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호남 보통교부세 줄여 수도권에 준다고?
인천자치구 신설예산, 직접교부 논란
행안부 “보통교부세 틀 흔든다” 반발
재정대책 없는 행정체제개편 후폭풍
내년 7월 출범을 앞둔 인천시 신설 자치구의 설립 예산 마련에 문제가 생겼다. 지역 국회의원들이 나서 소요 예산을 보통교부세를 통해 마련하려던 계획에 제동이 걸렸다. 당장 수천억원에 달하는 필수 예산을 어떻게 마련할 지를 두고 인천시와 지역 정치권이 고민에 빠졌다.
2일 국회와 행정안전부 등에 따르면 모경종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배준영 국민의힘 의원이 함께 대표발의한 ‘지방자치분권 및 지역균형발전에 관한 특별법’ 일부개정법률안이 행정안전위원회 전체회의에 계류됐다. 통합 지자체에 대한 재정지원을 신설 자치구에도 지원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 골자인 이 개정안은 같은 날 법안심사제1소위는 통과했지만 결국 전체회의 상정은 보류됐다. 이 법안이 보통교부세의 큰 틀을 흔들 수 있다는 것이 문제가 됐다.
보통교부세는 총액이 고정된 예산이다. 올해 예산 기준 60조4000억원이 편성돼 있다. 내국세의 19.24%인 보통교부세는 일부 불교부단체를 제외한 전국 지방자치단체에 정해진 셈식에 따라 배분한다. 특히 광역시 자치구의 경우 시에 보통교부세가 배부되면, 시가 다시 이를 조정교부금 형태로 자치구에 내준다.
그런데 모경종·배준영 의원이 발의한 개정안에 따르면 영·호남 등 비수도권 교부세를 줄여 수도권인 인천시에 추가로 교부하는 결과를 낳게 된다. 이는 균형발전과 행정서비스 형평을 목적으로 한 지방교부세의 설치 목적에 정면으로 어긋난다는 것이 행안부 생각이다. 결국 행안부의 강한 반대로 이 법안의 행안위 전체회의 상정을 막았다.
하지만 국비 지원이 없으면 행정체제 개편 초기 필수 기반비용 부담을 인천시가 떠안게 된다. 이는 유정복 시장이 추진한 ‘인천형 행정체제 개편’이 시작부터 인천시 재정의 발목을 잡는 결과를 낳는다. 현재 필요한 예산은 신청사 건립 비용 3673억원과 정보시스템 설치 등 추가 행정비용을 더하면 4651억원을 훌쩍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결국 지난해 1월 제정된 ‘인천시 제물포구·영종구 및 검단구 설치에 관한 법률안’에 국비 지원 근거를 담는 방안이 대안으로 제시되고 있다. 과거 경남 마산·창원·진해가 통합해 출범한 창원시, 충북 청주·청원이 통합해 출범한 청주시에 국비를 직접 지원한 사례가 있다. 당시에는 균형발전특별회계에 자율통합지원금이라는 항목을 만들어 지원했다. 지원 기간이 한 차례 연장되면서 창원시는 15년이 되는 올해까지, 청주시는 2029년까지 특별지원을 받는다.
다만 창원·청주시 통합과 인천시 자치구 신설은 차이점이 있다. 과거 창원·청주 통합은 정부가 권고해 추진했지만, 인천시 자치구 신설은 인천시 주도로 진행됐다. 국비 지원에 힘이 실리지 않는 이유다.
인천시 관계자는 “인천시 행정체제개편은 단순히 자치구를 신설한 것이 아니라 기존 자치구를 인구구성과 생활편의 등을 고려해 재편한 일”이라며 “정부와 협의해 국비 지원 근거를 마련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행안부 대안 검토에 나섰다. 행안부 관계자는 “인천의 행정체제개편 초기 필수 기반비용이 필요한 만큼 국가와 인천시가 적절히 분담해 지원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인천형 행정체제개편은 인천 서구에서 검단구를 분리하고, 중구에서 영종구를 분리하는 형태로 추진된다. 또한 영종구를 뺀 나머지 중구와 동구를 통합해 제물포구를 신설한다. 이에 따라 인천시는 10개 구·군에서 11개 구·군으로 자치구가 하나 늘어난다. 새 자치구는 모두 내년 7월 출범하며, 이에 맞춰 내년 6월 치러지는 지방선거에서 새 구청장과 구의원을 선출해야 한다.
김신일 기자 ddhn21@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