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무역전쟁서 중국 못 이겨”
FT 칼럼니스트 마틴 울프
미국 트럼프정부가 중국과 벌이는 무역전쟁에서 승리할 수 없을 것이라는 단언이 나왔다. 미국의 가장 큰 자산인 신뢰가 무너졌기 때문이라는 이유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 수석칼럼니스트 마틴 울프는 30일(현지시각) ‘미국이 중국에게 질 수밖에 없는 이유(Why the US will lose against China)’에서 “중국이 무적이기 때문이 아니라 미국이 세계 최강 경제국을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자산들을 내다버리고 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미국은 교역국들에게 무역이나 안보와 관련한 우호적인 조건을 내걸고 중국에 맞서라고 설득할 계획이지만 이는 통하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호주와 브라질 인도 인도네시아 일본 한국 등 주요국은 미국보다 중국과 더 많은 무역을 하고 있다. 물론 이들에게 미국은 주요 수출시장이다. 하지만 중국 역시 많은 나라들에게 주요 시장이다. 게다가 중국은 필수수입품 공급국이기도 하다. 이를 쉽사리 대체하기 어렵다. 수입 역시 결국은 무역의 목적이다.
울프 칼럼니스트는 “무엇보다 미국은 신뢰할 수 없게 됐다. ‘거래적인(transactional)’ 트럼프호의 미국은 늘 더 나은 조건의 거래만 추구한다. 제정신이 박힌 나라라면 중국에 맞서면서 그같은 파트너(미국)에 미래를 맡기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에 따르면 중국은 자국민이 미국인보다 경제고통에 더 잘 버틸 것으로 믿는다. 중국에게 무역전쟁은 수요충격이지만, 미국에겐 공급충격이다. 잃어버린 공급보다 사라진 수요를 대체하는 게 더 쉽다.
울프는 “결국 미국은 원하는 거래, 고대하는 승리를 중국에게서 받아낼 수 없을 것이다. 내 추측으로는 이같은 사실이 점차 명확해지면서 트럼프는 최소한 부분적으로 무역전쟁에서 후퇴한 뒤 일방적으로 승리를 선언하고, 어떤 다른 방향으로 움직일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법질서를 정실자본주의(crony capitalism)로 대체하려 노력하는 미국은 중국을 이길 수 없다. 순전히 거래만 따지는 미국은 동맹국들로부터 진심어린 지지를 확보하지 못할 것”이라며 “전세계는 중국과 경쟁하면서도 협력하는 미국이 필요하다. 하지만 지금의 미국은 그 두 가지 모두에서 실패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은광 기자 powerttp@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