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발사주 의혹’ 위헌·위법성 따진다
헌재, 손준성 검사장 탄핵심판 2차 변론준비기일
동일 혐의 형사재판서 대법 무죄 확정, 영향 주목
이른바 ‘고발사주’ 의혹으로 탄핵 소추된 손준성 대구고검 차장검사(검사장)에 대한 헌법재판소 탄핵 심판 절차가 중단 1년 1개월여 만에 재개된다.
최근 대법원이 동일한 의혹으로 재판에 넘겨진 손 검사장의 형사재판에서 무죄를 확정함에 따라 탄핵 심판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29일 법조계에 따르면 헌재는 이날 오후 3시 소심판정에서 손 검사장 탄핵심판 2차 변론준비기일을 연다.
국회는 지난 2023년 12월 본회의를 열고 손 검사장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표결해 총투표수 180표 중 찬성 175표, 반대 2표, 무효 2표, 기권 1표로 의결했다.
손 검사장의 탄핵 사유는 2020년 21대 총선을 앞두고 검찰이 여권 인사에 대한 고발을 사주했다는 이른바 ‘고발사주’ 의혹이다.
고발사주 의혹사건은 2020년 4월 총선을 앞두고 윤석열 전 대통령이 검찰총장으로 있을 때 대검이 유시민 전 노무현재단 이사장과 최강욱 전 민주당 의원 등을 검찰에 고발해달라고 여권에 사주했다는 의혹이다.
당시 대검 수사정보정책관이던 손 검사장은 고발장 이미지와 판결문을 텔레그램으로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전신) 후보였던 김웅 전 의원에게 두 차례 전달한 혐의로 2022년 5월 기소됐다.
수사를 맡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는 손 검사장이 일명 ‘제보자X’로 불리는 지 모씨 관련 판결문을 실명이 담긴 상태로 유포했다고 보고, 개인정보보호법 및 형사사법절차전자화촉진법 위반 혐의도 적용했다.
국회는 고발사주 의혹 관련 헌법과 공직선거법, 공무상 비밀누설죄 등을 위반했다며 2023년 12월 탄핵 소추안을 가결했고, 손 검사장은 직무가 중지됐다.
헌재는 지난해 3월 26일 손 검사장 탄핵심판 1차 변론준비기일을 열고 탄핵심판 절차를 개시한 바 있다.
다만, 헌재는 지난해 4월 손 검사장에 대한 탄핵심판 절차를 정지했다. 같은 사유로 형사재판이 진행 중이라는 이유에서다.
헌재법 51조는 ‘피청구인에 대한 탄핵 심판 청구와 동일한 사유로 형사소송이 진행되고 있는 경우, 재판부는 심판 절차를 정지할 수 있다’고 정한다.
1심은 지난해 1월 말 손 검사장이 수사정보정책관 지위에서 취득한 비밀을 김 전 의원에게 누설한 혐의를 인정해 징역 1년의 실형을 선고했다.
다만 고발장 초안 작성과 전달만으로 선거에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는 무죄를 선고했다.
같은 해 4월 손 검사장측은 헌재에서 형사 사건 항소심이 진행 중이어서 탄핵 심판 절차와 병행하는 게 바람직하지 않다고 주장했고 헌재는 이를 받아들였다.
헌재가 형사재판 진행을 사유로 탄핵 심판 절차를 정지한 것은 처음이었다.
이후 2심은 지난해 12월 형사사건을 심리한 뒤 1심을 뒤집고 무죄를 선고했다. 손 검사장이 김 전 의원에게 고발장 등을 직접 보낸 사실이 증명되지 않았다는 판단에서다.
대법원도 지난 24일 “원심판결에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며 무죄를 확정하면서 헌재는 이튿날 손 검사장 탄핵 심판을 재개한다고 밝혔다.
법조계 안팎에서는 손 검사장이 고발사주 의혹 형사 재판에서 무죄를 받았기 때문에 헌재가 같은 사유로 제기된 탄핵심판 사건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공직자 파면 여부를 결정하는 탄핵 심판은 행정 징계 성격이 강하지만, 고도의 입증이 필요한 형사 재판은 범죄 성립 여부를 다툰다는 차이가 있다.
하지만 기초 사실관계가 동일한 형사재판의 무죄가 확정된 만큼 헌재가 탄핵소추안을 받아들이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헌재는 지난 18일 문형배·이미선 재판관이 퇴임한 이후 ‘7인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탄핵 인용을 위해선 재판관 6명 이상의 찬성이 필요하다.
한편 이번 손 검사장 사건을 끝으로 야권의 검사 탄핵심판 사건은 모두 마무리된다.
최초 검사 탄핵 심판 대상자는 안동완 부산지검 2차장검사였다. 이후 야권은 손 검사장과 이정섭 대전고검 검사 직무대리, 지난해 12월에는 서울중앙지검 이창수 지검장과 조상원 4차장검사, 최재훈 반부패2부장검사에 대한 탄핵을 소추했다.
헌재는 선고가 늦어진 손 검사장을 제외한 모든 검사들에 대해 기각 결정을 내렸다. 안 검사는 5(기각)대 4(인용) 의견으로 재판관 내 의견이 다소 엇갈렸지만, 나머지 검사들은 만장일치로 탄핵 청구가 기각된 바 있다.
헌재에 계류된 탄핵사건은 손 검사장 외에 조지호 경찰청장 사건이 남아 있다. 조 청장은 ‘12.3 비상계엄’ 사태에 연루돼 탄핵소추됐는데 아직 변론준비기일도 열리지 않았다.
김선일 기자 sikim@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