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출판인회의 등 ‘서울국제도서전 공공성 회복 위한 공적 논의’ 제안
“더 많은 주체들 함께 참여 필요”
대한출판문화협회(출협)의 서울국제도서전 사유화 논란과 관련해 한국출판인회의 등 7개 단체는 30일 연대성명을 통해 ‘서울국제도서전 공공성 회복을 위한 공적 논의를 제안한다’고 밝혔다.
한국출판인회의 등은 성명서에서 “지금의 도서전 성장은 결코 하루아침에 이뤄진 것이 아니며 출협의 꾸준한 노력 없이는 가능하지 않았음을 잘 알고 있다”면서 “문제는 도서생태계 구성원 사이의 자율성을 기반으로 운영되는 도서전에 예산 지원을 빌미로 문화체육관광부가 주도적으로 개입할 수 있다는 그릇된 인식과 이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충분한 공론화 과정 없이 오해의 소지가 있는 도서전 운영 방식을 채택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도서전에 대한 정부의 인식 변화와 함께 향후 도서전 운영에 있어 도서 생태계 구성원들의 의견이 골고루 반영될 수 있는 투명한 절차가 필요하다”면서 “지금은 서울국제도서전을 사랑하고 키워왔던 더 많은 주체들이 함께 논의에 참여하여 그 성과를 공유하고 미래를 함께 설계할 수 있는 새로운 단계를 만들어갈 때”라고 강조했다.
이들은 △공적 논의기구 구성 △지분 구조 및 법인 형태 근본적인 재검토 △지속가능한 공적 지원의 확대를 주장했다. 도서전의 공공성을 회복하고 지속 가능한 운영을 모색하기 위해 출협 외 출판계 다양한 단체와 작가 및 서점 단체 등이 폭넓게 참여하는 공적 논의기구를 구성하자는 주장이다. 또한 주식회사 전환의 백지화를 포함해 출판계 공공성이 담보되는 형태로 전환하자는 지적이다. 문체부에 대해서는 도서전의 공공성이 확보될 수 있도록 지속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서울국제도서전 사유화 반대 연대(반대 연대)는 22일 서울국제도서전 사유화 반대 서명운동을 벌였다. 서명운동은 시작 하루 만에 3000여명이 함께했다. 반대 연대는 불투명한 의사 결정 체계에 대해서도 비판했다. 서울국제도서전이 출판계와 작가 독자들이 함께하는 축제임에도 출협은 도서전의 법인 전환을 내부 이사회에서 결정을 내렸다는 것. 출판계 전체 및 시민의 의견을 수렴하는 공청회나 설명회가 없었다는 주장이다.
서울국제도서전은 1950년대부터 시작한 국내 최대 규모의 도서전으로, 수많은 독자들이 방문하며 성황리에 개최되고 있다. 해마다 문체부 지원 아래 출협을 중심으로 운영돼 온 서울국제도서전은 2024년 문체부와 출협 간 갈등으로 인해 예산 지원이 중단된 상황에서 진행됐다. 이에 대응하기 위해 출협은 이사회를 거쳐 ‘주식회사 서울국제도서전’을 설립했다. 출협은 현물 출자를 통해 지분 30%를 보유하고 윤철호 출협 회장 등이 70%의 지분을 소유하는 구조다.
이와 관련 출협은 23일 보도자료를 통해 공식 입장을 밝혔다. 출협은 주식회사 설립이 윤석열정부의 감사 및 보조금 전면 중단이라는 비상 상황에서 나온 불가피한 대응이었다는 입장이다. 문체부가 카르텔 의혹을 이유로 협회장을 경찰에 수사 의뢰하고 도서전 보조금을 끊은 상황에서 도서전의 존속과 안정적 개최를 위한 선택이었다는 설명이다.
출협은 주주 모집이 공개적으로 이뤄졌으며 협회가 확보한 지분 30%는 향후 증자에도 희석되지 않도록 명문화됐다고 밝혔다. 또한 공공성 확보를 위해 이사와 감사 각 1인을 협회가 추천할 수 있도록 법률 자문을 받아 별도 계약을 체결했으며 도서전 개최 권한 역시 유지된다고 강조했다.
백원근 책과사회연구소 대표는 “2017년부터 도서전에 변화가 시작됐으며 3년 연속 성공을 하면서 MZ세대를 중심으로 ‘텍스트힙’ 열풍을 이끄는 상징성이 부여됐다”면서 “이에 대한 출협의 공은 인정해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어 “다만 주식회사와 관련해 문제가 제기되는 만큼 이제 출협을 중심으로 책생태계 전반이 같이 어울려서 만들어나가는 도서전으로서의 체계를 갖춰 나가야 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