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여파로 신흥국 자금조달 우려”
올해 200억달러 외화채권 만기 … 환율·금리 상승·유동성 악화로 차환 어려워져

보고서는 신흥국들이 올해 2~4분기에 약 200억달러 규모의 외화채권 만기를 앞두고 있으며 “높은 차입 비용과 외화 유동성 악화가 시장 접근성 상실로 이어질 위험이 있다”고 경고했다. 대출 금리가 오르고 달러 같은 외화 자금 조달이 어려워지면서, 신흥국들이 돈을 빌릴 수 있는 길이 막힐 위험이 있다는 것이다.
지난 2일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발표 후 세계 금융시장이 급격히 불안정해지면서 신흥국 통화가 달러 대비 약세를 보였고, 현지 통화 표시 채권 시장에서도 외국인 자금 유출이 가속화됐다.
IMF는 “신흥국 중앙은행들이 성장 둔화에 대응해 통화 정책 완화를 유지하거나 추가 완화를 시사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향후 1년간 신흥국에서 자본 유출이 국내총생산(GDP) 대비 최대 1.9%에 이를 수 있다는 분석도 내놨다.
IMF는 “10% 이상의 고금리를 부담해야 하는 프런티어 국가들의 비율이 4월 기준 약 30%로 급증했다”고 밝혔다. 2일 관세 발표 이후 미국 국채 금리 급등과 글로벌 금융 긴축이 겹치면서 이들의 자금 조달 환경이 급격히 악화됐다. 프런티어 국가는 방글라데시, 베트남, 케냐 등 개발 초기 단계의 작은 신흥국들을 말한다.
여기에 더해, 미국의 재정 상황 악화도 신흥국 채권 발행에 추가적인 부담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됐다. 현재 미국은 재정적자를 메우기 위해서 1년 내 약 9조달러 규모의 국채를 발행해야 한다. 이와 별도로 미 재무부는 올 2~3분기에 1조500억달러의 신규 국채를 발행할 것이라고 25일 밝혔다. 그만큼 미국 국채가 글로벌 자금을 흡수하게 될 것이란 의미다.
IMF는 이러한 미국의 대규모 국채 발행 수요와 연방준비제도(Fed)의 양적 긴축이 글로벌 자본시장을 잠식시키고 상대적으로 신용도가 낮은 신흥국과 프런티어 국가들의 자금조달 비용을 더욱 높일 수 있다고 우려했다.
미국 채권 시장의 구조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IMF는 미국 국채 발행 규모가 워낙 크기 때문에 금융 중개기관(딜러)들의 중개능력을 초과하면서 유동성이 악화되고 있고, 레버리지(차입을 통해 투자 규모 확대)를 사용하는 헤지펀드들의 시장 참여로 인해 변동성도 높은 상태라고 지적했다.
2일 관세 발표 후 헤지펀드들이 사용하는 베이시스 트레이드(채권 선물을 매도하고 동시에 채권 현물을 매수하는 차익거래)와 스왑 스프레드(채권을 매수하고, 이자율스왑 계약을 체결해 고정금리를 지불하고 시장변동금리를 수령하는 차익거래) 포지션들이 대규모 청산 되면서 국채 시장을 크게 흔들었다.
이러한 구조가 국채 수급 불균형을 심화시켜 국채금리 추가 상승을 초래할 수 있으며, 신흥국 국채에 대한 투자 매력도를 낮추는 요인이 될 전망이다.
결과적으로, 선진국 국채금리 상승과 시장 유동성 악화는 신흥국의 신규 국채 발행 비용을 더욱 높이는 동시에, 만기 도래 채권의 차환을 어렵게 만들 수 있다는 점에서, 신흥국 금융시장 안정성에 중대한 리스크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다.
IMF는 “신흥국과 프런티어 시장은 외환보유액 확충, 재정 여력 확보 등 선제적 대응을 강화해야 하며, 글로벌 금융시장 변동성이 지속될 경우 통화 정책 완화를 실행하거나 외화부채가 많아 여건이 안되는 나라의 경우에는 일시적인 외환 시장 개입으로 대응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지적했다.
양현승 기자 hsyang@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