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 이순신 뛰던 골목 세계적 관광명소로
중구 ‘충무공 도시’ 선언
전분야 망라 ‘오길’ 추진
“이순신 장군이 배 열두척으로 명량해전을 승리로 이끌었다면 우리 중구에는 12만명 주민이 있습니다.”
서울 중구가 ‘소년 이순신’이 뛰놀던 골목과 동네를 세계적인 관광명소로 탈바꿈시킨다. 30일 중구에 따르면 구는 장군 탄생 480주년을 맞아 ‘충무공 도시’를 선포하고 교육 관광 문화 등 행정 전 분야에 ‘이순신 정신’을 입힌다.
충무공 이순신은 1545년 4월 28일 한성부 건천동에서 태어나 유년시절을 보냈다. 지금으로 따지면 중구 인현동이다. 충무로 인근에 생가터 표지석과 안내판이 있다. 소년 이순신은 인현동과 충무로 일대에서 평생지기인 서애 류성룡과 교류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청년 이순신이 무과시험을 치르고 관직에 진출한 초기에 근무했던 훈련원 터도 중구에 있다. 을지로5가 국립중앙의료원 옆 훈련원공원이다. 김길성 중구청장은 “이순신 장군이 무과 시험을 치른 훈련원, 활자와 책을 제작하던 주자소가 있던 중구에서 태어나고 자라서 문·무를 갖춘 위인으로 성장할 수 있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그는 “제가 원칙을 지키며 흔들림 없이 걸어올 수 있었던 것도 충무공이 전해준 지혜와 용기 덕분”이라고 강조했다.
중구는 ‘이순신 장군 탄생지’로 자리매김하는 동시에 충무공을 세계적인 영웅으로 알리는 창구 역할을 할 계획이다. 지난 28일 필동 남산골 한옥마을에서 ‘충무공 이순신 위대한 시작, 다시 중구에서’라는 장기 전망을 주민들과 공유하는 선포식을 열고 이를 실행하기 위한 ‘오길 프로젝트’를 제시했다. ‘충무로에서 용기와 지혜로 하나 되어 세계로 향하는 길’을 뜻하는 ‘다섯개의 길’이다. 많은 이들이 중구로 ‘오길 바란다’는 마음도 담았다.
영웅이 태어난 충무로에 ‘이순신의 시작’을 기념하는 공간부터 조성한다. 세운재개발지역에 포함된 생가터에 공공기여를 통해 마련할 방침이다. 필동 남산골 한옥마을에서 을지로3가 교차로까지 766m는 ‘이순신 길’로 지정한다. 지역을 찾는 내·외국인들이 길을 걸으며 장군을 기념하도록 하겠다는 구상이다.
매년 4월 28일을 전후해 ‘이순신 주간’을 정하고 충무공을 주제로 한 다양한 주민참여형 축제를 연다. 활쏘기대회 걷기대회를 비롯해 이순신 영화 상영과 거북선 만들기 등이다.
이와 함께 ‘충무공 장학금’을 비롯해 할머니·할아버지가 전해주는 이순신 인형극, 유적지 탐방 등 교육과 연계한 계획도 있다. 백성을 먼저 생각하는 애민정신과 공정 청렴은 ‘언제나 든든한 내편 중구’를 지향하는 행정에 녹여낸다.
선포식에 참여한 필동 주민 조효은(29)씨는 “역사적 위인을 잊고 살았는데 배울 게 많다는 점을 새삼 느꼈다”며 “주변 사람들에게 알리고 외국인들에게 길 안내를 하는 형태로라도 도움을 주고 싶다”고 말했다. 당일 참석자들에게 노래 선물을 한 우아림(장충초 6학년) 학생은 “학교에서도 많이 배웠는데 더 정확히 알고 싶다”고 밝혔다.
중구는 이날 선포식에서 공유한 내용이 온전히 실행되도록 단계별 세부 계획을 마련해 추진할 방침이다. 김길성 중구청장은 “주민·상인과 함께 먹거리와 기념품 등을 개발해 일상에서 이순신 장군을 만날 수 있게 하겠다”며 “중구가 다시 한번 변화의 중심이 될 수 있도록 주민과 함께 꿈꾸고 나아가겠다”고 말했다.
김진명 기자 jmkim@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