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에서 사랑받는 일본 콘텐츠 기업
'헬로키티'부터 '드래곤볼'까지 … 일본경제의 뉴 드라이브, 글로벌 IP 전략
남녀노소, 국적을 불문하고 전 세계적으로 사랑받는 ‘헬로키티’는 지난해로 탄생 50주년을 맞이했다. ‘헬로키티’는 지식재산(IP) 콘텐츠 분야에서 대표적인 성공 사례로 다양한 브랜드 및 콘텐츠와의 협업을 통해 상품 라인을 폭넓게 확장해왔다.

맥도날드와의 협업으로 선보인 헬로키티 세트를 비롯해 문구류 가전제품 생활용품 등 일상에서 접할 수 있는 다양한 품목에서부터 나이키 아디다스와 같은 글로벌 브랜드와의 콜라보레이션에 이르기까지 헬로키티는 IP를 활용한 폭넓은 확장 전략을 이어가고 있다. 이러한 다층적 브랜드 전략은 헬로키티가 오랜 시간 동안 글로벌 시장에서 지속적인 인기를 유지할 수 있었던 핵심 동력이다.

일본기업 글로벌IP 수익 랭킹 10위권 진입
IP를 기반으로 높은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일본 기업들이 점차 늘어나고 있으며 이는 전 세계 IP 콘텐츠 수익 순위에서도 뚜렷하게 나타난다. 글로벌IP 수익 랭킹 상위 10위 내에 일본 IP가 무려 5개나 포함돼 있다. 1위 ‘포켓몬스터’ 2위 ‘헬로키티’에 이어 ‘안판맨’ ‘슈퍼마리오’ 등이 순위에 올라 일본 IP 콘텐츠의 저력을 보여준다.
‘헬로키티’를 탄생시킨 곳은 산리오로 일본을 대표하는 캐릭터 제작 및 판매 기업이다. ‘헬로키티’를 비롯해 450종 이상의 많은 캐릭터들을 탄생시켰다. 산리오가 만든 캐릭터는 의류 잡화 테마파크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되며 전 세계에서 인기를 얻고 있다. 최근에는 게임과 애니메이션 진출에도 적극적이다. 미국 로블록스(Roblox)에서 출시한 게임은 사이트 방문 수가 3억회 이상을 기록했으며 2023년 7월에는 미국 애플의 구독 서비스를 통해 신작 게임의 배포를 시작했다.
현실부터 디지털 일상, 비일상까지 소비자가 끊임없이 산리오 캐릭터와 접할 수 있는 세계가 점점 늘어가고 있다. 50주년을 맞은 2024년 3월기에는 270억엔의 영업이익을 달성하고 시가총액은 7000억엔을 돌파하는 최고의 기록을 달성했다.
최근 미디어 환경의 변화에 맞춰서 산리오의 캐릭터 개발 방식도 변화하고 있다. 새로운 시대에 맞춘 ‘자유로운’ 방식의 캐릭터 개발과 육성이다. SNS에 정기적인 게시물을 통해 팬들과 교류하며, 팬들의 의견은 매일 수집되어 캐릭터에 반영된다. 팬들의 목소리를 들어 개발하면서 캐릭터는 끊임없이 변화하며 그 변화의 과정이 캐릭터의 새로운 역사를 만들어 간다.
향후 신시대에 맞는 새로운 캐릭터의 등장에 기대가 된다.
소니는 영화 TV 게임 음악 등 다양한 분야에서 IP를 보유하고 있다. 실적 악화로 허덕이는 대형 전자회사였지만 IP 콘텐츠 사업의 성공으로 새롭게 부활했다. 소니 픽처스 엔터테인먼트(SPE)는 영화와 TV, 소니 인터랙티브 엔터테인먼트(SIE)는 게임, 소니 뮤직은 음악에 집중하면서 이미 IP 콘텐츠 사업이 소니그룹 전체 매출의 60%를 차지한다.
엔터테인먼트 혁신 이끄는 소니그룹
특히 전자회사로서 소니가 가지고 있는 기술력을 바탕으로 기술과 IP의 융합을 통한 신규 시장 개척 의지가 강하다. 예를 들어 영화나 TV의 IP를 게임, 가상현실(VR), 로케이션 기반 엔터테인먼트(LBE) 등 다른 분야에서 활용하는 ‘트랜스미디어’의 가능성을 탐구하고 있다. 이를 통해 소니가 보유한 IP의 도달 범위를 넓히고, 관객에게 보다 몰입감 있는 경험을 제공한다. 기술과 IP의 융합이 앞으로 엔터테인먼트 업계에서 혁신을 이끌어갈 것이다. 또한 투자에 적극적이다.
2018년 EMI 뮤직 퍼블리싱 인수를 시작으로 6년간 약 15조엔(약 150조원)을 투자하여 콘텐츠 제작을 강화해왔다. 또한 2021년에는 애니메이션 특화 스트리밍 서비스인 ‘크런치롤(Crunchyroll)’을 인수하며 해외 배급 확대를 추진하고 애니메이션 크리에이터 커뮤니티에 대한 지원도 강화하고 있다.
