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탄 김문수 ‘재기’…찬탄 한동훈 ‘약진’
홍준표·안철수, 네 번째 실패 ‘아쉬움’
국민의힘 대선 경선이 김문수-한동훈 2강으로 압축됐다. 민주당에 맞서면서 ‘꼿꼿 문수’로 불렸던 김 후보는 10여년 만에 ‘정치적 재기’에 성공했고, ‘윤석열 탄핵’에 찬성한 한 후보는 친윤의 방해를 뚫고 ‘약진’하는 성과를 거뒀다는 평이다. 4강에서 경합을 벌인 홍준표·안철수 후보는 네 번째 도전에도 실패하면서 아쉬움을 남겼다.
27일 국민의힘은 김문수-한동훈 후보를 3차 경선 진출자로 발표했다. 이들은 내달 3일 전당대회에서 최종 후보를 가린다.
3선 국회의원과 재선 경기도지사를 지낸 김 후보는 이번 경선을 통해 사실상 ‘정치적 재기’에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윤석열정부에서 경제사회노동위원장과 노동부 장관을 지냈지만, 2014년 경기도지사 퇴임 이후 10여 년 동안 잇단 선출직 도전에 실패했기 때문이다. 2016년 총선에서는 대구 수성갑에서 낙선했고, 2018년 지방선거에서는 서울시장에 도전했다가 패배의 쓴맛을 봤다.
다만 김 후보는 3차 경선에서 이겨 국민의힘 후보로 선출된다고 해도 ‘한덕수 단일화’에 적극적인 입장이라, 대선 본선에 출마할 수 있을지는 불확실하다. 친윤 일각에서 김 후보를 ‘한덕수 추대’를 위한 불쏘시개로 활용한 것 아니냐는 의심도 제기된다. 이 같은 의심은 대선 이후 김 후보가 또 다른 정치적 도전에 나설 가능성은 낮다는 전망으로 연결된다. 2017년 대선에서 낙선했던 홍준표 후보가 곧바로 전당대회에 도전해 당권을 거머쥐었던 전철을 따르지 않을 것이란 얘기다.
한 후보는 주류 친윤의 결사적인 반대를 뚫고 2강에 진입하면서 정치적 존재감을 과시했다는 평가다. 한 후보는 지난해 7월 국민의힘 전당대회에서 63%란 압도적 지지율로 당선됐지만, 계엄·탄핵 사태 과정에서 사퇴했다. 친윤은 어떻게든 한 후보의 대권행을 막겠다고 나섰지만, 한 후보는 3차 경선까지 오르면서 만만찮은 저력을 입증했다. 한 후보가 3차 경선과 ‘한덕수 단일화’ 시험대를 통과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이지만, 대선 이후에도 ‘한동훈 정치’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대선 승자가 되면 대통령 직무를 수행하게 될 것이고, 그렇지 않더라도 향후 보수정치의 중심부에 계속 머물 것이란 전망에 무게가 실린다.
홍 후보와 안 후보는 네 번째 대선 도전에도 실패하면서 진한 아쉬움을 남겼다. 홍 후보는 2007년 한나라당 대선 경선에 출마해 낙선했다. 2017년 자유한국당 경선에서는 1위를 차지해 본선에 나섰지만, 떨어졌다. 2022년 국민의힘 경선에서는 윤석열 후보에 밀려 2위를 차지하는 데 그쳤다. 이번 네 번째 도전에서는 4강에 드는 걸로 만족해야 했다. 홍 후보는 29일 “30년 동안 정들었던 우리 당을 떠나고자 한다. 더 이상 당에서 내 역할이 없고, 더 이상 정계에 머물 명분도 없어졌다”고 밝혔다. 정계은퇴 의사를 밝힌 것. 다만 정치권에서는 보수정치가 대선 이후 암흑기를 맞는다면 홍 후보에게 SOS를 칠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홍 후보만큼 강한 대중성과 리더십을 갖춘 보수정치인을 찾기 힘들기 때문이다.
2012년 첫 무소속 출마 이후 13년간 네 차례 대선에 도전했던 안 후보는 이번에도 실패를 맛보았다. 다만 캠프에 현역의원이 한 명도 없을 만큼 당내 비주류로 꼽혔지만, 주류인 나경원 후보를 밀어내고 4강에 진입하면서 나름의 저력을 보여줬다는 평가다. 안 후보는 29일 “누가 최종 후보가 되던 이재명을 막는 데 힘을 바치겠다”며 향후 정치적 행보를 이어갈 의지를 밝혔다. 대선 이후 또 다른 도전 가능성이 열려있다는 관측이다.
엄경용 기자 rabbit@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