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응급의료대책, 시민 지켰다

2025-04-30 13:00:42 게재

중증·경증 환자 분리, 양쪽 모두 ‘숨통’

질환별 전담병원·긴급치료센터 지정

의정 갈등에서 비롯된 의료 공백 사태가 길어지는 가운데 서울시 응급의료 대책이 빛을 발하고 있다.

30일 내일신문 취재에 따르면 서울시 응급의료대책의 핵심은 질환별전담병원을 지정해 중증환자와 경증환자를 분리한 일이다. 질환별전담병원은 경증 치료를 위한 환자 분배 전략의 일환이다. 경증 환자를 질환별로 쪼개 각각의 병원으로 분산했다.

실제 의료공백 기간동안 가뜩이나 붐비는 응급실에 경증환자까지 몰려드니 중증환자는 물론 경증환자도 적기에 치료를 받지 못하는 문제가 터졌다. 받아주는 병원이 없어 응급실 뺑뺑이를 돌았고 정작 응급실에 들어가도 진료 대기로 시간을 허비했다.

시는 이에 주목해 중증도는 낮지만 즉각적 치료가 필요한 경증응급 환자 치료를 위한 병원을 지정했다. 타박상 찰과상 열상 골절 화상 등 외상과 복통 고열 구토 등 급성기 질환 환자를 24시간 받았고 소방 구급대도 이들 환자 이송에 투입했다.

응급의료체계가 마련되자 환자들 숨통이 트였다.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3월까지 긴급치료센터에 4만4144건의 진료가 몰렸고 질환별 전담병원에서도 같은 기간 5만5316명이 응급 진료를 받았다.

질환별 전담병원 119 이송환자 수도 최대 4배까지 증가했다(그래프 참조).

지난해 1월 136건이던 이송 숫자가 올해 같은 기간 516건으로 늘어난 것이다. 119 이송 건수 증가는 환자들이 본인에게 필요한 병원에 제때 찾아가는 비율이 높아졌음을 의미한다. 집에서 발만 구르거나 아파도 병원에 가지 못하는 이들이 그만큼 줄었다는 얘기다.

◆달빛어린이병원, 지난해에만 31만명 찾아 = 간신히 응급의료체계를 정착시키던 와중에 위기가 발생했다. 서울에서 유일하게 중증외상치료와 수련의 양성을 병행하던 고대구로병원 중증외상수련의 전문센터가 재정적 어려움 때문에 문을 닫을 상황에 처한 것이다.

오세훈 시장이 지난해 12월 의사단체 파업에 따른 비상 의료체계를 점검한 뒤 이재협 보라매병원장에게 감사 인사를 전하고 있다. 사진 서울시 제공

시는 긴급재난기금을 동원해 5억원을 투입했고 병원은 수련의 양성센터를 계속 운영하기로 했다. 이 경험은 정부 몫으로만 여겼던 중증센터 운영 및 강화 문제에 반전 계기가 됐다. 수련의를 양성할 필요를 느끼지만 경영상 이유로 센터 운영을 꺼리던 상급병원들과 이번 일을 계기로 대화 물꼬가 트인 것이다. 논의가 성사되면 현재 고대구로병원 1곳에서 7명밖에 배출하지 못하던 중증외상치료 전담 의사를 약 20명으로 늘릴 수 있게 된다.

시는 소아의료 인프라 확대에도 공을 들였다. 야간과 휴일에도 상시 진료가 가능한 소아 전담 병원을 기능을 구분해 지정했다. 평일 오후 9시까지 진료하는 우리아이 안심의원, 야간 및 휴일을 담당하는 달빛어린이병원을 운영했고 부모들 호응이 커지자 24시간 운영으로 전환해 소아환자를 위한 응급실 역할을 하도록 했다.

시 관계자는 “달빛어린이병원에 지난해에만 31만2128명이 방문하는 등 의료공백을 메우는 역할을 하고 있다”며 “병원과 협력, 정책 개발 등 의정 갈등 속 시민 건강을 지키기 위해 지속적으로 응급의료체계를 개선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제형 기자 brother@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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