닌텐도 또한 많은 IP를 보유하고 있으며 다양한 IP 콘텐츠의 상품화에 성공했다. 특히 '슈퍼마리오'와 '포켓몬스터'는 어린이부터 어른까지 폭넓은 세대에게 사랑받고 있다. 닌텐도의 IP 비즈니스는 게임이 우선이다. 어디까지나 게임에서의 유저 경험과 캐릭터의 활약을 최우선시하면서 모바일 영상 콘텐츠 영화 애니메이션 의류 머천다이즈 굿즈 테마파크 등 폭넓은 분야로 확장해 나가고 있다. 2021년에는 '슈퍼 닌텐도 월드'를 유니버설 스튜디오 저팬 (USJ)에 오픈했다. 2023년에는 일본에 이어 유니버설 스튜디오 할리우드에도 오픈했다. 닌텐도의 IP 비즈니스 규모는 최근 3~4년 사이 매년 10% 이상 가파른 상승세를 보였지만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아직 3%에 불과하다. 미디어 믹스를 활용한 향후 성장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
반다이남코는 ‘건담’ ’드래곤볼’ ‘원피스’등 유력한 IP를 다수 보유하고 있으며 애니메이션부터 가정용 게임 네트워크 콘텐츠피규어 의류상품까지 다양한 형태로 많은 팬들에게 지지를 받고 있다. 2024년 3월 기준 위에서 언급한 3가지 IP 모두 매출 1000억엔을 돌파했다. 이 가운데 ‘드래곤볼’은 지난 10년간 매출이 10배 이상 급증한 IP다. 1995년에 원작 만화 연재가 종료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연간 1200억엔을 넘는 막대한 수익을 올리며 최대 전성기를 맞이하고 있다. ‘드래곤볼’의 성공에는 미디어 믹스가 있다. 바로 전 세계적으로 대히트한 스마트폰용 게임 작품이다. 세계 170개 이상의 국가와 지역에서 배포되고 있으며 해외 다운로드 비율은 약 70%에 달한다. 누적 다운로드 수가 3억5000만을 넘어서면서 단순히 일본 내 인기를 넘어 전 세계적으로 위상이 높아졌다.
닌텐도의 성공열쇠 '미디어 믹스' 전략
IP 콘텐츠 사업 성공의 열쇠가 되는 것이 ‘미디어 믹스(Media Mix)’ 전략이다. 하나의 IP로부터 TV 영화 게임 만화 등 다양한 콘텐츠를 제작하고 더 나아가 광고나 이벤트, 과자, 청량음료 등 미디어 산업 외의 분야에까지 폭넓게 확대해 나가는 전략이다. 이 ‘미디어 믹스’ 전략은 일본 IP 콘텐츠 업계가 가지고 있는 경쟁력이기도 하다.
2022년 PwC컨설팅은 일본의 IP 콘텐츠 비즈니스에 필요한 요소로 6가지를 제시했는데 이 중 5개가 ‘해외시장을 고려한 사업 전략 수립’, ‘해외 비즈니스 환경에 대응할 수 있는 인재의 육성 및 확보’, ‘글로벌 비즈니스 환경에 대응하는 신속한 의사결정 체계 구축’ 등 해외 시장과 관련된 내용이었다. 일본의 IP 콘텐츠 업계는 일찌감치 해외로 눈을 돌렸다. 2023년 일본 애니메이션 관련 시장의 매출은 3조2465억엔(전년 대비 114.3%)으로 2년 연속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이 중 해외 매출은 지난 10년간 약 6배 성장해 2023년에는 1조7222억엔으로 국내 매출 1조6243억엔을 넘어섰다.
전 세계적인 애니메이션 붐에 부응한 해외 시장 개척 전략이 일본 애니메이션 시장의 성장을 이끌어 왔다. 스마트폰의 보급과 통신 기술의 발전은 콘텐츠 디지털화를 가속화시키며 사용자들이 다양한 콘텐츠에 쉽게 접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었다. 이에 따라 콘텐츠 소비 시간은 증가하고 콘텐츠 간 경계가 허물어지면서 다양한 미디어에서의 동시 제공이 가능해지고 있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인간의 상상력과 창의력은 지식재산(IP) 비즈니스의 핵심 자산으로 부각되고 있다. 뛰어난 IP는 국경과 언어의 장벽을 넘어 전 세계로 확산될 수 있는 확장성을 지니며 그 영향력은 계속해서 커지고 있다. 지난 30년간 일본에서 주목할 만한 혁신중의 하나는 ‘글로벌 IP의 탄생’이라 할 수 있다. 성공한 IP는 지속적인 브랜드 가치와 팬덤을 기반으로 장기적인 수익을 창출하며 높은 비즈니스 안정성을 확보할 수 있다.
가장 주목할 만한 혁신 ‘글로벌 IP’의 탄생
일본의 IP 해외 진출에 대해서는 정부도 큰 기대를 걸고 있다. 2024년 6월에는 ‘새로운 쿨 재팬 전략’을 수립해 2033년까지 일본발 콘텐츠의 해외 시장 규모를 20조엔까지 확대하는 것을 목표로 제시했다. 또한 콘텐츠 산업을 핵심 산업으로 자리매김하고 인재 육성과 해외 진출을 지원하기 위한 다양한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이에 부응해서 일본 경제단체연합회도 2023년에 ‘크리에이티브 이코노미 위원회’를 신설했다. IP를 중심으로 한 콘텐츠 산업에 대한 성장 기대가 점점 높아지고 있다.

나고야 상과대학(NUCB) 마케팅 교수