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 웃고, 마쓰다·BMW 운다

2025-05-02 13:00:12 게재

트럼프발 자동차 관세, 모델별 명암 엇갈려 … ‘어디서 만들었느냐’가 가격 좌우

지난달 7일(현지시간) 미국 메릴랜드주 볼티모어의 던독 마린 터미널에서 운송을 기다리는 미쓰비시 자동차의 신차들. EPA=연합뉴스
2025년 미국 자동차 시장의 가장 큰 변수는 단연 관세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전격 발표한 자동차 관세 정책은 일부 완화됐지만, 차량 가격이 오르고 있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았다.

1일(현지시간) 미국 경제 매체 쿼츠(Quartz)와 자동차 전문 매체 모터1(Motor1)의 공동 보도에 따르면, 차량별 미국 내 생산·부품 조달 비중에 따라 관세 영향을 다르게 받고 있다.

핵심은 부품의 원산지다. 전문가들은 “차량 한 대를 구성하는 부품 중 80%가 수입산이며, 생산 공정이 전 세계에 걸쳐 있는 만큼 관세 면제 대상은 극히 일부”라고 설명한다.

위치타 주립대학교의 우샤 헤일리 교수는 “미국-멕시코-캐나다 협정(USMCA)을 충족하고, 미국 내에서 생산되는 차량만이 현재로서는 관세를 피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조건을 충족한 대표적인 브랜드가 테슬라(Tesla)다.

모터1이 발표한 미국내 생산 비율 자료에 따르면 테슬라 모델 3 퍼포먼스는 87.5%가 미국산이다. 모델 Y는 85%, 사이버트럭은 82.5%, 모델 S와 X는 각각 80%로 높은 비중을 보였다. 포드(Ford)의 머스탱 GT도 80%가 미국산으로 분류돼 가격 인상 압박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롭다.

반면 마쓰다 미아타, 현대 엘란트라, BMW M3 세단, 스바루 BRZ, 도요타 GR86과 GR 코롤라는 미국산 부품 비율이 불과 1%에 그친다.

이들 차량은 대부분 해외에서 제조되며, 관세가 가격에 그대로 반영될 가능성이 높다. 모터1은 이들 모델을 ‘관세 민감도 최상위 그룹’으로 분류했다.

시장 반응은 즉각적이다. 자동차 거래 플랫폼 카구루스(CarGurus)의 케빈 로버츠는 “관세 발표 이후 한 달 동안 신차 평균 가격은 약 650달러(약 87만원), 중고차는 150달러 상승했다”고 밝혔다. 특히 5만달러 이하의 차량 수요가 급증했다. 가격 상승 전에 미리 사려는 소비자들이 몰렸기 때문이다.

오토렌더스(AutoLenders)의 조지 파라키오 부사장은 “지금은 재고로 버티고 있지만, 관세가 계속되면 제조업체는 가격을 올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60일 이내에 전체 차량 가격이 서서히 상승할 것”이라며, 장기적으로는 중고차 시장까지 영향을 받을 것으로 전망했다. 실제로 가격 부담을 느낀 소비자들이 중고차로 몰리며, 이 시장도 들썩이기 시작했다.

문제는 이 상황이 쉽게 풀리지 않는다는 데 있다.

맥킨지앤컴퍼니(McKinsey & Company)의 리즈 햄펠 파트너는 “공장 이전에는 최소 2년이 걸리고, 수십억 달러가 들어간다”고 말했다. 단순한 설비 이동이 아닌, 수십 년간 축적된 기술과 인프라가 함께 움직여야 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자동차 산업은 모델 주기가 평균 7년에 달하고, 생산라인 전환도 시간과 비용이 막대하다. 결국 지금의 관세는 단기 정책임에도 불구하고, 산업 구조 전체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러한 예측은 실제 소비 행태에서도 확인된다. 공급망 관리 플랫폼 e2open의 존 래시는 “차량은 고가의 소비재다. 가격 인상이 예고되면 소비자들은 미리 구매를 결정한다”고 말했다. 그는 “3월 관세 발표 이후 단기적 수요 급증이 있었지만, 이로 인해 향후 수개월 간 신차 판매는 침체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결국 자동차 관세는 단기 가격 상승으로 끝나지 않는다. 미국 소비자들은 이제 차량을 고를 때 ‘브랜드’보다 ‘어디서 만들었는가’를 먼저 따지게 된다. 제조국이 곧 가격을 결정하는 시대가 도래했다는 의미다.

정재철 기자 jcju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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