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은, 기준금리 동결…성장률 전망 낮출 듯
내일부터 이틀간 정책결정회의 열어 통화정책 결정
현행 0.5% 수준 유지 … 성장률 전망치 1% 밑돌 듯
일본은행이 기준금리를 현행 수준에서 동결하고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도 하향 조정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발 관세전쟁의 불확실성이 확대되면서 경기 둔화가 빨라질 것을 우려해 추가 금리인상도 뒤로 미루는 모양새다. 당초 올해 두차례까지도 내다봤던 시장 전망은 한차례도 불확실하다는 쪽으로 옮겨가고 있다.
일본언론은 28일 일제히 일본은행이 30일부터 이틀간 개최하는 정책결정회의에서 정책금리를 현행 연 0.5% 수준에서 동결이 유력하다고 전했다. 트럼프발 관세폭탄으로 일본경제 성장률이 둔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커지면서 금리인상이 멀어질 것이라는 예상이다. 당초 일본 내에서는 이르면 4월, 늦어도 상반기 중으로 추가 금리인상이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 많았다.

일본은행은 이번 회의에서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1.1% 성장에서 1.0%를 밑도는 수준으로 수정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도 당초 2.4%에서 2% 안팎으로 수정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내년 이후 성장률과 물가상승률 전망도 기존 예상보다 하향 수정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우에다 가즈오 일본은행 총재는 그동안 “물가상승률이 기조적으로 조금씩 높아지고 있다”면서 추가 금리인상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었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상당 기간 동결 가능성을 점치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28일 “채권시장에서는 이번 회의에서도 0.5%의 벽이 깨지지 않을 것 이라는 관측이 부상하고 있다”며 “트럼프 관세정책에 따른 세계경제의 불확실성 확대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정책금리 0.5%의 벽’은 일본은행이 1995년 당시 정책금리를 1.0%에서 0.5%로 내린 이후 30년 동안 한번도 이 수준을 웃돈 적이 없다는 점을 강조한 말이다. 일본이 장기 디플레이션과 저성장에 빠지면서 시장에 유동성을 사실상 무한대로 공급하는 금융완화정책을 시행하면서 초저금리를 유지했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해 8월 우에다 총재가 ‘0.5%의 벽’을 넘어서는 수준으로 금리인상도 가능하다고 밝힌 직후 도쿄 증권시장이 폭락해 일본 금융시장에서는 하나의 벽으로 인식되고 있다.
실제 역대 기준금리 인상 이후 경기가 빠르게 둔화했던 경험도 0.5%의 벽에 대한 트라우마로 작용하고 있다. 지난 2007년 일본은행이 정책금리를 0.5%까지 인상한 이후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등이 겹쳐 경기가 급랭하면서 다시 금리를 내린 적도 있다.
이처럼 대내외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일본은행의 향후 통화정책방향도 당분간 불투명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채권시장에서 보는 금리인상 확률은 올해 6월(15%)과 7월 또는 9월(19%) 등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가 상호관세 입장을 발표하기 전인 지난달까지 올해 안에 100% 추가 인상이 있을 것이라는 관측에서 급변했다.
오쿠무라 SMBC닛쿄증권 연구위원은 “시장은 향후 2~3년 안에 추가로 한차례 정도밖에 인상하지 못할 것으로 보고 있다”며 “금리 인상 1회라는 예상은 향후 상호관세를 둘러싼 시나리오의 판단이 서지 않기 때문에 2회 이상과 1회도 어렵다는 두가지 시나리오의 중간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한편 일본 채권시장에서 국채 10년물 금리는 지난달 말까지 1.6%에 육박했다 28일 1.3% 초반까지 급락했다.
백만호 기자 hopebaik@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