하는 분위기다.

중국의 대응도 세련되어졌다. 트럼프가 관세 인하 가능성을 언급한 직후, 중국은 메모리칩을 제외한 미국산 반도체 8종에 대한 125% 보복관세를 철회했다. 무조건 맞대응하는 것이 아니라, 전략적으로 압박과 유화를 조율하는 모습이다.

당장은 트럼프의 기세가 꺾이는 양상이지만, 미중 무역전쟁이 쉽게 끝날 가능성은 낮다. 트럼프는 관세를 낮출 수 있다고 시사했지만, 동시에 중국과의 ‘특별 협상’을 언급해 여전히 거래를 통한 성과를 노리고 있다. 협상을 명분으로 일부 관세를 완화하면서, 정치적 실리를 챙기려는 포석이다.

무역전쟁 향방, 누가 더 버틸 수 있는가에 달려

중국도 방심할 수 없다. 미국의 시장 접근권은 여전히 중국경제에 중요하다. 미국이 고율 관세를 지속하거나 추가 제재를 가할 경우, 중국 역시 경제적 충격을 피할 수 없다. 결국 미중 모두 완전한 승리를 기대하기 어려운, 고단한 협상과 힘겨루기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이번 무역전쟁은 1기 때와는 양상이 다르다. 트럼프는 서두르고, 시진핑은 버틴다. 금융시장 불안과 국내 정치적 부담 속에 트럼프가 급하게 협상에 나설 수밖에 없는 반면, 중국은 장기전을 염두에 두고 대응하고 있다.

결국 이번 무역전쟁의 향방은 누가 더 오래 버틸 수 있는가에 달려 있다.

김상범 국제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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